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벌써 가을이 오는 건 아니지?

[포토에세이] 산책길에 만난 친구들

등록 2012.07.21 18:20수정 2012.07.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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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의 꽃술 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물레나물의 꽃술입니다.
물레나물의 꽃술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물레나물의 꽃술입니다.김민수

태풍이 장마를 멀리멀리 날려버렸나요? 태풍이 끝나자마자 태양이 지글지글,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흐릅니다.


가까운 산길을 따라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집을 나섯습니다. 너무 집에서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은 곳, 물 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물레나물이 길가에 흐드러졌습니다. 꽃모양이 물레를 닮아서 붙은 이름인데, 꽃술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타오르는 불꽃, 7월의 햇살보다 더 뜨거워 보입니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배꼽을 닮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며느리배꼽은 가을에 익는 건데 조금 빠릅니다.
며느리배꼽며느리배꼽을 닮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며느리배꼽은 가을에 익는 건데 조금 빠릅니다.김민수

며느리밑씻개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는데, 사이사이 며느리배꼽이 송글송글 열매를 맺고 익어갑니다. 아직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며느리배꼽이 익어갈 무렵이면 가을이어야 정상이거든요.

조금 빨리 익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자연은 조금 빨라도 늦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빠르다고, 늦다고 타박하지 않지요. 빨리가지 못해서 안달하고, 조금 늦으면 타박하는 것은 사람밖에는 없을 걸요?

털이슬 작지만 예쁜 꽃을 피우는 털이슬, 작은 이슬방울들이 송송이 털이슬 털에 맺혔습니다.
털이슬작지만 예쁜 꽃을 피우는 털이슬, 작은 이슬방울들이 송송이 털이슬 털에 맺혔습니다.김민수

이전에 만나긴 했지만 갓 피어나는 털이슬을 만나지는 못했는데 행운처럼 만났습니다. 작은 솜털에 맺힌 이슬방울까지 담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상황이 그리되지 못했습니다.


태양이 뜨겁지만 숲길 그늘진 곳엔 정오가 되어가는데도 이슬방울들이 달려있습니다. 냇가에 발을 담그니 뜨거웠던 몸이 평정을 되찿습니다.

돈 없이도 쉬엄쉬엄 쉴 수 있는 곳들이 많은 곳에서 살아가야 사람같이 살아갈 텐데, 도시에서 돈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잘 살아보겠다고 '돈돈'하는데, 결국은 그 '돈'에 발목을 잡히고 삶도 저당을 잡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을 내일에 저당잡히고 살아가는 사람들, 내일이 오면 또 그 다음날을 위해서 그날을 저당잡히겠지요. 돌고도는 다람쥐 챗바퀴처럼 말입니다.

쇠뜨기 일액현상의 대가 쇠뜨기, 제 몸 속에서 내어놓은 물로 만든 이슬방울입니다.
쇠뜨기일액현상의 대가 쇠뜨기, 제 몸 속에서 내어놓은 물로 만든 이슬방울입니다.김민수

그랬습니다. 그냥 바라보니 마음이 편했어요.

저 쇠뜨기가 저 곳에 피어난 뒤로 매일매일 저 이슬방울 맺지 않은 날 없었겠지요. 그것을 누가 봐주기나 했을까요? 칭찬이라도 해주었을까요?

그래도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게 자신의 삶이니까요.

누가 봐주지 않아도 자기대로 살아가는 것, 우리가 배워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안달하는 우리들이다보니 행복하지 못합니다. 행복해지려면 그냥 자기의 삶, 주어진대로 살아가며 스스로 자족하는 것입니다.

미꾸리낚시 이파리 벌써 가을이 온듯 단풍이 들었습니다.
미꾸리낚시 이파리벌써 가을이 온듯 단풍이 들었습니다.김민수

가뭄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미꾸리낚시는 본래 그렇게 빨리 단풍이 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며느리배꼽을 보고 '설마 가을?'했는데, 미꾸리낚시의 단풍을 보니 '정말 가을?'하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 가을은 멀었습니다. 아직 여름이 채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조금 무덥고 짜증이 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아니라도 뙤약볕에 익어갈 벼와 그 햇살을 필요로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니 뜨거운 여름, 제대로 여름이어야지요.

그래도 추운 겨울보다는 견디기 쉽지 않나요?

덧붙이는 글 | 7월 21일(토) 경기도 양평 부근에서 담은 것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7월 21일(토) 경기도 양평 부근에서 담은 것들입니다.
#물레나물 #가을 #며느리배꼽 #털이슬 #쇠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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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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