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주변 공원 폐쇄 여부 놓고 의견 엇갈려

민관공동조사단 폐쇄 권고에, 주민들 다수 신경질적 반응

등록 2012.05.10 12:07수정 2012.05.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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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열린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 3차 환경기초조사 1단계 결과 주민설명회에서 이동수 민관공동조사단 단장이 환경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한 부영공원의 폐쇄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구청> ⓒ 한만송

일 열린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 3차 환경기초조사 1단계 결과 주민설명회에서 이동수 민관공동조사단 단장이 환경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한 부영공원의 폐쇄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구청> ⓒ 한만송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 주변지역 환경오염조사를 위한 부평구 민관공동조사단(이하 민관조사단)'이 환경오염이 확인된 인천시 부평구 부영공원의 이용 금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부영공원 인근 지역 주민들은 민관조사단과 부평구에 보다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고 상당수 주민들은 공원 폐쇄 반대 의견을 내놔, 구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부평구 부평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3차 환경기초조사 1단계 결과 발표에서 민관조사단은 부영공원이 석유계총탄화수소(TPH)·벤젠(Benzen)·중금속 등으로 심하게 오염됐다고 밝혔다. 이어 1단계 결과만으로도 부영공원 폐쇄와 부영공원 인근 산곡남초등학교 운동장 등에 대한 환경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군기지 주변지역 환경오염 문제에 환경부·국방부·산림청 등의 적극적 개입 등을 요구했다.

 

이동수 조사단장은 "1차 결과, (환경오염) 대책기준을 수십배 넘긴 곳이 발견돼 이같이 권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책기준은 '위험이 있으니 당장 대책을 세우고 정화를 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하고, 다이옥신 오염도 우려되는 만큼 부영공원 이용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수십 년 살아왔지만, 아무 일 없었다" "폐쇄 이전에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라" "매번 운동하지만 피해 없었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민관조사단의 공원 폐쇄 등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네 이미지와 집 값 하락, 주민 동요 등도 걱정하고 있다.

 

산곡3동 여건봉 통장은 "우리 아이들이 모두 산곡남초를 졸업했고, 나도 40년 살았다. 학교에 대한 환경조사를 하려면 인근 프리상뜨아파트를 먼저 해야 한다. 그 자리는 예전에 석유 저장고였다"며 "(최종) 결과가 나왔을 때 공청회를 했어야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신촌조기축구회 유아무개 회원은 "부영공원에 맹꽁이가 서식한다. 사람이 출입을 못할 정도라서 폐쇄를 하는데, 맹꽁이가 서식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부영공원을 폐쇄하는 것은 그곳을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곡2동 주민 김아무개씨는 "17년 째 부영공원 정문 근처에서 살고 있다. 예전에 그곳에서 미꾸라지도 잡았다. 한국군 부대에서 근무한 병사들에게 이상이 있는지 확인했느냐"며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다이옥신이 검출됐는가, 않았는가이다"라며 결과 발표에 신중을 주문했다.

 

이밖에도 산곡남초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결과대로라면 대한민국 주유소 모두 폐쇄해야한다는 것이다. 공원 인근 아파트 조사해서 유류 수치 나오면 폐쇄하고 다른 데로 쫓아내라고 권고할 것이냐"며 "학자 입장에서, 파장도 생각해야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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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조사단은 8일 부평1동 주민센터에서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 3차 환경기초조사 1단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주민의견을 청취했다.<사진제공:부평구청> ⓒ 한만송

민관조사단은 8일 부평1동 주민센터에서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 3차 환경기초조사 1단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주민의견을 청취했다.<사진제공:부평구청> ⓒ 한만송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이동수 민관조사단 단장은 "환경오염 조사 결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덮고 그냥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권고를 한 것이다"라고 한 뒤 "정밀조사에서 우려한 대로 결과가 나왔을 때 그동안 시간이 지나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모든 분들이 정밀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맹꽁이가 서식한다고 해서, 인간에 대한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유류에 의한 인간 피해는 수백가지에 해당하고, 다이옥신·벤젠·납 등의 피해도 그 피해가 헤아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주민과 학부모들은 부영공원 폐쇄 반대 입장보다는 정밀한 환경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부평구생활체육협회 한 회원은 "조사 자체(=결과)에 대한 공표는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맞다.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밀조사를 주문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부평이 오염된 동네처럼 보이는 것이 걱정이다"라고 한 뒤 "건강을 위해 녹지나 공원, 둘레길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아이 건강을 위해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학교에서 친환경 쌀을 먹인다. 큰 오염 부분을 놓치고 작은 부분만 하는 것이 아닌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민들에게 신중한 태도를 요청했다.

 

이어, "긍정적으로 보면, 일부 지자체가 미군기지를 돌려받고 환경문제로 전전긍긍하지만 대책위(=민관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해 주민들이 힘을 합쳐 대응하면 타 지역보다 신속하게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며 "환경부·국방부·산림청 등에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이다. 사안을 길게 보고 지혜를 모아 고민해가며 행정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미군기지 #환경기초조사 #캠프마켓 #부평구청 #부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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