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멋, 이래서 충북 알프스라 불리는구나

[충북 알프스를 걷다 - 구병산 종주①] 구병산 오르기

등록 2012.03.30 11:05수정 2012.03.30 11:05
0
원고료주기
a

충북 알프스 개념도 ⓒ 이상기


3월 25일, 3월 하순인데도 눈이 왔다. 그 때문인지 올해는 봄이 늦은 것 같다. 우리는 충북 알프스를 종주하기 위해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로 간다. 충북 알프스의 출발점이 서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충북 알프스의 중심은 속리산이다. 속리산은 충북 알프스의 중심일 뿐 아니라, 보은의 주산이고 충청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다. 우리는 이번 충북 알프스 답사를 구병산에서 시작해 속리산에서 끝낼 것이다.

구병산은 서쪽의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에서 동쪽의 상주시 화남면 동관리까지 동서로 길게 이어진다. 산줄기의 남쪽으로는 넓은 갈평 들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삼가리에서 서원리로 흘러내리는 삼가천이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삼가천은 속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 아래에서 발원해 보청천과 합쳐진 다음 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삼가리에서 서원리로 이어지는 삼가천은 구병산과 속리산 사이의 협곡을 지나기 때문에 수량이 많고 물살이 세다.

입산 금지를 뚫고 구병산에 오르다

a

서원리 계곡 ⓒ 이상기


요즘 서원리에서 구병산 정상에 이르는 서쪽 구간은 입산이 금지돼 있다.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며칠 전 눈이 와 입산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는 오전 7시 45분 서원리 현장에 도착한다. 다행히 입산할 수 있다. 초입에는 충북 알프스 시발점이라는 표지판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이곳 장안면 서원리에서 구병산과 속리산을 넘어 화북면 운흥리 활목고개까지 이어지는 충북 알프스의 거리가 43.9km다. 우리는 그 중 제1코스인 구병산 구간 15.7km를 탐사할 예정이다.

우리는 시발점에서 약 30분 정도 정신없이 능선을 탄다. 그리고 나서야 사방을 조망한다. 서쪽으로는 우리가 출발한 서원리가 가까이 보인다. 남서쪽으로는 장안면 개안리에 있는 선병국 가옥이 조금 떨어져 있다. 북쪽으로는 삼가천이 서원리 계곡을 따라 휘감아 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동서로 뻗어 있다. 그 가운데쯤 속리산 나들목이 보인다. 우리도 서원리로 들어올 때 이곳 속리산 나들목을 빠져 나왔다.

올라도 올라도 보이지 않는...

a

구병산에서 바라 본 속리산 ⓒ 이상기


구병산을 향해 고도를 높이자 등산로에 눈이 나타난다. 우리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길을 오른다. 아직은 하늘에 구름이 많고, 날씨가 쾌청하질 못하다. 산행을 하면서 보니 구병산에는 다른 산에 비해 소나무가 많다. 그래서일까? 1702년 이곳을 찾은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도 소나무가 울창한 구병산을 노래했다.

삼연은 회덕(懷德)에 사는 고모를 찾아가는 길에 속리산을 여러 번 방문한다. 1702년 고모상을 당해 회덕을 찾은 다음, 그해 12월 구병산 아래 고봉정(孤峯亭)에 들른다. 고봉정은 용연(龍淵) 위에 있다. 용연은 현재의 삼가저수지 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삼연에 의하면, 고봉정은 아득하고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찾는 이가 거의 없다. 그는 이곳에서 구병산을 바라보는 감회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a

구병산 ⓒ 이상기


구병산색에 울창한 소나무 잘 보이지 않으나                         九屛山色瞹深松
눈 쌓인 고개 마루에서 창창한 모습으로 저녁종소릴 기다리네  雪嶺蒼蒼欲暮鍾
앞서간 현인들과 만나 시회를 갖기로 은밀히 약속을 해선지     隱約前賢團會迹 
옛사람이 고봉정에서 나를 기다리네                                    故人俟我又孤峯

삼연처럼 우릴 기다리는 옛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구병산 정상을 향해 계속 걸음을 옮긴다. 6km쯤 산행을 하니 북쪽으로 속리산의 장쾌한 파노라마가 한 눈에 들어온다. 속리산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제야 '충북 알프스'라고 이름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해발 700m쯤 오르니 수종이 소나무에서 참나무로 바뀐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경쟁에서는 일반적으로 참나무가 이긴다. 소나무가 이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한다.

700m대의 능선을 한참 따라 갔는데도 구병산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앞 봉우리에 가려있기 때문이다. 구병산 정상은 서쪽 방향에서는 잘 안 보이고, 동쪽의 신선대 방향에서 잘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지도상에도 구병산의 봉우리는 정상인 구병산과 백지미재, 신선대 정도만 표기돼 있다. 그것은 봉우리가 뚜렷하지도 않고 전망대로서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풍혈이 뭔지 아시나요

a

구병산 풍혈 ⓒ 이상기


다시 봉우리를 넘어 안부에 다다르자 풍혈(風穴)이 나타난다. 풍혈은 말 그대로 바람구멍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나온다. 사람들은 이것을 신비스럽게 여겨 풍혈이라고 부른다. 이곳의 풍혈이 발견된 것은 2005년 1월로, 풍혈 주변의 눈이 녹은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풍혈은 모두 4개인데, 큰 것은 직경이 1m고 작은 것은 직경이 30cm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풍혈로는 밀양의 천황산 얼음골, 진안군 양화마을의 풍혈, 울릉도 나리분지의 풍혈 등이 있다. 풍혈을 지나 다시 50m쯤 능선을 오르면 구병산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우리는 서원리에서 약 8km를 걸어 구병산 정상에 도착했다. 시간상으로는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a

KT 보은 위성통신센터 ⓒ 이상기


이곳 구병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한마디로 일품이다. 남북으로의 조망이 특히 좋은데, 그것은 남쪽으로 들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북쪽으로 속리산이 웅장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정상 바로 아래 남쪽의 마로면 적암리에는 KT 보은 위성통신센터가 있다. 센터에는 크고 작은 접시형 안테나가 네 개 있다. 멀리서 보아 작아 보이는데, 안테나의 직경이 무려 25m나 된다고 한다.

북쪽의 속리산은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다. 가장 동쪽에 최고봉인 천왕봉(1057m)이 있고, 서쪽으로 가면서 입석대, 문장대, 관음봉, 상학봉이 있다. 이중에서 천왕봉과 문장대와 관음봉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천왕봉은 가장 높은 봉우리여서 그렇고, 문장대(1054m)는 가운데 위치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여서 그렇다. 또한, 관음봉은 가장 뾰족한 봉우리여서 그렇다. 이들 산줄기는 알프스에 비하면 그 규모가 말할 수 없이 작지만, 알프스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병산이 충북 알프스가 된 건 2000년 4월이다. 충북에서 경관이 빼어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를 '충북 알프스'라 이름붙이고,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산의 이름을 풀이하면 속리산(俗離山)은 세속을 떠난 산이 되고, 구병산(九屛山)은 아홉 개의 병풍을 펼쳐놓은 산이 된다. 그리고 이들 두 산이 사계절 아름다운 비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충북 알프스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구병산 정상 소나무의 고고한 아름다움

a

구병산 정상에서 일행과 함께 ⓒ 이상기


구병산 정상은 해발 876m다.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우리처럼 종주를 하지 않고, 남쪽의 적암리나 북쪽의 구병리에서 바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코스로 오르면 두세 시간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우리는 구병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갈 길을 살펴본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으니 상대적으로 마음은 편안하다.

그런데 정상 바로 아래에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바람 때문인지 상하로 보다는 좌우로 풍성한 편. 그리고 마치 분재를 한 것처럼 줄기가 구불구불하다. 줄기의 상단부 30% 정도는 이미 말라죽었고, 하단부 70% 정도만이 살아 있다. 바닥의 흰 눈, 철갑을 두른 듯한 흙갈색 나무 줄기, 연두색의 솔잎이 잘 어울린다. 소나무는 절벽 바로 위에 있어 목책으로 접근을 막아놓았다. 위험하기 때문이란다. 정상 바로 아래 낭떠러지 위 소나무, 아무리 보아도 고고하고 아름답다.

a

구병산 정상의 소나무 ⓒ 이상기


소나무 너머로는 청주와 상주를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이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어준다. 경부고속도로 청원분기점에서 문의, 보은, 화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낙동분기점으로 연결된다. 2007년 이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구병산으로의 접근성이 아주 좋아졌다. 그 후로 구병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충북 알프스도 더 유명해졌다. 국립지리원 자료에 따르면, 구병산은 동경 127° 51′ 31″ 북위 36° 28′ 10″에 있다.

덧붙이는 글 | 3월 25일, 충북 알프스 구병산 구간을 답사했다. 그 첫 번째 기사로 '구병산 오르기'다. 이번 기사에서는 구병산의 산경과 자연, 역사와 문화유산을 다뤘다. 구병산 구간을 2회 더 연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3월 25일, 충북 알프스 구병산 구간을 답사했다. 그 첫 번째 기사로 '구병산 오르기'다. 이번 기사에서는 구병산의 산경과 자연, 역사와 문화유산을 다뤘다. 구병산 구간을 2회 더 연재할 예정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걱정스러운 황교안 호감도...1위 이낙연·2위 심상정
  2. 2 [단독] 허위 학력 최성해 '총장자격' 박탈? 교육부 결정 임박
  3. 3 노승일 "광주 광산을 출마... '적폐청산' 이어갈 것"
  4. 4 잘생긴 얼굴에 성능도 준수, 쏘나타 긴장해야겠네
  5. 5 '민주당 비례의석 25석 캡' 요구에 열 받은 심상정·손학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