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사퇴 거부... "교육감 소명 다하겠다"

2심 판결에 대한 입장 밝혀... "'사후 후보 매수' 받아들일 수 없어"

등록 2012.04.18 12:15수정 2012.04.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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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혐의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한 것은 인간적 정리에 의한 선의였다"며 "제 일신의 자리가 아니라 교육의 자리를 지키며 교육감의 소명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기사 보강 : 18일 오후 2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감의 소명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거부의 뜻을 밝혔다. 곽 교육감은 18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17일) 2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로 벌금 2000만원 형을 받은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곽 교육감의 변호인인 박재영·이재정 변호사도 함께했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 형을 선고받은 곽 교육감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서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고성을 질러 시교육청으로 장소가 급히 변경되었다.

곽노현 교육감 "유죄의 멍에 아닌 확정된 진실에 주목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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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혐의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일신상의 이유로 서울 교육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곽 교육감은 "오늘 진실의 문 앞에서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떠올리며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곽 교육감은 "제 일신상의 이유로 서울교육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한 뒤, "하지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곽 교육감은 "제1심과 제2심 재판부 모두 제가 선거 당시 어떤 부정한 사전 합의와도 관계가 없음을 인정해주었다, 사실 이로부터 검찰의 기소는 근거가 없는 것이며, 이미 진실이 승리하였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무죄를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부정한 합의가 없었지만, 후보매수가 된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저는 파렴치한 후보매수 행위자가 되었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어 곽 교육감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재판부의 유죄 이유는, 뒷돈 거래가 아니라고 해도 '대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제가 돈을 전달함에 있어 '대가 관계'에 대한 인식, 위법성의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제가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한 것은 인간적 정리에 의한 선의였다"고 '대가 관계' 부분을 부인했다.


그는 "같은 교육계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자, 또 민주 진보 진영의 단일화라는 대의를 같이한 분의 곤란에 대한 응분의 배려였을 뿐, 여기에 부정한 대가 관계란 있을 수 없다"면서 "선거도 다 끝난 시기에 새삼 존재하지도 않는 후보를 매수했다는 '사후 후보 매수'라는 죄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 교육을 위해 같이 노력해 온 박명기 교수가 그 헌신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곤란에 처하게 된 사실은, 저 개인에 대한 부담만이 아니라 서울 교육을 위해서도 큰 부담이었다. 선거는 이미 끝났고, 그런 분이 선거 후에 경제적 궁박과 사회적 상실감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서 그것을 모른 체할 수 없어, 제가 시민들에게서 받은 후원금을 박 교수에게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부조를 한 것이다. 이것이 과연 부정한 대가 관계인가. 후보매수이고, 표심의 매수인가."

2심 재판부의 '위법성 인식' 지적에 대해서도 곽 교육감은 "제가 돈을 전달하기로 하면서 걱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위법성에 대한 인식,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혹시 사람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특히 언론을 통해 스캔들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제가 가졌던 생각은 교육감으로서, 서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심성'이었다"며 "'두려움'과 '조심성'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지금 저에게 유죄의 멍에가 씌워져 있습니다만, 사실관계는 이미 밝혀졌다"며 "부디 저에게 씌워진 유죄의 명에가 아니라 이제 확정된 진실에 대해 주목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만약 부정한 뒷돈 거래가 아니어도 '대가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 법이라면, 그것은 부당하고 위헌적인 법"이라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와 같은 법리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곽 교육감은 "지금 이 자리도, 난관을 뚫고 희망의 교육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라 믿는다"며 "제 일신이 자리가 아니라 교육의 자리를 지키겠다, 어렵지만, 차근차근, 뚜벅뚜벅 그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강경선 교수 "사람을 살린 분 놓고 왜 법 지키지 않았느냐고 책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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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혐의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강경선 교수와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이어 곽 교육감의 오랜 친구인 강경선 교수가 기자들 앞에 섰다. 강 교수는 A4 용지 4쪽에 달하는 회견문을 통해 곽 교육감의 무죄를 주장했다. 강 교수가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뒤편에 앉은 곽 교육감은 변호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였다.

강 교수는 "만약 교육감이 이번 사건에서 박명기 교수의 힘든 사정을 외면해서 (박 교수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면, 서울 교육의 총수로서 법을 잘 지킨 사람이니까 잘 했다고 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곽 교육감은 사람을 살린 분"이라며 곽 교육감의 '선의'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사람을 살린 분을 놓고 왜 선거법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책망하고 처벌한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며 "선거법 위반이라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면서 사람 살리자는 길에 들어선 용감한 곽 교육감이야말로 우리가 모두 아껴드려야 할 교육자로서의 성품"이라고 곽 교육감을 감쌌다.

강 교수는 또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일은 어차피 일상의 생활이기 때문에 법이 관여를 하지 않는 영역일 뿐"이라며 "이런 행위에 대한 신중한 배려보다는 형사 처분까지 강행하는 법원의 포악한 국가법 규범질서야 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생명경시풍조를 낳고, 학교폭력, 가정폭력, 사회폭력 등의 원친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박 전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자신의 행위 역시 '후보 매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적 성격의 일이라면 곽 교육감이 저에게 부탁했을 리도 없고, 저도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아예 선거법과는 무관한, 곽 교육감과 박 교수 두 사람간의 관계에서 오해를 풀고 화해를 시키는 일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곽 교육감과 변호인들은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곽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 '사후 매수죄'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상황. 곽 교육감은 '대법원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 최고의 사법기관이기 때문에 섬세한 법리의 분별을 통해 처벌할 것과 처벌하지 말 것을 구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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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공판에서 징연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인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회견장에 난입해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이 이들의 난동으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서울시교육청 회의실로 급히 장소를 변경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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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공판에서 징연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인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회견장에 난입해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곽노현 #서울시 교육청 #서울시 교육감 #박명기 #강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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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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