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주변 사람에게 "119신고를 해 달라"고 부탁했어도,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구호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도주차량으로 처벌받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사고현장을 떠났다가 도주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로 기소된 A(64)씨에 대해 벌금 3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알고도 즉시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사고운전자가 현장을 떠나기 전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교통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의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도로 건너편 주유소 직원에게 119신고를 해 달라고 부탁했어도,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떠난 것은 교통사고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11월 4일 혈중알코올 농도 0.056%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경기 가평군의 삼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다 직진하던 소형화물차와 부딪혀 피해 운전자가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피해차량의 수리비는 250만 원이 나왔다.
당시 A씨는 차에서 내려 피해상황을 확인한 후 맞은편 주유소에 가서 직원에게 119신고를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구급차가 오기 전 택시를 타고 사고현장을 떠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