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신문이 못하는 일, 시민기자가 할 수 있습니다"

[찜! e시민기자] 대구경북의 지역문화 지킴이, 정만진 시민기자

등록 2012.06.07 11:14수정 2012.06.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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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경상북도도 아니고 의성군이다. 역사유적으로 가득 찬 경주시나 안동시도 아니고,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기초자치단체' 의성군의 역사와 문화를 무려 마흔여섯 번에 걸쳐 훑었다. 정만진 시민기자의 '의성여행' 연재기사 얘기다.


경북 의성의 곳곳에 숨어 있는 유적과 이름난 곳을 직접 찾아 발로 누비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의 생생함을 더해 이야기한 '의성여행'. 새해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시작해, 6월 5일 46화 기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도 아니고 고향도 아닌 곳을 이처럼 꼼꼼하고 부지런하게 들여다보다니, 정말 대단한 근성이다.

6월 첫째 주 '찜! e 시민기자'의 주인공은 정만진 시민기자다. '대구경북면의 터줏대감'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뽐내고 있는 정만진 시민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만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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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옆에서, 아내 김명희가 찍은 정만진 시민기자의 사진. 6월 6일 아침 사진이니 정말 '근영'이다. ⓒ 정만진


- 일단 독자님들께 자기소개와 근황부터.
"단편집 <강 선생의 겨울>(푸른나무), 장편소설 <딸아, 울지 마라>(월간문학 출판부) 등을 쓴 소설가로, 개인 사진전도 10번 열었습니다. 해직교사를 거쳐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대구시 교육위원으로 있었고, 지금은 대구시민의료생협 창립준비위원회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2004년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제도를 아주 흥미롭게 여기던 차에 어떤 분이 '직접 활동'을 권유하셔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분기별로 학교신문을 발행하는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때도 신문부 활동을 했기 때문에 본래 언론에 관심도 많았습니다. 아마 사범대를 다니지 않았으면 언론계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주로 여행과 문화, 교육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주고 계신데요, 전문성과 함께 현장감이 넘치는 여행기사가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바쁘실 텐데 어떻게 시간을 내고 여행지를 선택해서 여행을 다니시는지요?
"일이 있어 어떤 곳을 가게 되면 그냥 돌아오지 않고 꼭 그 일대의 여행지를 찾습니다. 새벽에 출발하거나 밤늦게 돌아오도록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지요. 그리고 반드시 사진을 찍고 여행기를 남깁니다. 지금은 그것이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만.

계획을 세워 여행을 다닐 때에는 미리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 분야의 책을 읽습니다. 관계기관의 홈페이지도 훑어봅니다. 현장은 여유가 나는 날 찾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이미 현장에 가서 보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는데, 그것이 사는 재미의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행복하다', 제가 지은 '명언'입니다."

"여행은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기다리는 사람은 행복하다'"

- 1월 초부터 지금까지 '의성여행'을 연재하셨습니다. 모두 46편이 나갔는데요, 정말 대단한 근성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의성'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불국사에 가면 다보탑 보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도 찍을 수 없습니다. '여행은 자연 속에서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데, 번잡한 곳은 오히려 정신적 피로감을 줍니다.

조용히 다닐 수 있는 산이나 답사지에도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충분히 내재되어 있습니다. 물론 경주도 두루 다녀보았습니다. 그런 곳은 제가 아니라도 많은 분들이 다루어줍니다. 주변과 고향의 역사와 문화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자신과 가족, 지역공동체를 사랑하는 정신이 소멸되지 않겠습니까. 누구에게든, 어느 곳에든 소중한 인간적 자연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빠르게 비인간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곳을 다루면 당장 그 기사를 보는 독자는 적겠지만 그런 꼭지 수가 많아지면 <오마이뉴스>의 독자 총수는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의성 군민들, 그곳이 고향인 분들, 어떤 이유에서든 의성에 관심이 있는 분들, 낯선 여행기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는 분들 등이 <오마이뉴스>를 알게 될 것입니다. 대형 종이신문이 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지리적으로 경북의 중간에 있어서 의성을 선택했는데, 앞으로 경북 전역을 두고두고 답사할 예정입니다."     

- '이렇게 꼭꼭 숨어 있는 문화재와 유적들을 어떻게 찾았을까' 하고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 소재들을 다 어떻게 조사해서 동선을 짜시는 건지, 제보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는 먼저 '군지'를 읽습니다. '군립' 도서관을 찾습니다. 관련 서적들을 읽고, 군의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뒤집니다. 면 단위, 그리고 마을 단위끼리 얽힌 지리적 역사적 인간적 연결 관계를 알기 위해섭니다. '여행 반 공부 반'인 셈이지요. 쓸 내용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전화 제보는 없지만, 현장에 가보면 그곳 분들께서 적극적으로 말씀들을 해주십니다. 제가 나중에 기사를 프린트해서 그분들께 보내드린 적도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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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 정만진 시민기자. 딸 정연지가 2009년 7월 28일 찍음. ⓒ 정만진

- 의성 군민들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일 것 같습니다. 혹시 의성지역 독자들한테서 칭찬이나 격려, 또는 오보(?)에 대한 지적을 받으신 일은 없으신지요?
"대구권 사람들은 고맙다고 느껴도 '고맙다'고 잘 표현하지 않지만,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고맙다'고 표현하지도 않습니다."

-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휴식과 문화기행을 겸해 떠날 수 있는 의성여행 코스를 한번 제안해주신다면?
"여름이니까 빙산사지 5층석탑이 있는 춘산면 빙계계곡이 좋습니다. 한나절 물놀이를 할 수 있고, 얼음이 얼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빙혈과 풍혈도 대단합니다. 인근에 우리나라의 두 번째 모전석탑인 탑리5층석탑도 있고, 의성읍을 지나 북쪽으로 점곡면 만취당에 가서 한석봉 선생 글씨를 보며 넓은 마루에 시원하게 좀 누웠다가, 단촌면 고운사를 찾아 금강송 길을 걸으면 최고이지요. 1박을 한다면 의성읍에서 자고 봉양면 소재지의 탑산온천과 마늘소 먹거리타운을 들르는 것이 제격입니다."

"내가 쓴 기사가 대구경북면 잉걸목록에 여럿 떠 있으면..." 

- 대구경북면은 사실 시민기자 수도 적고 <오마이뉴스> 전체 지면 가운데 '비인기 지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느끼고 겪는 애환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제 주재기자도 있으므로 시민기자들까지 힘을 합쳐서 더욱 적극적으로 취재를 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루는 범위도 넓히면 앞으로 분명히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합니다. 제가 쓴 글들이 대구경북면의 잉걸목록에 여럿 떠 있을 때 '애'를 느낍니다."

- 대구시 교육위원을 지내셨습니다. 그러면서 기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부지런히 해오셨는데요, 대구경북이 워낙 보수적인 곳이라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할 때 그런 점이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혹시 기사 때문에 좀 '섭섭한' 소리를 듣지는 않으셨나요?
"종종 '그러지 말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는 기류가 강하면 그 사회는 문이 닫힙니다. 며칠 전에도 '대구 정치 여행'을 주제로 한 기사를 썼더니 '정만진 너! 대구사람들한테 잘못하단 몰매 맞아 죽는다'는 댓글도 달렸더군요.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집의 일반전화를 팩스 전용으로 쓰기 때문에 협박전화는 걸려올 수가 없습니다."  
 
- 학교폭력과 자살사건 때문에 대구가 불명예스러운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지역의 교육인사로서 마음이 참 무거우시리라 짐작되는데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한몫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치가 일방통행인 것처럼 문화적으로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이 갇혀 지냅니다. 시민들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전시행정에 몰두할 뿐 진정성이 없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 지금까지 400여 편의 기사를 써주셨습니다. 그 가운데 정 기자님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기사를 딱 하나만 꼽는다면 어떤 기사일까요?
"2011년에 1년 동안 쓴 '역사유적과 문화유산 답사로 보는 대구의 풍경' 연재 기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1 대구 방문의 해'를 '스스로' 기념하여 53회에 걸쳐 썼습니다. 책으로도 두 권 출판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편집부와 시민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편집부 여러분! 제가 쓴 엉뚱한 글들을 읽고 또 고치시느라 노고가 많으십니다. 시민기자 여러분! 좋은 양식을 제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렵지만, 우리 시민기자들이 한국언론의 향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꾸준히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립시다."
#의성여행 #정만진 #찜이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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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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