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람 맞으며 걷는 제주올레 20코스

갯바위에 피어나는 야생화 군락, 내 꽃밭이었으면...

등록 2012.06.25 09:51수정 2012.06.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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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0코스
지난 5월 26일, 제주올레 20코스가 개장됐다. 제주올레 20코스는 김녕서포구에서부터 시작해서 김녕성세기 해변-성세기 태역길-동부하수처리장-월정 밭길-월정해수욕장-쑥동산-행원포구-구좌 농공단지-좌가연대-한동리 계룡동정자-평대리 해수욕장-벵듸길-세화포구-세화오일장/세화해수욕장-해녀박물관으로 이어지는 16.5km의 해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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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동산 올레 쑥동산 올레 ⓒ 김강임


파란 김녕 바다...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이고

조그만 제주도 김녕포구에 제주바람이 머물렀다. 작은 포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날이 얼마나 될까. 5월 26일 10시, '제주바람이 사납다' 하지만 이날 김녕포구의 제주바람은 살랑살랑 봄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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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포구 제주올레 20코스 개장날 김녕포구 ⓒ 김강임


이날 김녕포구는 북새통이었다. 지역 인근마을 주민들이 외지사람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모습이 이 마을 사람들의 인심. 길이 열리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올레꾼들 사이로 김녕바다가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제주바다. 날씨까지 좋으니 김녕 바다는 말 그대로 파랗다. 가슴까지 파랗게 물드는 바다. 그 바다를 안고 걷는 길이 바로 제주올레 20코스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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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올레 갯바위 올레 ⓒ 김강임


해변이 아름다운 성세기 해변길

김녕포구에서 1.2km를 걸으니 하얀 백사장이 펼쳐졌다. 성세기 해변길이다. 성세기 해변길은 외세 침략을 막기 위한 작은 성(새끼 성)이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처럼 해변은 참으로 고왔다. 겨우 1.2kn를 걸어놓고 제주의 고운 바다에 감탄을 하다니, 길을 걷다 뒤돌아보니 개장 길을 기다려온 올레꾼들의 행렬이 피난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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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야생화 갯바위에 피어나는 야생화 ⓒ 김강임


갯바위에 피어나는 야생화 군락, 내 꽃밭이었으면...


태역길에 접어들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제주바람이 옷을 적신다. 길을 걷는 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다니. 입고 있던 웃옷 하나를 벗으니 살갗에 파고드는 제주바람, 5월의 바람이 향긋했다.

성세기 태역길의 매력은 갯바위에 덕지덕지 붙어서 피어나는 노란야생화 군락. 지천에 깔린 야생화가 올레꾼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바람에 흔들렸다.

여느 식물원보다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갯바위 길, 태역이란 제주말로 '잔디'를 일컫는다. 정말이지 잔디 밭길을 밟는 기분은 푹신푹신하다. 이 길은 김녕 환해장성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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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수확 밭길 올레의 마늘 수확 ⓒ 김강임


월정리 밭길과 마을길은 서정적인 길

제주 올레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길이 밭길, 검은흙과 흙룡장성처럼 엮어진 돌담은 제주올레 또 하나의 특별함. 월정 밭길이 바로 서정적인 길이다. 밭길과 이어진 월정리 마을 안길은 조금은 외롭고 고독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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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안길 올레 마을 안길 올레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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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뭇가사리 작업 마을안길 올레 우뭇가사리 작업 ⓒ 김강임


인기척이 없는 조용한 시골마을에는 간간히 마늘 수확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제주도 농촌은 농번기가 아닌가. 행여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숨죽이며 걸었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마늘수확을 하는 월정마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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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 포구 행원포구와 올레꾼 ⓒ 김강임


요란하지 않고 겸손한 바다와의 만남

밭길 끝에는 여지없이 바다다. 이날 월정바다와 김녕 바다는 쪽빛바다다. 말로만 쪽빛이란 말을 들어본 사람들은 이 길을 걷다보면 쪽빛 바다가 어떤 색깔인지를 몸으로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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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올레 바당올레 ⓒ 김강임


요란하지 않고 겸손한, 시끄럽지 않고 고요한 바다, 파도마저 사라진 김녕바다. 길을 걷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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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도댓불 김녕 도댓불 ⓒ 김강임


조금은 비스듬한 언덕길을 지나니 김녕 도댓불과 정자가 올레꾼들을 맞이했다. 잔디와 어우러진 등대. 도시의 화려한 조형물은 아니지만 심심한 올레길에서 만나는 도댓불에 올레꾼들의 발걸음을 멈췄다.

배낭에서 김밥과 커피를 꺼냈다. 돗자리도 깔지 않고 털썩 주저앉으니 심심이 평화롭다. 적당히 내리쬐는 햇빛,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바람, 그리고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다.

한적한 포구는 올레꾼들의 아지트

제주올레 20코스의 특징은 포구와의 만남이다. 해변길이다 보니, 마을마다 포구와 만날 수 있었다. 한적한 포구는 한꺼번에 몰려든 올레꾼들 때문에 북새통이다. 포구에 서니 마을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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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해수욕장 하도 해수욕장 ⓒ 김강임


특히 행원포구는 길을 걷는 올레꾼들의 아지트. 행원포구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는 곳이 광해군 기착비, 조선 제15대왕인 광해군이 제주도에 유배 올 때 내렸던 기착지가 바로 이곳이란다. 옛날에는 제주도가 유배지였지만, 요즘에 제주도는 선택받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더욱이 제주올레는 특별한 사람들만 걷는 길이다.

15.5km를 걸으니 세화해수욕장이다. 매주 5일과 10일에 장이 서는 세화오일장. 이날은 조용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 왔으면 장에서 파는 제주 고기국수와 뻥튀기라도 사서 먹을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다림과 인내를 배운 달짝지근한 올레길

오후 3시, 드디어 20코스 종점인 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간세다리' 걸음으로 걷다보니 5시간 정도 소요됐다. '걸으명 쉬멍'이란 말이 생각났다. 박물관 동산에서 흘러나오는 제주해녀 공연 노래가 구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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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 올레 행원올레 ⓒ 김강임


바다를 가슴에 안고 걸었던 제주 올레 20코스, 쫌쫌히 엮어진 밭길을 걸으며 여유를 부렸고 좁은 마을길을 걸으며 고향 길을 기억했다. 포구 길에서 기다림을 배웠고, 갯바위에 피어나는 노란 야생화 길에서 인내를 배웠다.

2012년 저물어가는 5월, 제주올레 20코스의 추억은 달짝지근한 맛이었다. 종점인 해녀박물관에서 이 마을 주민들이 선물로 준 빨간 당근 주스처럼.
#제주올레 20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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