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세종시 출범식도 불참? "해도 너무해"

[지역언론 별곡 380] 지역 무시하는 MB... 호남 이어 충청민심 '부글부글'

등록 2012.06.30 21:10수정 2012.07.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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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세종시 출범식 불참에 '허탈'
세종시 반감있나? 이대통령 출범식 안온다
"이 대통령, 세종시 출범식 불참 납득 못해"

대전충청권 언론들이 연일 대통령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분노와 서운함, 배신감 등이 제목에서부터 가득 묻어나고 있다. 임기 말에 이르자 아예 지역의 중요 현안마다 외면하기로 작정한 것일까. 지역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처사에 지역민들의 비난이 거세다.

두 달 전에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불참해 '천박하고, 오만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드셌다. MB는 5.18기념식에 4년째 내리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호남에 이어 이번에는 충청권의 분노가 뜨겁다.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특별자치시 공식 출범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부터다. 7월 2일 역사적인 지방분권 출범식 현장에 불참할 것이라는 지역언론의 잇단 보도는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가득 붓는 형국이다.

대통령, 세종시 출범식 불참... 주민들 부푼 기대에 '찬물'

이 대통령, 행정개편위원들과 환담 이명박 대통령이 2월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강현욱(오른쪽 두번째)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위원 24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한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어젠더로 내세워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 및 민간분야의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세종시의 정부 직할 특별자치시가 올 7월 공식 출범하게 됐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신행정수도 건설공약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위헌판결 등 정권이 바뀌면서 10여 년 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6개 중앙행정기관이 올해 안에 입주하는 등 2014년까지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 등 모두 36개 기관이 이전할 준비가 갖춰졌다. 대한민국의 행정수도격인 세종시 출범은 중앙에 집중된 행정의 지역분산이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수도권과 서울중심의 중앙집권적 권력구도를 분산시키고, 행정과 경제집중을 완화시켜 지방분권과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많은 지역주민들은 세종시 출범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누구보다 대전충청권 주민들은 대한민국 발전의 새로운 성장 거점이 된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9월부터 국무총리실 청사운영팀 선발대를 시작으로 중앙행정기관이 계획대로 2014년까지 세종시로 모두 옮기게 되면 중앙정부의 지방시대가 본격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동안 지역이 꿈꾸던 청사진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그런데 중대한 역사적 순간에 대통령이 출범식 현장을 외면한다는 소식에 지역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7월 2일로 예정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기념식에 대통령이 불참할 것이라는 소식에 지역민심은 분노와 서운함, 배신감으로 뒤범벅됐다.

"행사 준비 다 해놓았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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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가 6월 29일 1면에 내보낸 기사.(인터넷신문 캡쳐) ⓒ 대전일보


대전충청권 인터넷신문인 <디트뉴스24>는 6월 28일 '이명박 대통령 세종시 출범식 불참'이란 제목의 속보기사를 통해 "행정안전부 세종시 출범 준비단(단장 이재관) 관계자는 이날(28일) 오전 <디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께서는) 안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신)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국회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전했다. 기사는 "청와대 핵심 인사는 '실무적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밝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대전일보>는 6월 29일 이와 관련해 세 꼭지 기사를 동시에 내보냈다. 우선 'MB의 엎질러진 물'이란 칼럼을 통해 신문은 서운함을 표했다. "'세종시가 아무리 미워도 출범식날은 오겠지'라고 믿고 있던 충청주민들의 기대가 일순간 무너졌다"는 칼럼은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수정안이 부결됐다고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거야'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칼럼은 이어 "충청도 사람들이 이 대통령의 세종시 출범식 불참에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세종시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7일 대전에서 열렸던 기초과학연구원 개원 기념 국제심포지엄 개회식에 참석했을 때도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 세종시를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통령 불참 이유에 대한 해석도 내놓았다. "그래도 '세종시 출범식은 꼭 참석하겠지'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세종시 출범식에 오지 않는다"며 "충청도 사람으로서는 이 대통령이 공들여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된 이후 세종시를 버렸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칼럼은 전달했다.

"대통령 세종시 버렸나? 헬기 한번 띄우면 수십 분 거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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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가 29일 4면에 내보낸 기사.(인터넷신문 캡쳐) ⓒ 충청투데이


신문은 칼럼 외에도 이날 '세종시 반감있나? 이대통령 출범식 안온다'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지역민들은 'MB정권의 수정안 때문에 국론분열을 가져오고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혼란을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이 (세종시) 출범행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잊혀질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면서 "균형발전 차원과 차기정부에 세종시 정상건설 메시지를 주기위해서라도 참석할 것을 기대 했지만 지역민들의 기대가 무너졌다"고 주민들 반응을 대신했다.

이어 기사는 "세종시 출범 준비단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출범행사를 준비했으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행사로 축소했다"는 결론으로 서운함을 대신했다. 신문은 또 다른 기사 '한번뿐인 세종시 출범식 날 대통령 와야'에서도 "대통령 입장에선 세종시 출범이 내키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지만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축하할 경사고, 따라서 도시건설 목표가 실현되도록 뒷받침해줘야 하는 건 당연한 책무"라며 "헬기 한번 띄우면 수십 분 거리에 있는데다 딱 한번 뿐인 행사에 결심하면 못 올 이유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충청투데이>는 이날 '세종시는 이대통령 기다린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서운함과 함께 내심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기사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에 자족기능을 강조하는 이른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충청권과 갈등을 빚은 바 있어 이번 불참이 '그 연장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28일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세종시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대신 김황식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는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전국 지방지 언론사 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세종시 방문'을 공언한 바 있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세종시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사는 "이 대통령이 2009년 당시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세종시 출범에 대해 '마땅찮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5.18기념식·지방분권 출범현장 불참, 이러고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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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5월 18일자 1면. ⓒ 전남일보


이 외에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4년 연속 불참했다. 그래도 올해는 마지막 임기의 해인만큼 참석할 것으로 광주시민들은 믿어왔다. 그런데 대통령은 끝내 기념사도 보내지 않았다. 2010년과 2011년엔 대통령이 보낸 기념사를 국무총리가 대독하게 했지만 올해는 국무총리 기념사로 대체했을 정도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연이은 5.18기념식 불참은 민주화에 대한 천박하고 오만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시민들도 "5·18 홀대는 물론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에 문제가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지만 이에 대한 본인의 사과나 해명 한마디 없다.

임기 말에 접어든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세종시 출범식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은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5.18기념식과 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시 출범식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닌 때문.

무엇보다 지역을 떠나 국가·역사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외면하는 사람이 과연 이 나라 최고 국정책임자라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되기 전 후보 시절, 그토록 번지르르하게 지역을 찾아다니며 표를 구걸하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대선을 앞두고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는 이유다.
#세종시 #대통령 불참 #지방분권 #5.18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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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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