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50년 동안... 이 숲 굉장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①] 전남 화순 모후산 삼나무 '치유의 숲'

등록 2012.07.20 19:15수정 2012.07.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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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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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길 삼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뤘습니다. 누군가 공들여 심은 작은 나무가 50년 지나 누군가의 삶을 치유하는 생명의 숲이 되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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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낀 아침 태풍이 다가옵니다. 약속된 일이 있어 전남 화순 모후산에 가야합니다. 아침에 하늘을 보니 한뼘정도 파란 하늘이 보이고 곧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습니다. ⓒ 황주찬


태풍이 몰려옵니다. 제주도에서 카눈(제7호 태풍 열대과일 이름)이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지난 18일 아침 일입니다. 눈 뜨자마자 베란다로 달려갔습니다. 남쪽하늘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이 검은 구름사이에 손바닥만큼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아직 여수는 비와 바람은 없네요.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전남 화순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여수에서 큰 바람 등에 지고 '치유의 숲' 모후산(母后山) 삼나무 숲에 들었습니다. 모후산은 화순군과 순천시에 걸쳐 있는데 전라남도에서 세번째(918.8m)로 높습니다.


이곳에 독림가(篤林家) 하문섭씨가 심은 삼나무 6만 그루가 있습니다. 그 나무들 사이사이로 숲길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에 뽑힌 이곳을 만나려고 태풍 부는 날 산에 들었습니다. 하씨는 모후산 북쪽 산비탈에 1961년부터 65년까지 4년간 6만 그루 삼나무를 심었답니다.

올해로 나무 심은 지 꼭 50년이 지났군요. 그동안 무럭무럭 자란 삼나무가 피톤치드 내뿜는 '치유의 숲'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화순군청에서 국도 15호선을 타고 순천 주암쪽으로 달리다 유천제라는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끝까지 달리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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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모후산입니다. 멀리 숲해설가 김복임씨가 걸어갑니다. 산에 오면 정상가기 어렵답니다. 이것저것 둘러보면 정상 오를 생각 없다네요.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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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고추나물 애기고추나물이라는 꽃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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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과 잠자리 노루오줌 꽃대위에 잠자리가 앉았습니다. 장마와 더운 날씨에 가을이 떠오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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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원추리 노란원추리에 검은 개미가 걸어갑니다. 꿀을 따가는 걸까요? 비옥한 땅에 피어난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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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차이 옛날 거리 가늠하려고 오리(2km)마다 심었다는 오동나무 열매입니다. 지난해 떨어진 열매와 올해 맺힌 열매가 나란히 땅에 누웠습니다. 태어날 때 순서는 있으나 세상 떠날때 순서는 없나봅니다. ⓒ 황주찬


이끼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야말로 '녹색지대'

모후산 북쪽 비탈 쪽 골짜기 양 옆에 삼나무 군락이 있습니다. 이 산은 몸에 좋은 풀이 지천이라 약초꾼들이 몰래 감춰두고 알려주지 않는답니다. 그 숲에 닿았습니다. 말처럼 신기한 풀과 나무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함께 간 숲 해설가 김복임씨가 이 꽃과 저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손에 확대경까지 꺼내들고 설명에 열을 냅니다. 확대경을 좁쌀만 한 꽃에 들이대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조그마한 꽃이 생명을 이어가는 방법이 참 신기합니다. 그 말 듣고 있는데 어디선가 시원한 물소리가 들립니다.


재밌는 설명 듣고 고개 들어 주위를 보니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숲 이야기를 정신없이 들으며 걸었습니다. 어느새 삼나무 군락에 닿았습니다.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곧추 선 숲길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골짜기 돌 틈 넘는 물소리는 귓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바위와 나무는 모두 녹색입니다. 물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이끼가 온 세상을 뒤덮었네요. 숲이 그야말로 '녹색지대'입니다. 제주에는 큰 바람 불고 있다는데 이곳은 조용합니다. 어미 품 같은 모후산에 드니 포근함이 한층 더합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는 하늘 향해 젖힌 후 하염없이 서 있었습니다. 편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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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세상은 너무 커도 보이지 않지만 너무 작아도 잘 안보입니다. 15000원짜리 확대경이 사람을 도와줍니다. 살다보면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겸손한 눈으로 세상을 봐야합니다. 내 눈 앞에 벌어지는 일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진실이 아닐때가 너무 많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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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딸기 산딸기도 종류가 많답니다. 빛이 작은 생명에게 부딪칩니다. 한알한알 반사되는 빛이 참 곱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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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재 계속 걸으면 용문재가 나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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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이끼 소나무에 이끼가 내렸습니다. 졸졸 흐르는 물가 바위도 이끼가 앉았습니다. 온 세상이 녹색지대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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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편백나무 숲길도 있습니다. 다양한 수종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군락을 만들었습니다. ⓒ 황주찬


화순, 순천 사람 발품 모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숲길

막혔던 코가 뻥 뚫립니다. 가슴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언제나 숲은 몸과 마음을 정성껏 어루만져줍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숲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어느 순간 빗방울 하나가 얼굴을 때리더군요. 정신이 퍼뜩 납니다. 태풍 몰려온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습니다.

조용한 숲이지만 비바람이 함께 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겠죠? 큰 바람이 곧 불 테니 이곳을 서둘러 떠나야합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오랫동안 숲에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모후산에 다시 발 들일 기회 있으면 삼나무 숲길 지나 고개 너머 유마사까지 걸어보겠습니다.

산꼭대기 인근에는 고려인삼을 최초로 재배했던 곳도 있다니 그곳도 찾아가봐야지요. 그러고 보니 이 숲길은 화순과 순천 인근 사람들 발품 모여 만들어진 길이군요. 삼나무 숲길 을 벗어나면 나오는 유치재(누룩재)는 과거 화순 동복면과 순천 송광면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였답니다.

또, 용문재라는 곳에는 산양삼 씨받는 '씨받이밭'도 있고요. 재 너머 유마사 내려가는 숲길 주변에는 숯 가마터도 있답니다. 각종 산약초와 야생화가 피는 아름다운 길이라네요. 그야말로 이 길을 걸으면, 옛 사람들 숨결과 살아있는 자연생태계를 만나게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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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지대 물가 바위에 내려 앉은 이끼가 피로한 눈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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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 화순군청 산림소득과 이희선씨와 숲해설가 김복임씨가 직접 찍은 사진을 바라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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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후산 어머니 품같은 모후산입니다. 약초꾼들이 꽁꽁 숨겨놓은 산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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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 꽃 이름이 여로입니다. 오래전 인기드라마 '여로'가 생각납니다. 물론 그 드라마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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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리 모후산 삼나무 숲길 가려면 유천리로 가야합니다. ⓒ 황주찬


'쉼'이 필요하세요? 모후산에 오세요

2007년 큰 비 내려 길이 사라졌을 땐 군에서 돈 들여 정비도 했답니다. 그후 군에서는 이곳을 잘 다듬고 있습니다. 등산객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합니다. 복잡한 삶가운데 잠시 '쉼'이 필요하세요? 그럼 약초꾼들이 숨겨놓은 '모후산'으로 오세요. 느긋한 마음으로 삼나무 숲길 걷는 겁니다. 흐르는 땀이 몸과 마음에 쌓인 고민을 깨끗이 씻어 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모후산 #화순군 #생명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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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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