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출신 중도보수 20대가 본 '총선버스 411'

[탑승 후기] 열흘간의 실험... 무모한 도전에서 무한도전으로 거듭나길

등록 2012.04.16 11:19수정 2012.04.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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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전국의 격전지 현장을 누비며 지역 민심을 생중계한 <오마이뉴스>의 '찾아가는 SNS 편집국' 총선버스 411 특별취재팀이 14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뒤 한 자리에 모였다. ⓒ 남소연


열흘간의 '총선버스 411'(이하 총선버스) 리뷰를 하기 전에 잠시 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20대 학생이다. 그리고 TK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진보는 아니다(친구들은 나를 중도보수라 부른다). 사실 나는 진보가 어떤 것인지, 보수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 또한,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단순히 나는 실현 가능한 정책, 우리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자가 있으면 그를 지지했고, 얼토당토아니한 정책을 말하는 자가 있으면 맹렬히 비난하고 주변 사람에게 알리곤 했다. 이런 내가 총선버스 후기를 쓴다.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번 써본다. 왜냐면 나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20대이자, 조금은 보수적 시각을 가졌으니까 말이다. 재밌을 것이다. 한번 봤으면 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한 총선버스가 4·11총선과 함께 막을 내렸다. 총선버스는 총선 격전지 현장과 각 후보의 정견, 지역의 민심을 '오마이 TV'와 SNS(트위터, 페이스북)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나는 <오마이뉴스>에서 총선버스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지인에게 열심히 알렸다. 그리고 버스가 운행한 날부터는 매일 아침 총선버스의 이동 경로를 알아보고 관심 있는 부분을 체크했다. 그리고 Wi-Fi가 잡힐 때는 유스트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총선버스의 실황 중계를, 수업 중 혹은 3G 상황일 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중계를 자주 지켜보곤 했다.

총선버스 기획을 기사를 통해 접했을 때, 그 모습을 상상했다. 버스 뒷부분은 스튜디오와 카메라 2~3대, 조명 등이 있을 것이고 중간 부분에는 현직 기자와 시민기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총선버스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온종일 생중계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파격적인 기획이라 생각했다. <오마이뉴스>니까 가능했다. 늘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 기존 언론과 달리,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오마이뉴스>니까. 그러면서 한편으론 많은 걱정이 들었다. 버스라는 특성상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지, 수많은 정치인과 유명인사 등을 섭외할 수 있을지, 진보진영만을 위한 버스가 되지는 않을지 등 말이다.

총선버스, <오마이뉴스>의 브랜드 가치 올렸다

몇몇 방송사는 파업 여파로 제대로 총선을 취재하지 못하였지만, <오마이뉴스> 총선버스는 전력투구했다. 총선버스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비롯해 황방열·장윤선 정치팀장, 남소연·유성호 사진기자 등 현직 <오마이뉴스> 기자와 고은빈, 고종우, 김혜승 등 시민기자 및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콘텐츠였다.

총선버스는 격전지 현장과 각 후보의 정견, 지역의 민심을 듣기 위해 전국을 유랑했다.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기본 10시간 생중계는 대단했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 흩어진 시민기자들을 통해 그 지역의 민심을 들어본 점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가 제대로 묻어난 것 같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결합한 총선버스는 고화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 독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와 중계차와 소통을 지속해서 했다.


또한, 유명 트위터리안(공지영, 선대인, 조국, 진중권 등), 예술인(권해효, 김부선 등)을 섭외해 딱딱한 정치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쉽게 제공했고, 실시간으로 총선버스의 이야기를 기사로 게재한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4월 11일 총선 당일에 개표방송을 한 점이다. 지상파 3사가 늘 경쟁하는 개표방송에 <오마이뉴스>도 하는 것이었다.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가 좋았다.

그리고 지상파 3사, 종편, 케이블 뉴스보도 채널보다 더 빨리 '강남을 투표함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고, 상대적으로 매우 중점적으로 다룬 점은 SNS와 계속 소통한 <오마이뉴스>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냐는 평가를 하고 싶다. 덧붙여 기존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은 청년당, 녹색당, 진보신당 등을 다룬 점은 소수 의견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한마디로 총선버스는 <오마이뉴스>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올렸다.  

총선버스 의제... 어려웠고, 감정적으로 보였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총선버스에도 세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의제설정 부분이다. 야권연대는 이번 총선에서 MB정부 심판과 민생경제회복을 중심축으로 삼고 의제를 설정했다. 여기에 진보매체도 발맞추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쌍용차, 강정 문제 등을 다뤘다. 총선버스 역시 앞서 말한 의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오마이뉴스>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특종을 했고, 현재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다루는 것은 마땅했다. 그렇지만 사찰 쌍용차, 강정 문제 등은 오랫동안 펼쳐진 문제였고 일단 어렵다.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할지라도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렵게 생각한다. 다뤘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총선버스에서 다룬 내용을 보면 기존 언론과 같았다. "어려웠다." 그리고 "감정적이었다." 언론은 가능한 사안을 쉽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오마이뉴스>라면 쉽게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똑같은 프레임을 가지고 중계를 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두 번째로 조금은 한쪽으로 치우쳐 중계한 부분이다. 매체 특성상 새누리당 의원이 총선버스에 많이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한쪽 측면만 보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문제점은 4·11 개표방송에서 드러났다. 총선결과에서 허탈함이 눈에 보였다. 열심히 준비했고, 전력투구했기 때문에 감정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방송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는 언론이다. 최대한 감정을 숨겼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총선버스 내부에서 중계팀과 시민이 함께 호흡하지 못한 점이다. 총선버스를 늘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만 접하다 한 번은 타보는 것도 재밌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총선버스를 4시간 동안 타 봤다. 치열한 생방송 상황과 바쁘게 중계 및 기사를 작성하는 현장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난감했다. "혹시 내가 방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총선버스가 만들어낸 콘텐츠 속에 조금이나마 참여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개표막송 막바지, 이털남 진행자 김종배씨 냉철한 분석 인상적

리뷰를 쓰다 보니 아쉬운 점을 더 피력했다. 애정이 있어서 더 적었다. 마무리에서 제안하고 싶다. 혹시나 다음에 대선버스를 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우선 버스 1대와 보좌하는 봉고차를 더 추가했으면 어떠할까? 이원 생중계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시민의 참여도 더 많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하 이털남)와 연계를 더 강화했으면 한다.

개표방송 막바지에 이털남 진행자 김종배씨의 냉철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총선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했고, 앞으로 벌어질 사안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것도 알기 쉽게 말이다. 현재 국내 팟캐스트 상위권에 있는 이털남이 대선버스에서 방송을 한다면 귀로만 듣던 청취자가 눈으로도 볼 수 있으니, 시청률이 올라가고 좀 더 적절한 의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05년 4월, 어느 토요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방송 콘텐츠가 있었다. 초일류 연예인이 되기 위한 무한 프로젝트 '무모한 도전'이다.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던 뭔가 특이했던 '무모한 도전'은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어느새 우리나라 예능 버라이어티의 최고 위치에 올랐다. 방송 포맷을 다듬고 다듬으며 늘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여 '무한도전'이라는 멋진 콘텐츠를 만들었다.

총선버스의 시작은 누가 보기에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열흘간 보여준 총선버스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다. 이제는 다듬으면 된다. 다듬고 다듬다 보면 언젠가 '무한도전'처럼 전 국민이 총선버스를 지켜보지 않을까? 한번 기대해 보겠다.
#총선버스 #언론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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