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제발 나가세요"... 간 큰 신입사원들

[파업토크③] MBC-KBS-연합뉴스 '막내' 기자들이 바라본 파업

등록 2012.05.20 15:38수정 2012.05.20 15:38
0
원고료로 응원
MBC, KBS, YTN, 국민일보, 연합뉴스. 역사상 유례없는 '언론사 공동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민일보와 MBC 노조는 이미 파업 100일을 넘겼다. 이들의 요구는 같다. '공정언론 사수'. 이를 위해 사장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언론인 지망생, 언론사 파업을 이끌고 있는 노조위원장, 수습을 갓 떼자마자 파업에 동참한 '막내' 언론인들의 '파업토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말]
이들도 분명 그랬을 거다. "합격을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을 거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같은 국가 공인 시험이 아닌데도 '고시'라는 이름이 붙여져 극강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언론고시'. 그 좁은 문을 통과한 순간, 그들은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듯한 뿌듯한 기분을 느꼈을 거다.

함께 공부하던 동료들의 질투에 가까운 부러움을 뒤로 하고 언론 스터디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이런 상상을 했을 거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취재 현장을 누비며 '거악'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신입기자.

그런데 꿈에 그리던 입사를 하고 수습교육까지 다 마친 지금. 그들은 취재 현장 대신 파업 현장에서 거악이 아닌 '사장님'과 싸우고 있다. 최종면접장에서 간절하게 바라보던 그 사장님과 싸우게 된 가혹한 현실을 이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 17일 <오마이뉴스>는 MBC, KBS, 연합뉴스의 새내기 조합원들을 만났다. 수많은 입사 동기들을 제치고 <오마이뉴스>의 인터뷰이로 '간택(?)'된 이들은 MBC의 이동경 기자(30), KBS의 홍성희 기자(29), 연합뉴스의 김수진 기자(27)다. 파업 중이지만 집회 및 율동연습 스케줄로 바쁘다는 세 사람을 최근 '언론사 파업의 성지'로 떠오른 여의도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인터뷰 장소인 여의도의 한 커피숍으로 들어올 때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터뷰 당하는 건 처음인데다 회사 대표로, 그것도 파업 중에 인터뷰를 하려니 긴장하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자 이들은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언론인 지망생 신분이었던 이들은 현직 언론인이 되어 바라보는 언론사 파업, 채용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세 사람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수진(이하 김) :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 지난해 11월 1일 입사. 5월 1일부터 파업 참여.
이동경(이하 이) : MBC 사회2부 기자. 올해 1월 31일 입사. 5월 1일부터 파업 참여.
홍성희(이하 홍) : KBS 정치외교부 기자. 지난해 8월 1일 입사. 3월 2일부터 파업 참여.

a

여의도공원 파업집회에 참석한 MBC 사회 2부의 이동경 신입기자 ⓒ 이동경


"'이런 기사를 '연합 찌라시'에서 썼을 리 없다' 댓글 보고 충격"

- 왜 언론인이 되었나?
김 : 대학 새내기 때 학교에서 일하시는 청소 어머니와 같이 청소하고 밥을 지어 먹으며 하루를 같이 보내는 행사를 한 적이 있다. 행사를 하고 나서 깨닫는 게 많았다. 행사 이후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학내에 많이 알려졌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잘 캐내어 알려주면 보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언론인이 되기로 했다.

이 : 언론인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준다는 사실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쉽게 타인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자기만 그것을 알고 독점해야 자기 자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인과 언론인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했다.

홍 : 환경 감시나 사회 감시를 하며 사회를 개선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시민단체 활동가 같은. 또한 대학생 때 학생기자를 하면서 취재하거나 글 쓰는 데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을 종합하다 보니 기자가 되었다.

- 수습이 끝나자마자 파업하게 되었다. 소감은 어떤가?
김 : 한참 일을 배워야 할 시기인데 파업에 참여하면서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할까봐 우려했었다. 하지만 입사하고 나서 저희를 계속 가르쳐 주고 혼내고 보듬어 주고 그랬던 선배들이 23년 만에 일터를 박차고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습 끝나고 파업 참여 전까지) 2달 정도 선배들 없이 일을 하는데, 밖에서는 선배들이 공정보도를 외치고 있는데 나 혼자 기자실에 앉아 기사를 쓰는 게 잘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홍 : 일을 못 배운다는 불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파업을 하면서 확실히 배우는 것도 있다. 기자가 좋은 기사를 쓰는 데는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회사의 도움(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KBS는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최경영 기자가 해임되는 상황이다. 공정 방송을 하자는 지금의 파업이 나중에 우리가 좋은 기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 보통 수습 때는 일을 배우다가 많이 혼나기도 하는데, 선배들이 파업 하느라 만날 기회가 없어 그런 경험을 못하니까 (일을 제대로 배우지 못할까 봐) 오히려 두려웠고 걱정도 됐다. 수습이 끝나고 파업에 참여하면서 선배들이 '깨알' 같은 비법을 전수해 주셔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해소 되고 있다.

- 요즘 일과가 어떤가?
이 : 파업 중에도 선배들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오전에는 선배들에게 리포팅과 기사쓰기 교육을 받는다. 오후에는 집회에 참석을 하고 집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방송뉴스를 모니터링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다음날 선배들에게 제출한다. 순번을 정해 6일에 한 번씩 여의도 공원에 있는 텐트에서 노숙 집회를 한다.

홍 : 오전 11시 반에 신관 로비에서 KBS 기자협회 차원의 피켓팅을 한다. 그 시간이 사측 관계자가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외친다. 2시부터는 모든 직종이 함께 모이는 본집회가 열리고, 오후 7시부터는 텐트촌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한다. 그리고 '파업학교'를 만들어서 선배에게 강의를 듣기도 하고, 동기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독서 토론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리셋 KBS 뉴스 9>팀에 소속되어서 뉴스를 만드는 일을 한다. 아. 그리고 파업막내들이 피해갈 수 없는 '율동준비'도 많이 한다.(웃음)

김 : 첫 일과를 오전 8시 50분에 출근하는 사장에게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오전에는 회의를 하거나 노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하기도 한다. 오후에는 명동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가서 파업을 알리는 시민 선전전을 하거나 회사 앞 광장에서 집회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회사 앞에 '공정보도텐트'를 설치해서 돌아가며 텐트를 지킨다.

- 파업 참여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홍 : 일을 하다가 바로 파업에 참여해서 당시에는 충분한 고민을 못했다. 선배들은 부당한 데스킹을 직접 겪었지만 나는 겪지 못해서 그것을 잘 실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왜 파업을 하는지, 어떤 부당한 경험을 했는지를 물어봤다. 또 동기들끼리 뉴스 보도를 모니터하면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토론했다. 그런 과정에서 파업 참여 이유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 : 저 역시 선배들이 내건 파업 이유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했다. 공정방송과 관련된 구호에 대해서 공감은 했지만 실감을 못했기 때문에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이 압도적인 찬성 비율로 파업을 결의하며 MBC에 신뢰의 위기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는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파업 참여 전 14명의 입사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랜 시간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었고 다들 파업 취지에 공감했다.

김 : 저도 역시 불공정한 보도에 대해서 선배들의 말에 머리는 동의를 하는데 직접 겪지 못했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 회사의 기자들이 현장에서 외면 받고, 심할 때는 충돌하기도 했다. 한 선배는 겨울에 쪽방촌에서 1달간 생활하며 체험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그 기사에 "이런 기사를 '연합 찌라시'가 썼을 리가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a

연합뉴스 사회부의 김수진 신입기자가 사회부 선배들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분노하라! 연합뉴스"라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수진



"취업 후 첫 어버이날, 근사한 선물 해드리고 싶었는데..."

- 신입 직원들이 기존직원들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이제 막 경제적으로 자립한 시기인데 어려움은 없나?
이 : 수습이 끝나고 나면 월급이 많아지기 시작할 타이밍에 파업을 하러 왔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취업이 많이 늦어져 얼마 전까지 용돈을 받다가 이번에 취업을 하면서 부모님께 용돈을 챙겨 드릴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3달 만에 용돈을 다시 받게 됐다. 이번 어버이날에 근사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속상했다.

김 : 4월까지 일을 해서 급여가 나왔다. 이거면 좀 더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취직하고 한 번도 근사한 선물을 못해서 어버이날에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약소해졌다.(웃음)

홍 : 입사하고 들어 두었던 적금은 부모님께서 대신 내주고 계신다. 노조에서 일부 임금 보전을 해준다. 언론 노동자이기 때문에 (파업하는 데) 많은 혜택이 있고, 몇 가지 안전판 위에서 파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업장의 파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파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파업해야 할 것 같다.

- 파업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홍 : 저는 <리셋 KBS 뉴스 9>를 선배들과 하는데 1주일에 한 번 방송하는 게 쉽지 않다. 파업 중이라 취재 차량이나 장비 같은 인프라 지원도 전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배들은 굉장히 열심히 하신다. 그동안 파업 전에 못한 뉴스를 하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김 : 입사하면서 선배들에게 "연합뉴스는 통신사이기 때문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늦게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만큼 성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파업하면서 선배들의 성실함을 느꼈다.

이 : 파업 100일 때 전 조합원이 여의도 MBC 남문광장에 모여서 기념식을 하는데 최일구 선배가 성명서를 읽었다. 최 선배가 준엄하면서도 우렁차게 성명서를 읽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 파업이 몇 달을 넘기면서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나?
이 : 저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이제 파업을 대하는 진의가 드러나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분들은 처음부터 이 파업의 취지에 공감을 안 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 : 열심히 파업 하시던 분들이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화가 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한편으로 나는 (혼자라서) 생계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 선배들과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각자의 사정은 이해되지만 안타깝다.

김 : 최근에 보직을 맡고 있는 선배 일부가 복귀를 했다. 많은 비중은 아니라서 파업 대오를 유지하는 데 큰 변화는 없다. 그 선배들이 복귀를 하면서 부장이 혼자 일하는 게 안쓰럽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것도 이해는 된다. 나도 파업 참여 전에 부장님과 함께 있을 때는 그랬으니까. 다만 마찬가지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일부의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다른 파업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업의 절박함이 덜해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 : 사실 그 부분이 가장 지적을 많이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웃고 있지만 실제로 쉬운 상황은 아니다. 우리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공정 보도라는 가치관이다. 그래서 똑같이 파업을 하더라도 그 파업이 보이는 양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정의를 위해서 파업을 하고 있다는 그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생존을 위해서 파업하고 있는 분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파업 이기고 돌아가서 그런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보도하겠다.

김 : 이번 파업을 계기로 언론인들이 자신도 노동자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자들이 일을 하면서 일 자체에 매몰되어 다른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많이 쏟지 못한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비판을 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 : 절박함과 관련해 언론노동자의 특수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싸운다. 언론노동자의 특수한 성격상 자율성과 독립성이 생존만큼 중요할 수 있다. 기사 쓰고 취재하는 일이 가치판단의 연속인데 거기에 대해서 억압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을 때 느끼는 자괴감도 충분히 절박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 파업하는 분들과 우리 사이에서 생기는 간극은 우리 나름의 방식대로 연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 MBC는 계약직 채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용' 계약직 사원도 뽑는다고 한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다른 회사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이 : 지원 가능한 대상이 되는 분들이 좀 고민을 하셨으면 좋겠다. 회사 쪽에서는 쓰다가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채용을 한다. 이런 채용 자체가 부당한 것이고 이런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 오른 사람들이 지원을 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언론인 지망생들은 파업에 찬성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언론사의 문이 워낙 좁아 계약직 채용에 흔들린다고 말한다.
홍 :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상 자율성 없이는 뭔가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뽑힌 계약직 기자들은 애초에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데 제대로 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김 : 언론인 지망생들이 이야기한 것에 공감을 한다. 나도 입사 전에 힘든 시절을 겪었다. 당연히 혹할 것 같다. 그런데 지원을 고민하더라도 처음에 내가 왜 언론인이 되고 싶었는지 고민해본다면 그런 마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a

KBS 정치외교부의 홍성희 신입기자가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희망텐트에서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홍성희


김재철은 '홍길동', 박정찬은 '샤이보이', 김인규는 '지킬 앤 하이드'

- MBC, KBS, 연합뉴스 모두 국민들로부터 지난 4년 동안 정권에 충성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입사 지원할 때 그런 부분 고려하지 않았나?
이 : 나는 오히려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이 MBC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이걸(공정방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언론사는 MBC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향해 투쟁하고 있는 MBC 선배들의 모습이 MBC를 지원한 이유였다.

홍 : 입사를 준비할 때 스터디를 하면서 뉴스모니터를 열심히 했는데 스터디원들과 KBS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김인규 사장 아래에서의 KBS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지금처럼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하는 게 진짜 KBS의 모습이다.

김 : 언론사도 회사이지만 공적인 영역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정치적) 문제는 더 중요하다. 입사 전에도 그런 고민이 있었지만,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줄은 잘 몰랐다.

- 채용 당시 지금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사장이 면접을 봤을 텐데 채용과정에서 괴리감은 없었나?
홍 : 우리(KBS)는 질문이 노골적이었다. 면접에서 '천안함'과 'PD수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내 가치관을 묻기보다는 우리 편인지 다른 편인지 알아보겠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철저히 거짓말을 준비해서 갔다. 솔직히 일단은 입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괴리감과 회의감이 컸다. 면접이 끝나자 언론사에서 기자를 뽑는다는 게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를 뽑는데 왜 이렇게 이념 성향이 중요한가', '(사실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하는 기자를 뽑는다는 취지와 완전히 배치되는데 간부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런 질문을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김 :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채용과정에서 검열은 하는 듯한 질문은 없었다.

이 : 저는 면접 전날 준비를 했는데, 논쟁거리에 대해 최종면접에 나오실 분들이 좋아할 말로 읊어보니 중언부언 되고 엉키더라. 내 생각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내 생각을 말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갔다. (MBC는) 최종면접이 원탁에서 대상자들이 둘러앉아 밥을 2, 3시간 동안 먹으면서 진행되었는데. 당시 김문수 지사 축소 보도 건(지난 연말 MBC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관련 보도를 축소했다는 논란이 있다)으로 말이 많던 시기다. 보도국장이 김문수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물었다. 나는 보도를 축소한 정황이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 자기 회사 사장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 : 김재철 MBC 사장은 '홍길동'이라고 하겠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니까.

김 :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은 '샤이보이'다. 박 사장은 부끄러운 사장이다.

홍 : 김인규 KBS 사장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다. 예전에 우리 김 사장이 '공영방송론'이라는 책을 냈다. 그 책에 온갖 공영방송의 좋은 이야기가 다 들어 있고, 평소에 자기는 한평생 공영방송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 사람이 5공 때 노골적으로 정권을 찬양하는 리포트를 했고, 지금은 특보사장을 하고 공영방송을 망치고 있다. 이중적인 모습이다.

- 사장에게 한마디씩 해달라
이 : 김재철 사장 전공이 사학인데 누구보다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잘 아실 거다. 전공적 관점을 잘 발휘해서 용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김 : 저는 지금도 박정찬 사장을 제 선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후배들을 위해서, 자기 자신이 수십 년간 몸담았던 연합뉴스를 위해서 바르고 빠른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홍 : 사장 대 평직원이 아니라. 같은 저널리스트로서 김인규 사장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사장이 쓴 공영방송론을 스스로 다시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말한 공영방송의 이상이 낙하산 사장이 오는 것인가? 신입으로 빨리 돌아가 일하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나?
이 : 저는 '포클레인' 같은 기자가 되겠다. (기득권자들이) 꽁꽁 숨겨둔 꼼수가 있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기자가 되고 싶다.

김 : 저는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 독자들과 취재원, 같이 일하는 동료,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

홍 : 이번 파업을 통해 배운 것은 자기 성찰하는 언론인이 되어야겠다는 거다. 기자는 권력의 유혹에 잘 빠질 수 있다. 기존 보도 관행이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순응하기 쉬운 점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자기를 성찰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언론사파업 #신입기자 #MBC #KBS #연합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