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도 'MB 사과'에 진정성 못 느껴

보수언론 모니터, <문화> "측근 비리 사과하면서 또 다른 측근 챙겼다"

등록 2012.07.25 17:34수정 2012.07.25 17:34
0
원고료로 응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중략)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 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2차례 사과한 것부터 시작해 세종시 이전 계획 철회,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비리 문제까지 총 6차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조선> "대통령 사과 생중계 YTN만, 참회했다면 이런 식 안했을 것"

하지만 야당과 시민들만 아니라 보수언론 마저도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배를 갈아탄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레임덕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이 대통령이 보수 언론마자 외면함으로써 '식물 대통령'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은 아주 흥미로운 비판을 했는데, 이 대통령 사과가 갑작스럽게 그것도 35분 전에 고지함으로써 공중파 방송은 생중계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회견 시간을 공중파 3사가 새누리당 경선 후보 토론회를 중계하는 시간대로 잡고 그나마 회견 35분 전에야 회견 사실을 급하게 고지했다"면서 "그 바람에 대통령 회견은 YTN만 중계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대통령이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회하는 마음을 담아 사과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회견을 했을 리 없다." -25일자 <대통령 사과, '진심' 느끼는 국민 얼마나 될까> 제목 사설에서

a

이명박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해 "생각할 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마저도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 동아닷컴


<동아일보>도 '이 대통령의 사과, 진정성 있나' 제목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은 며칠 전부터 나왔고, 그 시점은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을 기소할 때쯤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런 예상을 깨고 마치 뭔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전격적으로 사과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과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한 법이다. 일각에서 기록용으로 남기거나 사과하는 모양새만 갖추려고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동아> "기록용으로 남기려고...", <문화> "사과하면서 측근 등용하나"

<문화일보>는 측근 비리 사과하는 날, 김영호 전 통일비서관을 인권대사에 박정희 대변인에게는 홍조근조훈장을 수여한 것을 두고, "측근 비리 사과하면서 또 다른 측근 챙겼다"고 질타했다. <문화>는 25일자 <측근 비리 사과하면서 또다른 측근 챙긴 이대통령> 제목 사설에서 "두 사안의 단층선(斷層線)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해 그 배경인 친인척·측근의 권력비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서 공분(公憤) 수위에 대한 정무 오판과 책임회피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세 측면의 문제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의혹 터미널로 지목돼온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사건 및 내곡동 사저(私邸)스캔들도 그렇다"면서 "국회 국정조사 내지 특별검사 수사에 대한 '어색한 침묵' 그 일변도도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이 관련된 의혹에 대해 어물쩍 넘어간 것을 비판했다.

보수우익 정치인인 이동복 전 국회의원도 <조갑제닷컴> 올린 '허망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담화' 제목 글에서 "이 대통령의 사과 담화 내용은 한 마디로 허방(虛妄)하다"며 "사과할 일도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 있고 또 무언가 책임지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라고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책임지라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담화에서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질책'이 답지(遝至)해야 할 모양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 언론이 이명박 대통령 사과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MB사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이동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