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관광객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 충북을 걷다 (21)] 산막이길 2

등록 2012.07.28 14:09수정 2012.07.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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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고 적적한 산막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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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넝쿨길 ⓒ 이상기


진달래동산 내리막길에서 우리는 다시 괴산호를 바라본다. 황포돛배 모양의 유람선과 비닐 덮개를 한 유람선이 오고 간다. 물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다래넝쿨길이 조성되어 있다. 비닐하우스 형태로 둥글게 지주대를 세우고 그 바깥으로 망을 씌웠다. 아직 다래잎이 무성하질 않아 둥근 원통형의 길이 보인다. 마치 청룡이 굽이치며 올라가는 형상이다.


아, 그런데 이상하다. 하루 관광객이 3000명이나 몰린다는 산막이길에 사람이 없다. 가끔 한 두 사람 마주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5시 45분이다. 해는 서쪽 천장봉 너머로 넘어가고 있다. 산막이길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모두 산막이 길을 떠날 시간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면서 걷는다. 하루 동안의 피로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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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전망대 ⓒ 이상기


우리는 이제 나무로 만든 데크를 따라 고공전망대에 이른다. 고공전망대는 40m 절벽 위에 세워진 망루로 괴산호를 조망할 수 있다. 우리가 지나온 산막이 선착장도 보이고, 호수 건너 산자락의 환벽정도 보인다. 그런데 망루에는 10여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 좁고 길게 물 쪽으로 돌출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충북 인터넷방송과 잠시 인터뷰를 한다.

괴산바위, 엉덩이 나무, 호랑이굴

산막이길에서 다음 만나게 되는 것이 괴산바위다. 바위가 고자(古字) 산(山)자를 닮았다. 그런데도 괴산바위라 이름 붙인 것은 괴산군의 심벌마크에 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벌마크의 핵심이 뫼산(山)자이다. 산은 자연을 상징하고, 인간을 품고, 우리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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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벗은 미녀 참나무의 엉덩이에 앉은 한성준 대원 ⓒ 이상기


바위를 지나면 호수전망대에 이른다. 호수전망대는 고공전망대와는 달리 길을 따라 넓고 길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이곳에는 또한 산막이 옛길을 노래한 시판이 걸려 있다. 그곳에는 질주의 본능을 내려놓고 세상을 잊자고 쓰여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질주는 아니더라도 서둘러 얼음바람골, 앉은뱅이 약수를 지나 옷 벗은 미녀 참나무에 이른다.


옷 벗은 미녀 참나무라니, 참 이름도 특이하고 설명도 기가 막히다. "아름다운 여인이 옷을 벗고 엉덩이를 보이며 무릎을 꼬고 앉아있는 듯한 기이한 형상이다. 40여 년생 참나무로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성준 대원이 미녀 엉덩이 위에 앉아 호탕하게 웃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웃음을 주는 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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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 ⓒ 이상기


산막이길은 스핑크스 바위, 여우비 바위굴, 매바위, 호랑이굴로 이어진다. 스핑크스 바위에는 '산막이옛길이 아름다워 스핑크스가 이곳으로 잠시 관광을 왔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여우비는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말한다. 매바위는 바위가 매의 형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불려오고 있단다. 호랑이굴에는 1968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을까?

출렁다리를 지나 산막이옛길은 끝나고

곧 이어 우리는 노루샘을 지나 연화담에 이른다. 연화담은 이름 그대로 연꽃이 피는 연못이다. 원래는 천수답이었으나 산막이옛길을 조성하면서 연꽃을 심어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연에서는 꽃봉오리가 쑥쑥 올라오고 있다. 일주일 후면 활짝 필 것 같다. 다음에 들른 망세루에서는 조금 멀지만 괴산댐을 조망할 수 있다. 괴산댐이 생기면서 그 상류에 괴산호가 만들어졌고, 괴산호로 인해 산막이옛길은 더 운치 있는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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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댐 ⓒ 이상기


괴산댐은 칠성면 사은리 지역에서 달천을 막아 조성한 중력식 콘크리트 댐이다. 높이가 28m이고, 길이가 171m이다. 1957년 완공되었으며, 홍수조절용이기보다는 발전용 댐이다. 발전소의 최대출력은 2600kW이며, 연간 11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괴산댐으로 인해 칠성면, 문광면, 청천면의 일부가 물에 잠겼다. 댐의 만수위는 135.7m이고, 유역면적은 671㎢이며, 저수량은 1500만㎥이다.

망세루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소나무 출렁다리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정사목으로 이어진다. 나는 소나무 출렁다리 쪽을 택한다. 평상시 같으면 사람들이 많아 출렁다리를 탈 수 없을 테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다. 말 그대로 출렁다리이기 때문에 양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겨야 한다. 그래도 스릴이 있다. 설령 떨어진다고 해도 땅으로부터의 높이가 1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안전사고의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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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밖 벤치에서 괴산호를 바라보는 사람들 ⓒ 이상기


출렁다리 쪽으로 가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괴산호를 볼 수 있다. 출렁다리를 지난 언덕에는 벤치를 만들어 놓아, 앉아서 괴산호의 조망이 가능하게 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차돌바위 선착장도 보인다. 여기서 길은 다시 정사목, 소나무 동산 방향으로 이어진다. 정사목은 말 그대로 사랑을 나누는 나무다.

소나무 동산은 소나무 등 나무를 심어 인위적으로 조성한 일종의 공원이다. 그곳에는 화강석으로 만든 인공조형물이 있다. 대개 가족 구성원, 남녀 간의 사랑 등을 표현했다. 우리는 동산 가운데로 나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관광안내소 방향으로 나간다. 그곳에는 2100년 11월 11일 괴산군에서 세운 산막이옛길 기념비가 있다. 이곳에는 우리를 맞아 저녁을 대접하기 위해 괴산군 숲해설사 엄남희씨와 법무사 연규민씨가 나와 있다.  

사오랑 마을에서의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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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랑 마을의 대학찰옥수수 포장 ⓒ 오숙규


우리는 이들과 함께 숲이랑 사오랑마을로 간다. 마을 식당에는 이미 저녁이 준비되어 있다. 돼지고기도 굽고, 장도 끓이고, 상추도 씻어놓고, 맛있는 김치도 만들어 놓았다. 거기다 고생했다고 이곳의 막걸리도 준비해 놓았다. 밥을 먹기 전에 마을 대표인 소진호 위원장이 마을 자랑을 한다.

"사오랑 마을의 60여 가구 주민은 대부분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감자와 고구마, 대학찰옥수수와 고추, 브로콜리와 배추, 애호박과 오이, 인삼 등이 대표 작목입니다. 그리고 일부 주민은 더덕, 산마늘, 두릅, 천년초, 산야초 등을 재배합니다. 또한 가을이 되면 이들 농산물을 이용, 된장도 만들고 절임배추도 만들어 팝니다. 더욱이 산자수명한 자연환경 덕에 숲생태 체험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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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옛길 ⓒ 이상기


자랑이 한도 없다. 농가소득도 다른 마을의 두세 배는 된다고 한다. 곧 이어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한다. 금방 만든 음식이라 다 맛이 있다. 그러고 보니 매일 저녁은 성찬이다. 이게 다 정이고 시골 인심 덕이다. 충북의 걷기길을 함께 탐사하는 길벗들도 좋지만, 가는 곳마다 만나는 새로운 벗들도 참 좋다. 새벗들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가르침을 주고, 우리는 그들에게 삶의 의욕을 주는 것 같다.

절반의 탐사에 대한 회고

우리는 지난 5일 동안 길거리에서, 집에서, 일터에서 현지 주민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생한 정보를 얻었다. 그것이 이처럼 글로 정리되고,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되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전달되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었다. 아니, 알거나 배운 정도가 아니라 체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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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교를 건너 청원군에서 괴산군으로 넘어오는 대원들 ⓒ 이상기


우리는 영동에서 출발, 옥천, 보은, 청원, 괴산을 두 발로 걸어왔다. 말 그대로 닷새째 '걸어서 충북 속으로'를 하고 있다. 이번 탐사가 열흘간으로 계획되어 있으니, 꼭 절반의 탐사가 끝난 셈이다. 앞으로 괴산, 충주, 제천을 거쳐 단양에 이르면 '생생 충북탐방'은 끝이 난다. 지금까지 탐사조, 지원조, 취재조가 유기적으로 협조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둬왔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일정에 차질은 없을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우리는 숙소인 외사리 마을체험관으로 가 여장을 풀고 하루를 정리한다. 방도 넓고 이불도 깨끗하고 시설도 좋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하루 종일 비가 올 거라고 한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가물어 비 온다는 소식에 오히려 기분이 좋다. 그러고 보니 밤공기가 벌써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또 내일 아침에는 올갱이국까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나는 하루를 정리하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괴산군 감물면을 거쳐 충주시 살미면까지 가기로 되어 있다.
#산막이옛길 #전망대 #출렁다리 #사오랑 마을 #외사리 마을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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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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