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에서 기립박수 받을 때 당선 확신했다"

[당선자 인터뷰] 김민기 용인을 민주통합당 당선자

등록 2012.05.02 14:34수정 2012.05.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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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용인을 당선자 ⓒ 유혜준


용인 토박이 출신에 중·고등학교 선후배가 맞붙어서 관심을 끌었던 용인을 선거구에서 승리는 후배에게 돌아갔다. 용인시의원 출신으로 '생활정치'를 표방하면서 4·11 총선에 출마한 김민기(민주통합당) 당선자는 새누리당의 정찬민 후보를 1만여 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득표율은 54.08%. 정찬민 후보의 득표율은 45.91%였다.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여론조사 지지율은 정찬민 후보가 앞섰다. 또 용인을 지역에서 정당 지지율도 새누리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정찬민 후보는 투표 당일까지도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중앙을 휩쓸었던 이슈가 용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며 "(중앙의) 바람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용인을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김 당선자는 '생활정치' 실현과 '자신만의 인맥관리'에 있다고 꼽았다. 용인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바닥을 샅샅이 훑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정치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 쌓기에 집중했다는 것이 김 당선자의 설명이었다.

김 당선자는 지난 2006년 시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 의정활동을 하기에 앞서 수첩에 자신만의 다짐을 빽빽하게 써넣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는 나를 이곳에 보내준 많은 사람들의 자리다, 절대 얻어먹지 않는다. 업자와 만나는 시간은 14:00~16:00로 한다, 비싼 술 먹지 않는다, 늘 어려운 사람 편에서 생각하겠다, 재산을 늘리지 않는다, 민원 현장은 즉시 간다, 최고의 의원이 되도록 공부하겠다' 등 그는 31가지의 다짐을 수첩에 적었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임기가 끝난 뒤에 동료 시의원들에게 실천했다는 확인 사인까지 받았다. 김 당선자는 "그 다짐은 시민과의 약속이었고, 약속을 소중히 실천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그게 바로 김 당선자가 주장하는 '생활정치'의 실현이었던 것이었다. 그 다짐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김 당선자의 주장이다.

지난 4월 26일, 김민기 당선자를 경기도 용인의 신갈오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당선자는 당선이 되긴 했지만 자칫하면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음은 김 당선자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이 김민기가 그 김민기입니다"... 사람 강조, 먹혔다

- 선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이번 총선은 이슈 대 이슈, 바람 대 바람의 구도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다. 불법 사찰도 큰 이슈가 되지 못했고, 정권심판론도 여기서는 안 먹혔다.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면 네가 누군데 뭘 심판하느냐, 이런 식의 반응이 나왔다. 개인의 역량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선거였다. 그래서 어려웠다."

- 어떻게 뚫고 나갔나?
"저 자신을 강조했다. 시의원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자부한다. 성실한 의정활동 외에도 몇 가지 굵직한 사안이 있었다. 그래서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유세하면서 말했다. '이 김민기가 그 김민기입니다'라고. 그러자 반응이 왔다. 그 외에도 두터운 인맥을 활용했다. 사람들과 정치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를 쌓았기 때문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그 분들이 단단한 토양이 되어서 저를 도와주셔서 (당선이) 가능했다."

김 당선자는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선대본부'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는 선대본부를 구성하지 않고 선거를 치른 유일한 후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유권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선거판은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치가 유권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서 변화해야만 유권자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와 같은 형태의 선거운동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김 당선자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 때문에 정당조직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을 했고, 그것이 적중했다는 것이 김 당선자의 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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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당선자 ⓒ 유혜준

- 언제 당선을 확신했나?
"투표 나흘 전이었다. 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신감이 결여되면 안 되니까 당선될 것 같다, 당선되겠다는 의지표명은 늘 했지만 꼭 당선된다는 확신은 없었다. 한데 투표 나흘 전에 상가에 있는 호프집에 갔는데, 기립박수를 받았다. 호프집에서 손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명함을 나눠드리는데, 잘 하라고, 꼭 당선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주면서 기립박수를 쳐주는 것을 보고 당선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바닥 분위기는 그랬는데 막상 선거캠프로 돌아오면 지지율이 안 나온다고 하면서 (당선이) 어렵다고 했다. 저와 선거캠프의 분석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당선을 확신했다."

- 당선된 후에 무엇을 하면서 지냈나?
"선거운동을 100일 정도 했다. 지난 해 연말에 선거캠프를 차린 뒤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지지를 부탁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지지를 부탁했으니 만나서 '지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는 말씀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100일 동안 왔던 길을 다시 가려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어렵게 맺어지고 불편하게 이루어져야만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진정성이 있다. 아직 다 찾아뵙지 못했는데 계속 찾아뵙고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두터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김 당선자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에 2800여 명이 저장되어 있다면서, 오는 전화는 빠짐없이 꼭 받는다고 말했다. 핸드폰에 저장된 명단이 '허수'가 아닌 끈끈한 인간관계가 형성된 '알짜'라는 주장이다. 김 당선자는 인터뷰 도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양해를 구하고 꼭 받았다.

- 시의원이 하는 일과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활정치'를 표방하는 것도 좋지만 국회의원은 다르지 않겠나?
"지방정치와 중앙정치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중앙정치는 지방정치의 연장이다.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해서 중앙정치에만 신경을 쓰고 우리 시민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건 발을 땅에 딛지 않고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발을 땅에 디뎌야 한다. 우리 지역의 민생을 챙기고 주민과 함께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역할에서 절묘한 조화가 필요한데, 저는 그것을 잘해낼 자신이 있다. 시의원의 경험을 살려 아주 잘 해낼 것이다."

"경전철 등 민자사업 바로잡아야... 시민들과 똑같이 살 것"

- 국회에 들어가서 꼭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은지?
"우리 지역 현안이기도 하지만 현재 전국적인 이슈인 '맥쿼리 건'에서 보듯이 소위 말하는 거대독점 자본들이 국가사냥을 거쳐서 지방자치단체 사냥에 나섰다. 그 때문에 자치단체가 민자투자사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건 우리 용인시도 마찬가지다. 경전철 문제가 그렇다고 보는데, 이런 문제를 국가가 방치했다고 본다. 혹은 조장까지 했다. 지방재정을 파탄으로 끌고 가는 문제, 이 문제를 늦었지만 바로잡아야겠다. 여러 부처가 연관이 되어 있겠지만 특히 이 문제를 관장하는 주무부처를 다루는 국토해양위원회에 가야 할 것 같다. 중앙정부의 책임을 묻고 지방정부를 서포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초선의원인데 가능하겠나?
"그게 문제다. 경쟁률이 매우 세다고 한다. 그래도 우선은 들어가 보려고 노력하겠다."

- 차선책은?
"지방자치단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위에 들어가서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이라든지 문제점들을 다뤄보고 싶다. 기초의원을 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멍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런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저의 포부는 아주 간단하다. 시민들과 똑같이 살 거다. 시민들의 편에 서서 시민들이 주눅 들지 않게 대변할 생각이다. 또한 제가 시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할 거다. 유세하면서도 밝혔지만, 총선은 친구를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아랫집 아저씨를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동생 같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건 시민과 함께 하고 시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인데, 매우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매우 구체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시민들 속에 있어보지 않은 자가 이제부터 시민과 함께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저는 늘 시민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은 시민들이 믿어주실 것이다. 당선자 신분이 된 지 3주가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이전과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회의원으로서의 다짐도 하고?
"뭐가 달라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것은 밖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런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 수도 없을 뿐더러 그것은 속마음으로 갖고 있는 것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달라질 게 없다."

-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인에 대해서 '그놈이 그놈'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놈이 그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 저를 믿고 뽑아주신 만큼 제가 시민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보탬을 드리도록 하겠다. 저는 같이 배부르지 못한다면 같이 굶을 생각이다. 시민들이 아시는 것보다 더 절제하고 솔선수범하고 삼가고 또 삼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의원이 되도록 발로 열심히 뛸 것이다. 기대하셔도 된다."
#김민기 #4.11?총선 #용인을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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