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따온 꽃으로 '화전' 만들어 먹는 학교

[시골 작은 학교의 교육 이야기②] 창의적 체험활동, 이래서 좋아요!

등록 2012.04.29 19:27수정 2012.04.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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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는 바깥활동을 하기에 정말 좋다. 봄을 알리던 진달래, 산수유, 목련꽃은 지고 나뭇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대신 키작은 풀꽃들과 화려한 철쭉, 연산홍이 빛을 발하고 있다. 주변 산의 나무 빛깔도 연한 연두에서 진초록까지 갖가지 색깔로 푸르러지고 있다. 오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으로도 좋지만, 아이들과 산책하고 공부하기에도 너무 좋은 광경이다.

우리 학교는 금요일에 전교생이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봄꽃을 찾아라" 활동을 하였다. 그간 산수유가 피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은 꾸준히 주변의 변화를 관찰하고 느껴왔지만, 이번에는 4시간 내내 봄꽃을 찾고 느끼는 활동을 온전히 것이다. 먼저 1, 2 학년은 학교 뒷산을 가면서 학교부터 산까지 피어난 꽃들을 보고, 4학년은 학교의 자연학습원을 중심으로 관찰을 시작하였다. 3, 5, 6학년은 학교 주변 동네로 걸어가 마을 지리도 익히고 꽃구경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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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자연학습원에서 먼저 봄꽃을 찾아라 활동을 시작한 고학년들 모습입니다 ⓒ 신은희


산에 누워 보는 하늘, 너무 파래요

1, 2학년은 교실에서 먼저 학교주변의 꽃의 이름과 특징을 익히고 나왔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먼저 냉이꽃, 꽃다지, 애기똥풀, 제비꽃, 개불알꽃... 이름을 줄줄 말한다. 미리 못본 꽃중에서는 별꽃을 찾아 보았다. 아이들은 봄맞이꽃과 비슷하지만, 꽃잎 수가 다르다고 하였다. 또 어제 교사들이 학교 뒷산에 먼저 답사 갔다가 캐온 현호색과 붓꽃도 보여주었다. 학교를 벗어나 뒷산으로 가면서는 조팝나무 꽃과 복숭아 꽃을 보며 즐거워하였다. 복숭아꽃엔 유난히 벌이 많아 그 이유를 맞춰보라니, 대부분 복숭아가 맛이 있으니 벌들이 벌써부터 달려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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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가 각자 편하게 풀밭에 누워 하늘도 보고 자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 신은희


15분 넘게 올라가 묘 근처가 아이들이 활동하기에 좋아 터를 잡고 앉았다. 1학년은 제비꽃을 뽑아 맛을 보고 2학년은 꽃을 보다가 하늘을 보고 누워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햇볕에 눈이 부시지만, 하늘이 파랗고 보기 좋다고 하였다. 나도 누워보니 그윽한 나무 향기가 깊게 배어났다. 눈앞에는 마을과 연두빛이 진해져가는 나무들이 보였다. 한참을 그러다 한 아이가 눕다가 밤가시에 찔린 손등이 부어올라 찬물로 부은 곳을 식힌 뒤 산을 내려왔다.

애기똥풀이 물감이 되다니...

산에서 내려오니 다행히 아이 손은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염소를 보러 마을로 들어갔다. 가는 중에 앉기 편한 곳을 골라 모두 앉아 애기똥풀로 그림을 그렸다.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노란 액이 나오기 때문에 교실에서 먼저 특성을 배우고 노란 색으로 칠할 밑그림을 그리고 나온 터였다. 아이들은 제각기 앉아서 노랗게 그림을 그리며 물감같다고 신나라 하였고, 일부는 부족하다며 논둑에서 다시 애기똥풀을 찾으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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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은 가지를 꺾으면 노란 물이 나오는 것이 애기똥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그 즙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신은희


그림을 다 그리고 드디어 염소를 보러 갔다. 3월에 오고 다시 온 건데, 그 때와 달라진 건 주변이 다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주변의 풀을 뜯어 염소에게 먹이고 있었다. 이걸 보니 먼 동물원으로 체험학습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절로 귀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오는 길에는 논에 물이 다 채워져 소금쟁이들이 신나게 노는 광경과 길을 바쁘게 오가는 벌레들도 보았다. 학교로 와서는 자연학습원에 가서 다른 야생화들을 보고 그리는 활동을 하였다. 제비꽃으로 팔찌만들기를 하려고 했지만 너무 얇아 잘 만들어지지 않아 나중에 토끼풀이 나오면 하기로 하였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교실로 와서 본 것들을 그려 작은 책 만들기를 하였다. 반 전체적으로는 활동을 한 느낌을 말하고 꽃을 색깔별로 나눠보고 나무꽃과 풀꽃으로 분류한 뒤 가족들에게 공부한 것을 말해주기로 하고 정리하였다. 사실 우리반 아이들은 2학년인데도 전부터도 꽃이름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었다. "봄꽃을 찾아라" 활동으로 더 많은 꽃을 알고 느끼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생태교육, 감성도 키우고 교육효과도 좋아

우리 학교에서 이 활동을 하는 이유는 먼저 아이들이 자연을 맘껏 누리고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학교에서는 생태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받기 원하고 있다. 학교 안에는 수 년 전부터 자연학습원이 만들어져 생태 연못과 야생화 단지가 있고, 학교 안팎으로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교육환경으로는 최적의 조건이다. 게다가 학교가 농촌에 있어 논과 밭에서 농작물이 자라고 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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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볍씨배양을 한다기에 전교생이 짬을 내어 보러 갔습니다. 모판에 씨를 뿌리는 과정이 콘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루어졌지만, 이런 과정을 처음 보는 지라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한 달 뒤에는 모두 모내기체험도 할 예정입니다. ⓒ 신은희


이런 활동과 교과교육은 어떻게 연결될까? 이 날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하는 것이지만, 학년별로 보면 관련되는 교육과정이 많이 있다. 저학년은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에 계절별 활동이나 꽃만들기, 봄동산 표현하기가 있어 활동을 하고, 2주 전에는 같이 화전을 만들어 먹었다. 미리 먹을 수 있는 풀꽃의 중류를 배우고 진달래꽃, 제비꽃, 쑥을 직접 뜯어다 화전을 만들어 본 것이다.

3학년부터는 과학, 실과를 비롯해, 도덕 등 여러 교과에서 관련 활동이 나온다. 특히 과학에서 식물이나 동물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고, 6학년에 가서는 생태계 전반을 공부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래서 이런 체험학습 날에는 평소 수업시간에 하기 어려웠던 활동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한 활동을 경험해보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과학의 자유탐구주제도 이런 활동과 연관되는 주제로 잡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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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꽃을 따온 것으로 화전 부치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모양도 가지각색이고, 위에 놓은 꽃도 자기 개성에 맞게 진달래, 제비꽃, 쑥 등 가지가지입니다. ⓒ 신은희


우리 학교는 한 달 전에도 전교생이 학교림 정화활동을 하였다. 가는 길에 마을 구경 하고 쓰레기도 주었는데, 가장 좋은 것은 봄을 맞아 움트고 있는 산과 들의 기운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한 달에 거의 한 번은 이런 식의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활동이 시작된 것은 2년 전 학부모 지원사업 프로그램이 학부모들의 교육철학을 반영하여 대부분 생태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부터이다. 올해는 이런 활동을 학교교육과정안으로 끌어들여 최대한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원래 세상을 분석적이기보다는 통으로 인식하는 초등 학생의 특성처럼 모든 교과가 통합적 관점에서 수업을 하고, 창의적 체험활동과 교과와 연계하여 이루어질 때 효과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학교의 이런 교육활동은 교육과정을 연구해온 필자의 눈으로 볼 때 교육효과나 학생들의 성장발달의 관점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이런 점이 좋아요!

그 이유는 이 활동들이 우리 학교의 환경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내용이 대부분 대도시 중심으로 편성되어, 시골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환경과 무관한 내용을 배울 때가 많다. 그래서 공부를 할수록 은연중에 자기를 인정하고 자기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욕구보다는 빨리 자기가 있는 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강해진다. 우리 학교는 주변에 널려있는 풀꽃들이 다 공부의 재료가 되고, 이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를 활동 속에서 조용히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체험학습은 돈 주고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평소 수업시간에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전일제프로그램으로 운영할 때에도 학교와 학교 주변의 산과 들판을 이용하여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요란하게 "녹색"어쩌고 붙이지 않아도 평소 수업시간에, 생활 속에서 교육철학으로 녹아들어 늘 생태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창의적 체험학습이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면서 사기업까지 이 분야에 뛰어들고, 경비가 많이 들다보니 학교활동에서조차 "부익부빈익빈"을 체감하게 되는 부작용도 없다.

세 번째는 많은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한문이나 조기 영어교육으로 악용되는 사례에 비추어볼 때 우리 학교는 초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 모범 사례라고 생각된다. 작은 학교의 특징을 살려 전교생이 같은 주제로 활동을 하면서도, 또 학년교육과정의 특징을 반영하여 활동 수준은 조금씩 달라져 아이들의 수준에도 맞는 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사들도 이 과정에서 생태감수성이 더 풍부해지고 교육활동을 의논하며 서로 유대감이 깊어진다.

요즘 아이들이 자연을 모르고 너무 인공적인 환경에서 사느라 각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런 환경을 만든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전적으로 어른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공교육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이런 활동들이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많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다행히 주변 환경이 좋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의 학생들도 혜택을 수 있도록 교육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창의적 체험활동 #봄꽃 #생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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