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도령되다

촉석루와 의암 그리고 교방문화

등록 2012.05.27 10:07수정 2012.05.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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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광한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인 촉석루. ⓒ 김동수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깊고/ 불 붙는 정련은/ 사랑보다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릿답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흐르는 남강, 정지된 의암... 논개 절개를 보여주고 있어

수주(樹州) 변영로 선생의 '논개'입니다. 봄이 아닌, 이미 여름이 되어버린 26일(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촉석루를 찾았습니다. 진주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동네입니다. 때마침 25일부터 27일까지 논개제 기간이었습니다. 변영로 선생 논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 다운 혼
어이아니 붉으랴/ 아!강낭콩 꽃 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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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가 왜장 게야무라 후미스케[毛谷村文助]를 껴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던 '의암'(義巖).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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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영정 ⓒ 김동수


논개가 왜장 게야무라 후미스케를 껴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던 거룩한 절개를 시구 하나 하나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논개가 게야무라를 껴안고 뛰어든 의암은 촉석루 바로 밑에 있습니다. 걸어 1분 거리도 안 됩니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분들은 생각보다 작고, 낮은 물깊이때문에 조금은 낙심할 수 있지만 남강은 말없이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 깊고 불붙는 정련은 사랑보다 강했"던 논개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빠! 의암에 건너가면 안 되잖아요."
"위험하지 않아."
"아빠 그래도 빠지면 어떻게해요. 겁나요."
"괜찮다니까? 논개가 여기서 왜장을 껴안고 떨어졌잖아."

"막둥이도 건너오고 싶어?"
"응."


딸 아이는 의암에 건너가지 말라며 애원했지만 처음으로 의암에 건너갔습니다. 논개의 절개가 온몸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 정신만은 남강과 함께 도도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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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에서 바라본 촉석루 ⓒ 김동수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교방문화'체험이 색달랐습니다. '교방'(敎坊)이란 "① 고려 시대, 기녀들에게 가무 따위를 가르치는 관청을 이르던 말 ② 조선 시대, 장악원의 좌방과 우방을 아울러 이르던 말"입니다.(다음백과사전)

촉석루에서 아리랑 등 우리 가락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가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고 장구와 북을 치면서 얼마나 즐거웠해는지 모릅니다. 옛날 기녀들은 매우 수준 높은 학문을 가졌던 분들이었지요.

색다른 교방문화 체험... 막둥이 도령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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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에서 교방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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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김동수


우리 아이들 눈에 들어온 것은 한복이었습니다. 딸 아이는 기녀들이 입었던 옷을 입었고, 막둥이는 도령이 되었습니다. 교방문화가 결코 천한 문화가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우리 전통 노래듯이 교방을 통해 이어졌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우리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것을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로 여기는 것이 더 문제인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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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문화 체험을 한 딸 아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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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령이 된 막둥이 ⓒ 김동수



"막둥이 완전히 도령이다. 도령!"
"아빠 더워요 더워. 옷 벗어면 안 돼요?"
"입고 있어봐. 정말 멋쟁이다."
"서헌이는 정말 예쁘고, 귀엽다. 새각시같다."
"아빠 정말 예뻐요?
"그럼. 저기 임금님 자리에 앉아서 임금님 행사 좀 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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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문화 체험을 한다며 한복을 입고 지엄하신 임금님이 된 아이들 ⓒ 김동수


500년 후를 살아가는 우리,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작은 던짐 필요

아이들은 좋아라했습니다.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문화를 강요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 어른들이 해야 할 귀한 일입니다. 촉석루에서 바라본 남강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오랫동안 진주 시민들 젖줄이 될 것입니다. 날씨가 여름이지만 촉석루는 산들바람과 강바람이 함께 어울려 땀을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약 500년 전 논개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과연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생명을 바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내 작은 것을 포기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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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에서 바라본 남강 ⓒ 김동수


#논개 #촉석루 #교방문화 #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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