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를 세우는 진실

두 개의 문을 보고

등록 2012.07.15 11:15수정 2012.07.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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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국가가 국민의 요구를 강압적으로 억눌렀고 묵살했다는 것입니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에 인터뷰이(당시 현장을 지켰던 칼라TV 기자)는 용산참사의 진실에 더 가깝게 근접할 수 있는, 경찰이 망루에 진입하는 순간의 영상이 녹화되어 있지 않은 것을 두고 "여기서 영상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과 함께 증언한 내용이다. 영화 <두 개의 문>을 보면서 영화 내내 귓가에 맴돌던 단어는 "진실은.."이다.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 올랐던 세입자들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 같이 '진실'을 찾고 있었다.

경찰과 세입자가 입장과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인정할 만한 진실이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실을 말하다 보니 세입자의 편에 서게 된 이들을 의심하며 진정성을 조롱하는, "진실이 조롱받는 시대"에 이들은 진실을 찾고 있다.

단순히 용산참사가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의 근원에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되고 조롱받는 현실이 놓여있다. 한일정보협정, 4대강, BBK, 그리고 통진당 사건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진실 앞에 내 존재를 열어 그 진실 앞에 바짝 엎드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익과 나의 경험에 근거해 현실을 어그러뜨린다. 진실 앞에 정직하게 대면하지 않은 행위의 누적이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이 세상을 파괴하고, 이 땅의 생명들을 살해한다.

자신의 존재를 다하는 삶을 목말라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 앞에 자기 존재를 다하려는 자들의 삶을 우습게 여기며, 오히려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진실이 조롱 받는 시대"에 진실을 찾는 이들이 바로 구도자다.

영화는 참사의 발단이 된 빠른 진압을 명령한 누군가로부터의 전화 한통, 용산이 참사의 현장이 되었던 재개발의 역사,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간성을 상실한 경찰특공대의 역사, 억압과 폭력의 구조 속에 국민을 위하고 사랑하는 순수한 동기로 자기 판단과 이성을 마비시켜 살인에 동참했던 말단 지위의 사람들, 스스로 인간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권력에 종노릇하는 사법부의 현실을 보여준다. 용산참사의 왜곡되고, 은폐되고, 조롱된 진실과,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고, 조롱한 자들의 행태가 낱낱이 폭로되고 있다.


거짓 진실을 폭로하는 참 진실. <두 개의 문>이 소리치는 그 진실이 가슴을 울린다.

용산참사의 진실 앞에 이 땅의 질서가 온전히 세워지길 소망한다. 국민을 섬기기 위한 국가가 국민을 살해한 진실 앞에 죄 값을 치러야 할 자들이 죄 값을 받고, 위로를 받아야 할 자들은 위로를 받는 질서가 바로 잡히길 소망한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다. 진실 앞에 이 땅이 질서가 잡히길 바라는 그 것 하나면 된다.

<두 개의 문> 엔딩 크레딧에는 배급위원 834명의 이름이 모두 실려 있다. 모든 질서가 어그러진 것 같은 절망감이 밀려 올 때 이들의 이름이 참 위로가 됐다. 진실 앞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질서를 세워가는 사람들의 존재가 너무나도 감사했다.

나 스스로를 진실을 선취하여 이 땅의 올바른 질서를 세워간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나의 책임이 없는 것처럼, 국가의 폭력 앞에 방관자로, 진실 앞에 게으름뱅이로, 행동하지 않는 떠벌이로 섰던 나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 이 땅의 현실에 애통해하며 이 땅의 바른 질서를 세워가는 존재가 되길 간절히,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두 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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