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등 연예인' 김학도와 기념사진의 '불편한 진실'

'나홀로 입학생'들의 특별한 나들이, <오마이뉴스> 제5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

등록 2012.06.15 20:39수정 2012.06.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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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14일 오후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잡은 메뚜기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 유성호


개그맨 차승환씨가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봤다. 한 어린이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차씨는 곧바로 노래 한 곡을 청했다. 쭈뼛쭈뼛하던 아이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동요 '올챙이와 개구리'.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쑥∼" 나오자 박수 장단이 더해졌고, "뒷다리가 쑥∼"부터는 슬슬 합창으로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로서는 생소한 경험일 것이다. 도시학교 어린이들과 달리,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합창, 그 자연스러운 행위가 그들에게는 매우 낯선 일이다.

초등학교에 혼자 입학한 친구들이다. 학교에 1학년이라고는 달랑 혼자다. 전교 1등도, 전교 꼴등도, 나 혼자 차지다. 이들의 합창이 매우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흐뭇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이지만, 동시에, 현재 우리 농어촌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살풍경'이기도 하다.

"아저씨는 47등 연예인이지만, 여러분은 모두 전교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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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열린 '제5회 나호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위한 입학식에 일일강사로 나선 개그맨 김학도가 학생들에게 직접 싸인을 해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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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초청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 일일강사로 나선 개그맨 김학도와 차승환과 함께 축하 기념케익을 자르고 있다. ⓒ 유성호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2008년부터 이들을 '나홀로 입학생'이라 불렀다. 언뜻 부드럽게 들리지만, 냉혹한 현실을 담아낸 표현이다. 그런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자는 취지로 여는 행사가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다. 올해로 다섯번째다.

14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제5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열렸다. 올해는 29개 학교에서 나 홀로 입학한 형제와 함께 서울 나들이에 나선 2명을 포함, 모두 31명의 학생이 놀이공원과 어린이박물관 등에서 함께 즐기는 2박 3일의 특별한 나들이에 함께 했다.

강원(5명), 경상(11명), 전라(10명), 충청(5명)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 그 앞에 개그맨 김학도·차승환씨가 함께 섰다. 특히 김학도씨는 더불어 입학식은 물론,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 행사에도 몇 년째 개근중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늘 생각하면 돼요. 내 꿈이 뭔지 일기장에 계속 적으세요. 그럼 그 꿈이 이뤄질 거예요. 아저씨는 47등 연예인이지만, 여러분은 모두 전교 1등이잖아요?(웃음) 많이 웃어요. 그래야 성공할 확률도 높아져요. "

'나홀로 입학식' 기념사진 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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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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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성 어린이박물관에서 체험학습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김학도·차승환씨의 공동진행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로 이어졌다. 기념 케잌 커팅 시간에는 지원자가 '정원'을 상당히 초과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교육전문기업인 비상교육이 마련한 책 선물을 받고 꺼내보며 함께 즐거워하는 친구들 모습은 여느 입학식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념촬영 시간,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비로소 입학식다운 광경에 부모님들의 셔터 누르는 손길이 바빠졌다. 그들이 올 봄에 각자 경험한 입학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일찍이 '나홀로 입학식' 기념사진을 본 일이 있었다. 전교생보다 동네 어른이 훨씬 많은 입학식 사진, 그 따뜻한 축하의 크기만큼이나 '나홀로 입학생'의 안타까움을 대변하는 그 '독사진'.

행사에 처음 참여한 차승환씨는 "놀랍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시대에 입학생이 혼자라는 것, 사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면서 "그런 학생들이 함께 모여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 모두 잘 자라길 바란다"고 소감을 표시했다. 이어 "내년에도 얼마든지"란 말로 2013년 입학식 참석을 약속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 참석하는 것"이라고 개근의 변을 밝힌 김학도씨는 "혼자 학교 다니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이 쓸쓸히 크지 않도록, 더 자주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란 말로 개그맨 이전에 두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전했다.

행사 참석 어머니 "덕분에 풋고추 농사 정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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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14일 오후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에서 축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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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이 14일 오후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열린 레크레이션 수업 도중 벌칙으로 친구를 등에 업고 뛰고 있다. ⓒ 유성호


그래서일까, 부모님들의 기쁨은 큰 듯 했다. 강원 왕산초등학교 김나연·김가영 학생 어머니 손주희(41)씨는 "앞서 입학식 때 동네 분들이 다 와서 함께 축하해줘서 참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 아이가 안 돼 보이기도 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전남 염산초등학교 야월분교 임승원 학생의 어머니 임민영(47)씨는 유쾌하게 "무조건 좋다"고 하면서 한편 '실속론'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와서 풋고추 하우스 농사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었다"면서 "농사 짓는 부모님들이 많다 보니 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인솔 학생의 남다른 사연으로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학생이 부모님이 없어 2박 3일만이라도 부모가 돼 주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다"는 임영선 선생님(48·여)은 "여기 오길 정말 잘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산수나 영어 문제 하나보다 세상을 열어주는 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오마이뉴스>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이런 일을 하는 언론사도 있나 싶었지만,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올해로 다섯번째란 사실에 그냥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함께 입학식 사진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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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 입학식 기념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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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초청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 일일강사로 나선 개그맨 김학도와 차승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초·중학교는 6학급, 고교는 9학급을 최소 적정규모 기준 학급으로 분류하고 학급당 학생수는 20명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많은 농어촌 분교는 폐교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실제로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자료를 봐도, 초·중·고교 1만 1131곳(2011년 4월 1일 기준) 중 20명 이하 학급당 학생수 규모의 학교는 3138곳으로 전체 27.7%가 통폐합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학교의 86.3%(2708곳)는 읍·면 또는 농어촌 벽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농어촌 최소의 '생존 단위'인 학교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나홀로 입학생도, '형식적으로는'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른다. 허나 동시에 농어촌의 '폐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은 자명하다. 경제적 논리로 '나홀로 입학생'들을 바라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사는 곳에서, 그들의 입학식 사진에서, 또래 친구들이 더 많이 나타나게 하는 것. 그것이 어른들이 '진짜' 해야 할 일이고, 진짜 농어촌 살리기다.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 기념사진이 담고 있는 진실이기도 하다.
#나홀로 입학생 #더불어 함께 입학식 #오마이뉴스 #김학도 #차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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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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