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가두리 양식장'... 대항마 키워야"

[현장] 포털 빠진 '인터넷 독점' 토론회... CEO들은 '상생' 간담회

등록 2012.04.16 18:21수정 2012.04.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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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곽승준 미래토크 '인터넷 포털'편에서 조형래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이 네이버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김시연


'네이버 독과점' 비판엔 진보-보수 언론이 따로 없었다. 16일 오후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곽승준 미래토크는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60~70%를 장악한 '네이버 성토장'이었다.

'인터넷 포털 절대 권력인가, 착한 플랫폼인가'를 주제로 인터넷 생태계 문제를 짚은 이날 토론회엔 정작 NHN 등 포털 관계자가 빠진 가운데 <조선일보> <매일경제> <미디어오늘> 등 언론사 기자들이 포털 독과점 문제를 집중 성토했다.

"영업이익률 40%는 독과점 탓"... 언론사 '네이버 성토' 

조형래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은 "세계적으로 시장독과점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인데 미국 법무부라면 네이버 독과점 문제에 다 달려들었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NHN 매출 1조 4천억 원에 영업이익률은 40%를 넘었는데 여기엔 독과점을 이용한 초과 이익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역시 "국내에서 구글 검색 결과가 신통치 않은 건 좋은 콘텐츠가 네이버에 묶여있고 네이버 바깥에 좋은 콘텐츠가 없는 탓도 있다"면서 "과도한 네이버 의존이 좋은 콘텐츠 만드는 시장을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뉴스캐스트로 의제 설정 기능을 포기한 것처럼 네이버 스스로 과도한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다면 시장 점유율을 적당한 수준으로 낮추고 네이버 외부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강제하기 어렵다면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인터넷 포털을 대신해 나온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절대 권력, 착한 플랫폼 같은 선악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감정적 문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같은 우리만의 규제는 오히려 중소기업에게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역시 "네이버 때려잡자고 기존 포털 규제 법안을 만들면 규제 비용만 발생한다"면서 "기존 포털 외곽에서 경쟁력 있는 신생 벤처를 만들어 R&D(연구개발) 자금을 투자하고 언론사 닷컴이나 SNS 투자도 지원해 네이버 대항마를 만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가두리 양식장'"-"기존 언론도 달라져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최한 '곽승준 미래토크'가 16일 오후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인터넷 포털 절대 권력인가, 착한 플랫폼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 김시연


특히 참석자들은 네이버 뉴스캐스트 등 인터넷 포털의 저널리즘 영향력 확대가 낳은 부작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조형래 차장은 "우리 매체 기사를 복제한 블로그 글이 네이버 검색 상단에 뜨곤 하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사의 경우 오히려 우리가 중개업자 기사를 베꼈다고 게시판에서 난도질을 당한다"면서 "이는 기존 언론을 깎아내리는 건데 안 고친다는 건 의도적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손재권 기자 역시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 이후 선정적 뉴스, 낚시질 제목이 나와 기자들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네이버 평균 체류 시간이 104분인데 (관문이 아닌) '가두리 양식장'처럼 뉴스로 사용자를 유입시켜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사 위기에 앞서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면서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뉴스 도매상이 된 언론사들이 자사 뉴스를 직접 소비하는 사용자들과 상호 작용 등 뉴스 소매상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는 문제지만 한 기업이 70~90% 차지하고 다른 곳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좋지 않다"면서 "플랫폼은 좀 더 공익적 기능과 열린 자세가 필요한데 네이버는 방통위 담당과장을 통해 부탁해도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인터넷 포털 문제와 관련해 2차 토론회를 예고했다.

이계철 "카카오톡 쓴다"... 김상헌 "네이버 '라인'도 쓰셔야"

16일 오전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넷기업 CEO 간담회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가운데)과 김상헌 NHN 대표(오른쪽)을 비롯한 다음, SK컴즈, 구글코리아, KTH 등 주요 포털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공교롭게 이날 오전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선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주관한 인터넷기업 CEO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김상헌 NHN 대표를 비롯해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이주식 SK컴즈(네이트) 대표, 서정수 KTH(파란) 대표, 염동훈 구글코리아 대표 등 국내 5대 포털 CEO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은 인터넷 대중소기업간 상생 문제와 인터넷 실명제 폐지 등 정부의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특히 신생 벤처기업인들의 자금과 인력난을 호소하자 김상헌 대표는 "개발자 양성 과정에 매년 100억 원씩 10년 동안 투자해 개발 인력 양성에 노력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참석자에 따르면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가 이계철 위원장에게 "카카오톡 쓰고 있나"라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하자 김 대표가 "그럼 우리 '라인'(네이버 모바일 메신저)도 쓰셔야 하는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여담 삼아 가볍게 나온 얘기였다고는 하지만 모바일 시장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톡에 대한 기존 포털들의 견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환 편집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매년 더 많은 이익을 내야 하고 이익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게 '주식회사' NHN의 한계"라면서 "결국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는 콘텐츠 수익 모델을 개발해 네이버 바깥에서 자생 모델을 만들고 이용자들이 공생 문화를 키우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인터넷포털 #미래기획위원회 #방통위 #이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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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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