전통과 현대가 관통하며 빚은 감성과 상상력의 형상화

이주연 '하늘 빛 구름 그림자' 개인전, 갤러리 팔레 드 서울과 스페이스 통에서 열려

등록 2012.03.23 19:16수정 2012.03.25 16:26
0
원고료로 응원
a

가슴 가득한 봄 장지 위에 분채, 염색물감 ⓒ 이주연


a

계절풍이 지나간 오후 장지 위에 분채, 아크릴, 합판 ⓒ 이주연


한국 전통소재를 현대미술 재료와 기법과 소통을 통해 풀어내는 화가 이주연 개인전이 <하늘 빛 구름 그림자>라는 주제로 종로구 통인동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28일까지, 스페이스 통에서 4월 11일까지 열린다.

이주연 화가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모두 30여 점인데, 사진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한 터치감과 터질 것만 같은 감성과 상상력으로 꽉 찬 작품들은 저마다 실제 자연과 풍경 앞에 서 있는 착각을 불러오게 만든다. 학이 날아가는 듯, 승무를 추는 여인 같은 가락과 생명력이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가 싶으면 바다가 출렁이는 듯 삼라만상의 기운이 그림에서 솟구쳐 나온다.


이번 개인전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들이 가진 이미지와 동양화 기법을 근간으로 하면서, 다양한 재료의 확장과 평면화를 탈피하여 각각의 화면들을 중층적으로 포개거나 잇대어서 부조나 조각 또는 벽면 위에 설치화를 시도한 새로운 형식의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a

구름에 홀로 날리는 그리운 꿈 장지 위에 분채, 염색물감, 신트라, 합판 ⓒ 이주연


a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구름 장지 위에 염색물감, 아크릴, 신트라, 합판 ⓒ 이주연


작가는 우선 한지, 나무, 알루미늄, 스티로폼, 신트라(폴리염화비닐의 일종), 실크 등 다양한 소재를 화면 바탕으로 삼았다. 여러 재질의 표면에 직접 시술되기도 하지만 한지를 부착해서 그 위에 착색을 가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문양들 혹은 자연을 상징하는 기하학적 패턴들을 차용하여 유기적이고 관능적인 곡선과 날카롭고 간결한 직선문양을 교차시킨다.

예를 들어 추상적인 기호에 해당하는 구름이나 물, 길상의 무늬들, 유교적 이념 아래 숭상되던 가치들을 그림 조형으로 선보인 문자도, 그리고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의 형상들을 주로 그린다. 이를 통해 기복과 벽사의 의미를 지닌 것들이자 생존을 위해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것들의 간절한 이미지화를 새삼 환생시키고 있다.

이주연 화가는 붓의 터치(모필)의 탄력과 부드러운 흐름과 움직임을 타고 퍼져나가는 수용성의 조화를 듬뿍 머금으며 추상적 자취들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기법을 보인다. 종이에 스며들고 퍼지고 번져나가는 상황을 그대로 절취해낸 화면은 곧바로 추상적인 회화의 결정판이 된다.

그렇게 낱낱이, 개별적으로 그려진 것들을 바탕화면으로부터 분리하고 절취한 후 오려낸 평면들을 중첩시키고 결합하거나 잇대어 놓으면서 중층적인 화면으로 탄생한다. 평면 화면과 회화들이 서로 포개어지면서 생겨난 공간에 다채로운 형태와 다양한 색상과 문양, 그만큼 다양한 기법의 흔적들이 밀집되어 부착돼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난다.


a

여름이 오면 당신은 장지 위에 분채, 염색물감, 매니큐어, 합판 ⓒ 이주연


a

어둠이 내리는 창가에서 장지 위에 분채, 아크릴, 합판 ⓒ 이주연


그렇게 그려지고 일렁인 자취들, 오려낸 프레임의 포겨지는 현상으로 자연의 여러 현상과 정서적 충동,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뒤섞여져 자연이라는 공간 속에서 인간의 감성이 일체감을 이루면서 감상의 감흥을 돋우어 준다. 개인전 주제가 '하늘 빛 구름 그림자'인 것처럼, 산과 나무, 꽃의 형상이었다가 이내 구름으로 흩어지고 다시 모여 물이 되고 다시 공기나 구름이 되어 떠돈다.

비움과 버림이 찰나적으로 교차하는 동양철학적인 정서와 구성요소를 갖고 있는 작품 속에서 곡선의 부드러운 액체성과 둥근 이미지로 귀결되는 부활 혹은 윤회사상적인 순환 고리를 이룬다. 채석의 강도만큼 동양철학적인 심미안을 깊게 패이게 만드는 화가의 작품 앞에서 잠시 봄을 맞은 감상자들은 나를 반추하고 자연의 섭리와 삶의 깊이 가늠해보는 계기를 제공하기에 안성맞춤인 개인전이다. 

이주연 화가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서양화 전공 석사 과정을 마쳤다. 시카고, 뉴욕, 버지니아 등에서 5차례 개인전을 포함 총 13회 전시회를 열어온 중견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 화가는 현재 이대, 홍익대, 중앙대 등에 출강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주연 화가는 이번 전시 취지와 향후 작품 활동 방향에 대해 "제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서 동양화와 서양화, 나와 타자, 전통과 현대 등의 주제를 대립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소통을 통한 조화로움으로 풀어가면서, 앞으로 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계속적으로 추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시인이고 저서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대한민국 걷기사전> <포구의 아침> <브랜드 코리아>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 글쓰기> <언론 입문을 위한 기사작성 실무> 등 다수가 있다.


덧붙이는 글 박상건 기자는 시인이고 저서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대한민국 걷기사전> <포구의 아침> <브랜드 코리아>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 글쓰기> <언론 입문을 위한 기사작성 실무> 등 다수가 있다.
#이주연 #화가 #개인전 #팔레드 서울 #박상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