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을 빼고 부여를 논하지 말라

[김수종의 부여 여행기 3] 부소산성에 올라 삼천궁녀들을 기리다

등록 2012.07.26 11:11수정 2012.07.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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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유명한 부여에서 즐긴 연잎밥은 나름 매력있는 식단이었다. 나는 점심을 마치고는 다이어트에 좋은 연잎차를 한잔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규암면에 위치한 '백제문화단지'로 이동했다.

 

백제문화단지는 찬란했던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리고자 백제왕궁인 사비궁, 능사, 위례성, 고분공원 등을 재현했고, 단지 내에는 백제역사문화관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롯데부여리조트 등이 있어 역사문화체험은 물론 교육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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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궁 사비궁의 정문 ⓒ 김수종

▲ 사비궁 사비궁의 정문 ⓒ 김수종

단지는 지난 1994년부터 조성이 되어 2010년에 완공이 되었으며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세 시간 정도면 산책과 체험이 가능하다. 우리들은 입구에 있는 역사문화관은 나중에 보는 것으로 하고 우선 정양문을 통과하여 사비궁으로 들어선다.

 

사비궁은 백제의 왕궁 가운데 최초로 재현된 곳으로 실제 사비궁의 전체는 아니지만 왕이 정치를 하던 공간인 치조(治朝)를 복원한 곳으로 백제건축의 특징인 하앙(下昻)주심포 양식으로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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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궁의 정전 웅장하다 ⓒ 김수종

▲ 사비궁의 정전 웅장하다 ⓒ 김수종

가장 볼만한 곳은 왕이 신하들과 국사를 논하던 정전인 천정전(天政殿)으로 사비궁의 중심이다. 왕의 즉위의례, 신년행사를 비롯하여 각종 국가의식, 사신을 맞이하던 곳으로 왕궁의 핵심구역이다. 그 규모가 서울에 있는 경복궁의 정전만큼 크다.

 

이외에도 정전의 출입문인 천정문, 왕이 문관들과 집무를 보던 동궁의 정전인 문사전(文思殿), 신하들의 집무실인 연영전, 왕이 무관들과 집무를 보던 서궁의 정전인 무덕전(武德殿), 신하들의 집무실은 인덕전 등이 볼만하다.

 

아울러 궁궐의 우측에 복원된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들어진 백제의 왕실사찰인 '능사(陵寺)'도 부여읍의 능산리에서 발굴된 유구의 규모와 동일하게 재현되어 있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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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사 5층목탑 ⓒ 김수종

▲ 능사 5층목탑 ⓒ 김수종

이곳은 '뜻이 크게 통한다'는 의미로 법화경의 철학을 담은 사찰의 출입문인 대통문(大通門 )을 시작으로 38m 목탑을 재현한 능사5층목탑과 대웅전이 눈길을 끈다. 이외에는 강당인 자효당, 숙세각, 부용각, 향로각, 결업각 등이 복원되어 있다.

 

또한 능사의 뒤편에 사비시대 귀족들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횡혈식 석실분 6기, 황구식 석곽분 1기도 의미있는 볼거리다. 크기는 길이가 3m를 넘지 않고 폭은 1m~8m까지 높이는 1m 내외로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백제의 고분형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사비궁의 좌측에는 사비시대의 가옥을 재현해둔 생활문화마을이 있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용인의 '한국민속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에는 요즘으로 보자면 총리인 대좌평의 가옥과 계백장군의 집, 중류계급과 서민의 초가 등 10여 채가 복원되어 있다.

 

나는 민속촌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빈집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우물에서 물을 조금 떠서 세수도 하고, 채전에서 토마토를 하나 따서 맛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곳으로 맨 안쪽에 복원된 위례성이다. 사실 이곳은 약간 생뚱맞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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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성 초가 ⓒ 김수종

▲ 위례성 초가 ⓒ 김수종

서울이나 하남시에 있어야 할 위례성을 부여에 복원한 것도 그렇지만, 2000년도 다 된 유물을 과연 제대로 고증하여 복원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위례궁과 땅을 파서 기둥을 세우거나 박아 넣어서 만든 건물인 고상가옥(高床家屋), 개국공신인 마려의 집, 온조왕의 숙부인 우보 을음의 집, 망루 등이 있어 잠시 둘러보았다.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큰 부지인 3200㎡규모에 70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투자되어 만들어진 곳이지만, 아직은 조성초기라서 그런지 별다른 맛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좀 더 조경을 하고, 왕이나 신하, 군인, 백성들로 분장한 사람들이 실제로 왔다 갔다 하면서 활동하는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능사에서만 스님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이 보였지, 단지 전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문화 예술 공연도 지속적으로 유치, 진행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았다. 아무튼 나오는 길에 간 백제역사문화관에서는 나름 부여의 역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여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백제문화단지를 관람한 우리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이웃한 '정림사지(定林寺址)'로 갔다. 정림사지는 6세기 중엽에 창건된 왕실사찰로 백제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한 절이다. 현재 부여에 남아있는 유일한 백제유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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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 정림사지5층석탑 ⓒ 김수종

▲ 정림사 정림사지5층석탑 ⓒ 김수종

사찰의 구조는 남북 일직선상의 중문, 탑, 금당, 강당 순으로 백제가람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높이 8m의 국보 제9호인 정림사지오층석탑이 가장 볼만했다. 백제장인들이 만든 정돈된 형식미와 세련되고 완숙한 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좁고 낮은 단층기단과 각 층 우주에 보이는 민흘림, 살짝 들인 옥개석 기단부, 낙수면의 내림마루 등에서 목탑의 기법도 엿볼 수 있다. 기존 목탑의 모방에서 벗어나 창의적 변화를 시도하여 완벽한 구조미를 확립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석탑의 시원양식으로 의미있는 탑이다.

 

아울러 탑신부에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점령한 다음 승전기념문으로 새긴 '대당평백제국비'가 있어 아픈 역사의 모습도 느낄 수 있는 탑이다. 우리들은 석탑과 그 주변을 둘러본 다음, 우측에 있는 '정림사지박물관'으로 들어가 내부에 있는 백제시대 중 가장 화려했던 사비의 불교유적을 두루 살펴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오층석탑을 본 감동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다시 '부소산성(扶蘇山城)'과 백마강, 고란사(皐蘭寺), 낙화암을 둘러보기 위해 '부소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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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시내 부소산에서 본 부여 ⓒ 김수종

▲ 부여시내 부소산에서 본 부여 ⓒ 김수종

부소산은 106m 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부여를 한눈에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고 산책로가 무척 좋아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소나무 군락, 상수리나무 군락, 졸참나무 군락이 있어 삼림욕장으로도 의미가 있는 관광코스다.

 

이곳에는 평시에는 왕실후원으로 전시에는 최후 방어성으로 이용되었던 둘레 2.2㎞에 이르는 토성인 부소산성이 있고, 성내에는 서복사지, 영월대지(迎月臺址), 해맞이를 하던 영일루(迎日樓), 식량을 저장하던 군창지, 달맞이를 하던 송월대지(送月臺址), 사비루, 낙화암, 백화정, 고란사,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삼충사, 궁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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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낙화암 위의 있는 정자다 ⓒ 김수종

▲ 정자 낙화암 위의 있는 정자다 ⓒ 김수종

산성 아래를 흐르는 금강의 하류인 백마강은 고대 중국과 일본으로 가는 교역로였고, 북쪽 절벽은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할 때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고사로 유명한 낙화암이 있다.

 

낙화암 아래 백마강에 임하여 삼천궁녀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고란사가 있다. 이 절 뒤편의 암벽에서 솟아나는 약수는 백제왕들의 음료수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약수터 주변에 자라는 고란초는 고사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은화식물로 그늘진 바위틈에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다.

 

낙화암 아래의 백마강 물굽이에는 당나라 소정방의 일화로 유명한 조룡대(釣龍臺)가 있으며, 낙화암의 위쪽에는 백제의 여인들을 추모하여 이름 지은 백화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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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궁녀들을 추모하는 절이다 ⓒ 김수종

▲ 고란사 궁녀들을 추모하는 절이다 ⓒ 김수종

우리들은 산성 전체를 둘러보고, 낙화암 위쪽에 있는 백화정까지 올랐다가 내려와 고란사를 거쳐 약수를 마셨다. 그리고 고란사 앞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백마강을 거슬러 올라 강과 낙화암을 멀리서 조망한 다음 구드래 선착장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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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 백마강의 황포돚배에서 바라본 낙화암 ⓒ 김수종

▲ 낙화암 백마강의 황포돚배에서 바라본 낙화암 ⓒ 김수종

비가 많이 와서 정신이 없었지만, 백마강은 물이 많아 배를 타기에 좋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낙화암의 풍경과 비와 함께 쓸려간 궁녀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숙연해지기도 했다. 당일치기 짧은 여행을 마친 우리들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부여의 특산품인 대추토마토를 한 상자 사서 나누어 먹으면서 귀경했다. 즐거운 사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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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의 특산 대추토마토 정말 속이 깊고 맛있다 ⓒ 김수종

▲ 부여군의 특산 대추토마토 정말 속이 깊고 맛있다 ⓒ 김수종
#부여군 #백제문화단지 #백마강 #낙화암 #부여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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