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3인방'의 재회, 방통위가 불안하다

[현장] 이계철-이석채-이상철, '정통부 장관-KT 사장' 각별한 인연

등록 2012.04.20 09:26수정 2012.04.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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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종로 하림각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앞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 김시연

19일 오전 종로 하림각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앞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 김시연

정부와 통신사를 오가며 우리나라 정보통신업계를 주물러온 '정통부 3인방'이 다시 뭉쳤다. 지난 3월 '늦깎이 장관'으로 영전한 이계철(72)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석채(67) KT 회장, 이상철(64)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19일 오전 종로 하림각에서 열린 통신업계 CEO(대표이사)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계철 위원장과 이석채 회장, 이상철 부회장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보통신부 장·차관과 KT 사장(회장)을 지냈고 한동안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위원장 취임 후 첫 공식 상견례였지만 서로 잘 알고 지내온 탓인지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이상철 부회장이 교통 사정으로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이 위원장은 스스럼없이 반갑게 맞았다. 

 

'정통부 장관-KT 사장' 닮은꼴 경력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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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 이석채 - 이상철 경력 비교 ⓒ 고정미

이계철 - 이석채 - 이상철 경력 비교 ⓒ 고정미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세 사람은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한 배를 탔다. 이계철 위원장은 당시 사업자 선정을 주관한 정통부 차관이었고, 그보다 행정고시 2년 후배인 이석채 회장은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쳐 정통부 장관으로 막 부임했다. 막내 격인 이상철 부회장 역시 당시 KT에서 무선사업부 본부장을 맡아 PCS 사업 추진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해 6월 LG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KTF), 한솔텔레콤이 PCS 사업자로 선정된 뒤 이석채 회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이계철 위원장은 KT 사장, 이상철 부회장은 KTF 초대 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그 뒤 이상철 부회장은 2001년 KT 사장을 거쳐 정통부 장관을 맡으며 승승장구한 반면 나머지 두 사람은 PCS 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에 휘말려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는 등 홍역을 치렀다. 특히 이석채 회장은 결국 무죄가 확정되긴 했지만 당시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청문 심사 배점 방식을 바꾸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것으로 끝난 것 같았던 세 사람의 인연은 이석채 회장이 2009년 3월 KT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개됐다. 이후 이 회장은 KT와 KTF를 합병했고 이상철 부회장 역시 2010년 1월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취임해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를 합쳤다. 여기에 이계철 위원장이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하면서 'KT 사장 출신 정통부 장관'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 사람은 20일 저녁에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정보통신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역대 정보통신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이 참석하는 공식 만찬이다. 이들 전직 장관들은 지난달 23일 이 위원장 초청으로 종로 한정식집에서 비공식적으로 모이기도 했다. 현직 통신사 CEO가 둘씩이나 포함된 상황에서 이런 잦은 만남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과열 마케팅 자제-단말기 자급제 협조... '말잔치'로 끝나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3사 CEO들이 19일 오전 종로 하림각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 앞서 손을 모으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 이계철 위원장,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김시연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3사 CEO들이 19일 오전 종로 하림각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 앞서 손을 모으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 이계철 위원장,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김시연

이날 간담회도 상견례 성격이 강하긴 했지만 최근 LTE(롱텀에볼루션) 과열 마케팅과 다음 달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을 앞두고 어떤 얘기가 오갈지 큰 관심을 모았다.

 

석제범 통신정책국장과 정종기 이용자보호국장이 배석한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이 위원장은 "소모적인 마케팅을 자제하고 단말기 자급제를 차질 없이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CEO들은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이나 약속을 내놓진 않았다.  

 

오히려 국민 통신비 부담을 덜어달라는 이 위원장 앞에서 이석채 회장은 3만 원 하는 손자 이발비까지 언급하며 "통신비 얘기 많이 하는데 요즘 서비스 요금이 팍 뛰어 미용실이나 교통비 부담이 보통 아니다"라며 물가로 '물타기'를 시도했다. 단말기 보조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CEO들은 "제조사 보조금도 맞물려 서로 협조가 필요하다"며 마케팅 과열 책임을 단말기 제조사 쪽에 돌렸다.      

 

간담회를 마치면서 CEO들은 "오늘 같은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자"고 제안했고 이 위원장 역시 "격의 없이 통신업계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화답했다. 공교롭게 이날 간담회가 열린 하림각은 최시중 전 위원장과 '각별한' 관계였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사장들이 '정례 모임'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 결국 이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정통부 3인방'의 각별한 인연과 맞물려 '방통위-통신업계 유착'이라는 세간의 불안감만 더 키운 셈이다.   

#이계철 #방통위 #이상철 #이석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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