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나는 꿀, 그 맛 한번 기막히네

[배낭돌이 두 바퀴 실크로드 여행기] 사막에서 채취한 꿀의 맛

등록 2012.05.22 16:13수정 2012.05.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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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떠나는 실크로드 여행길. 타클라마칸 사막 북부 오아시스 마을인 룬타이를 떠나 실크로드 여정의 다음 포인트 쿠얼러로 향한다. 북과 남을 가로막은 산맥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거기에 머리 바로 위에는 바람을 이기려는 듯 뜨거운 열기를 내리쬐는 태양으로 오늘 라이딩 역시 쉽지가 않다.

상점에 들려 시원한 음료로 열기로 가득한 속을 달래고 일행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무거운 페달을 밝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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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하는 이곳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삶 뿐이다. ⓒ 오상용



중국 정부의 개발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이곳이지만 보이는 것만 변할 뿐 그들의 삶의 방식은 과거 그대로 멈추어 버린 이곳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힘들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필자(배낭돌이)와는 달리 흥에 겨운 노래를 부르며 어디론가 향하는 위구르 사람들.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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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도 만년설이 볼 수 있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 오상용


"저 앞에 봐봐 만년설이 장관인데."
"악 ~ 장관이긴 하지만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인걸요."'
"사막도 지나왔는데 산 하나 못 넘어가겠어, 힘내자고!"

이번 실크로드 두 바퀴 여행의 최종 종착점인 우루무치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맥. 하지만 산 정상을 덮고 있는 하얀 눈을 보는 순간 필자(배낭돌이)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자전거를 탄 지 제법 된 일행들은 오히려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곳을 정복한다는 도전에 즐거움을 감탄사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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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높은 산맥을 바라보고 있는 막내 경민이. ⓒ 오상용


투정을 부리고, 화를 내고 한숨을 내뱉어 봐도 어떻게든 넘어야 하는 고비. 나 홀로 넘어야 할 산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수없이 화이팅을 외쳐보지만 길은커녕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자연을 보며 반쯤 정신줄을 놓은 듯한 바보 같은 웃음소리만 새어나온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 버리면 더욱 후회되는 것을.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해 경험하였기에,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은 부족하지만 온 힘을 다해보기를 다짐하고 페달을 밟아 나간다.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 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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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채취한 꿀. 그 맛이 기가 막히다. ⓒ 오상용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멈추어선 일행의 자전거. 부지런히 쫓아가 살펴보니 다름 아닌 꿀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막이 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오는 이 길에서 꽃을 본 적이 없기에 혹 가짜 꿀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직접 채취한 꿀이에요."
"여기 꽃이 없는데, 어떻게 꿀이 있어?"
"왜 없어. 보이지만 않을 뿐 꽃은 물론 꿀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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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며 사막 꿀을 맛보고 즐거워 하는 일행들. ⓒ 오상용


꿀을 판매하는 상인의 말이 조금은 의심이 되었지만 직접 맛을 보라며 권한다. 이곳 꿀이 좋은 이유를 자세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10위안(약 1800원)에 한통을 구매한다.

꿀 구매 후 얼마 가지 않아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상점을 발견. 구매하면서도 일행들과 진짜 가짜에 대해 논의를 하였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온 꿀을 물에 타 흔들어 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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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며 바라 본 아름다운 자연 경관. ⓒ 오상용


"에이~~~ 진짜 꿀인데. 맛이 기가 막혀."
"어 그래요? 오 진짜 꿀이었어. 역시 아직 세상은 거짓보다는 진실이 많은 세상이야."

상인이 판 꿀은 진짜였고, 상인의 말대로 그 맛은 국내에서 먹었던 어떤 꿀보다 기가 막혔다. 향만 가득한 꿀이 아니라 적당한 단맛과 부드러움 그리고 글로는 형언할 수 없는 맛이 있었다.

상인을 의심했던 지난 시간이 미안할 정도로 맛있는 꿀. 그림같이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멀리서나마 의심했던 상인에게 바람을 통해 미안함을 전한다. 꿀을 즐기며 말 그대로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긴다.

토막이야기 :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는 신장지역은 사막과 인접하지만 수량이 풍부해 당도 높은 과일이 많다. 사막 주변으로 짧은 기간동안 피고지는 꽃이 많아 도심 외곽(사막 근처) 꿀을 채취하는 곳이 여럿 있다고 한다. 미국 에리조나, 사하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맛이 좋은 자연산 꿀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막 근처로 모인다고 한다. 사막은 물론 거대한 산맥과 풍부한 수량이 있는 신장위구르 꿀은 그야말로 맛이 좋은 자연 꿀, 명품 꿀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행 #자전거여행 #사막 #꿀 #진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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