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주변 부영공원 오염 심각...다이옥신도 검출

3차 환경조사 결과 발표...산곡남초도 환경조사 필요성 대두

등록 2012.04.19 17:23수정 2012.04.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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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마켓 내 폐차장 시설. 이 폐차장 기능은 디아르엠오(DRMO) 시설이 김천 아포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사라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폐차장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를 10년 넘게 제기해왔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 주변지역이 석유계총탄화수소(TPH)·벤젠(Benzen)·중금속 등으로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또다시 확인됐다. 심지어 다이옥신 오염도 의심돼, 다수 시민들이 이용하는 부영공원과 인근 산곡남초등학교 운동장 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가 시급해 보인다.

부평구와 민관공동조사단이 시행하고,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수행한 캠프마켓 주변지역에 대한 3차 환경조사에서 주변지역이 유해물질로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앞서2008년과 2009년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따라 실시된 환경기초조사에서도 유류와 중금속 오염이 대책 수립 기준을 초과했다.

TPH·벤젠·크실렌·납 등 기준치 초과

농어촌공사 환경지질처는 지난 2월 29일부터 1차로 채취한 캠프마켓 주변지역 시료 분석 결과를 지난 18일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44개 지점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 225건을 유류·유기용제·중금속 성분 등 13개 항목으로 분석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과 폴리염화비페닐(PCBs) 항목은 2차 조사 시 분석된다.

이번 1차 조사 결과, TPH는 11개 지점에서 '1지역' 기준치(500mg/kg)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이 심각한 지역은 7656mg/kg로 기준치의 15배를 초과했다. '1지역'은 지목이 전답·과수원·목장·대학교·양어장·공원·사적지·묘지인 지역과 어린이놀이터시설 부지 등을 말한다.

크실렌(Xylene)의 경우도 3개 지점에서 1지역 기준치를 초과했다. 최고 농도는 35.98mg/kg(기준치 15mg/kg)으로 나타났다. 크실렌은 합성수지나 합성섬유 등의 원료로 사용되며 벤젠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독성이 있어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아연(Zn)의 경우도 최고 농도가 737.57mg/kg(1지역 기준치 300mg/kg)까지 나타났다. 납(Pb)은 최고 농도 1226.77mg/kg(1지역 기준치 200mg/kg)까지 검출됐다. 2008년과 2009년에 실시한 1·2차 환경기초조사 때보다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는 유류와 중금속(Pb·Zn) 오염은 과거 미군과 한국군 수송부 활동 지역에서, 크실렌 등은 과거 미군 막사와 창고 건물 지역에서 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지형과 지하수 구배(=경사면의 기운 정도) 상 오염원은 부영공원 내부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에 대해 민관공동조사단은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2차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이옥신 오염도 추정..."확정 지을 수 없으나, 경종 올리는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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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캠프마켓 주변지역 3차 환경기초조사 중간 보고회. ⓒ 부평구


캠프마켓 주변지역에서 고엽제를 유발하는 물질 중 하나인 다이옥신이 상당 기간 동안 보관됐다는 퇴역 주한미군의 증언 후, 인천시가 지난해 실시한 특별환경조사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지만 미량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인천보건환경연구원과 한국환경공단이 실시한 조사에서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이옥신은 6개 지점에서 검출됐지만 전국 평균농도(2.280pg)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다이옥신이 토양 표층부가 아닌 심층부에서 검출돼, 물에 녹지 않고 어떻게 심층부에서 검출됐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다이옥신은 통상 지표면으로부터 50cm 이내에서 검출된다. 문제는 이번에 실시한 3차 조사에서 다이옥신이 E심도(=지하 5~6m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데 있다. 특히 다이옥신이 발견된 지점은 콘크리트 하부로, 발견 지점에 대한 여러 의혹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부영공원이 다이옥신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돼, 행정기관과 민관공동조사단 등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생물학적 테스트(=스크린 테스트) 결과, 부영공원 조사 지점 대부분에서 다이옥신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캠프마켓 3번 게이트(=부영공원 입구) 인근 지점에선 최대 229.9pgTCDD-Egs/g로 나타났으며 100pgTCDD-Egs/g 이상을 초과하는 지역도 여러 곳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시료 중 1/3이 넘는 17개 시료에서 우리나라 평균 오염치인 2.280pg-TEQ/g보다 높게 나왔다.

다만 이번에 실시한 분석 방식은 생물학적 테스트 방식으로 기존에 실시된 공정시험법과는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 테스트는 생물 반응을 통해 다이옥신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오염 여부를 확인해 오염 지역을 선별한다.

민관공동조사단 한 관계자는 "생물학적 테스트로만 다이옥신에 오염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다이옥신 구성 메커니즘만을 확인한 단계다, 단정은 금물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수치만으로 오염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경종을 울리는 값이 나온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물학적 테스트이기는 하지만, 다이옥신이 지하 6m 지점에서 발견됐다"며 "통상 지표면으로부터 50cm 이내에서 발견된 것과 상당히 다른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산곡남초 운동장 등 정밀조사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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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토양 환경오염조사가 민관 합동으로 지난 2월 29일부터 실시됐다. 시료 채취에 앞서 조사 관계자가 조사 지점과 항목을 설명하고 있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이번 조사에서 부영공원 주차장 부지가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나타나, 이 주차장 부지와 인접한 산곡남초에 대한 환경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주차장 부지와 산곡남초는 10m 이내로 인접해있으며 부영공원이 산곡남초에 비해 지대가 높아, 유류 등이 지하수 등을 통해 산곡남초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만약 유류 물질이 학교 운동장 등으로 흘러들어갔다면, 토양 기생충 등이 표층 부위로 올라왔을 가능성이 높아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조사 결과, 부영공원 주차장 부지에서는 유류 오염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TPH·납 등이 이 지역에서 발견됐으며, 기준치를 초과하기도 했다. 윤활유 성분이 토양에서 검출되기도 했으며, 지하수는 E심도에서 윤활유 등이 검출됐다.

농어촌공사 측도 "(산곡남초) 경계부까지 오염 징후가 나타났다"며 "지표지하수의 수리구배(=수면의 기울기)를 따라 오염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농어촌공사는 2차 조사 때 산곡남초 방향 부영공원 외각경계 지점에 대해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서 디아르엠오(DRMO: 캠프마켓 내 군수품 폐처리 시설) 주변지역(=주안장로교회 일대)에서도 유류와 유기용제,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

한편, 농어촌공사는 5월 중순까지 2차 시료를 채취해 6월 초까지 분석할 계획이다. 다이옥신과 제초제, 분해부산물에 대해서도 8월 초까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계획이다.

다음은 농어촌공사·민관공동조사단과 한 질의응답 내용이다.

- 부영공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로부터 나왔다.
"우려 지역이 되면 정화하도록 행정조치가 진행되고, 대책 지역은 환경부가 지정해서 지자체와 연계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조사 중이다. 아직 예측할 수 없다."

- 생물학적 테스트지만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수치로 환산이 가능한가?
"생물학적 테스트는 쥐의 간암세포를 이용한 다이옥신에 대한 간접적 측정 방법이다. 독성이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본 것이다. 수치만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정략적 수치는 어렵다. 다만 경종을 울리는 값은 분명하다. 화학 분석을 통해 결과가 나올 것이다."

- 부영공원을 폐쇄할 정도냐?
"현재 이용하는 분들의 건강에 얼마만큼 위해가 되는지 말하기는 당장 어렵다. 당장 폐쇄하기에는 충분한 자료가 없다. 가치 균형을 잡아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 2차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 산곡남초 운동장 등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차 분석 결과까지 보고 판단할 문제다. 주의 깊게 보는 형편이다. 아직까지 조사단에서 따로 논의한 적은 없다. 가능성은 배제하지 하지 않고 있다. 법적·행정적 절차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부영공원 #민관합동조사단 #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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