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에 사고처리 맡겨도 현장 이탈하면 '도주'

대법원, 도주차량죄와 사고후미조치 혐의 모두 유죄, 벌금 500만원 확정

등록 2012.04.04 16:56수정 2012.04.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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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함께 탔던 동승자에게 사고 처리를 맡겼더라도 적절한 구호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도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60)씨는 지난해 2월 고양시 원당역 앞 도로에서 부주의로 신호대기 중이던 Y씨의 승용차 뒷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피해차량 탑승자들에게 전치 2~3주의 부상을 입혔다.

 

그런데 A씨는 가해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동승자만이 내려 피해자 측에게 A씨 대신 사고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피해자 측이 A씨에게 내리라고 했으나 응하지 않다가 피해자 측에서 경찰에 신고하자, A씨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차량을 운전해 사고 현장을 떠났다.

 

이에 검찰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11년 7월 피고인 A씨가 "동승자에게 사고구호조치를 위임하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임동규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1심은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한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유죄로 인정해 A씨의 벌금을 500만 원으로 늘렸다.

 

그러자 A씨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낸 뒤 동승자에게 사고처리를 맡기고 현장을 떠났다가 재판에 넘겨진 A(6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가해 운전자가 사고로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했다면,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줬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구호조치는 반드시 사고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해 하거나,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타인이 먼저 구호조치를 해도 무방하다"면서 "그러나 사고 운전자가 동승자에게 단순히 '사고를 처리해 달라'고 부탁만 하고 실제로 동승자가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한편, 다른 제3자의 피해자에 대한 병원이송 등 구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라면, 사고 운전자는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동승자만이 내려 피해자 측에 대신 사고처리를 해주겠다고 하고, 피고인은 차에서 내리라는 피해자 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경찰에 신고하자 가해차량을 운전해 현장을 이탈했다"며 "설령 사고현장에 남아 있던 가해 차량 동승자를 통해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한 이상 도주차량죄와 사고후미조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2.04.04 16:56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도주차량 #사고후미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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