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비 안 오면 녹조 걱정 비 오면 홍수 걱정

금강, 비 많이 안 왔지만 하천 변에 심각한 세굴 현상 발생

등록 2012.08.21 18:39수정 2012.08.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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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물 걱정 없이 해주겠다"던 정부 측 주장이 여름철 대규모 녹조 발생으로 거짓말이 돼 버렸다. 오히려 매년 녹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또,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실을 아예 '괴담취급'하고 있다.

환경부가 4대강으로 물이 맑아졌다고 주장한 지 2달여 만에 발생한 녹조를, 정부 측은 또다시 폭염과 가뭄 탓이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이미 환경부 문건에 녹조 발생 가능성을 스스로 예견했지만, 4대강사업 탓은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는 정부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8월 중순을 지나면서 내린 호우로 녹조 문제가 사그라졌지만, 이번에는 홍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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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로 뒤덥인 백제보 백제보 상류에 발생한 녹조 뒷편으로 백제보가 보인다. ⓒ 이경호


4대강 사업의 핵심 목적인 물 확보는 녹조로 불가능해졌고, 또 다른 목적이었던 홍수 예방은 온데간데없다. 금강 하구에 있는 군산은 13일 폭우로 62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21일 한강에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홍수 피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던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4대강 시작 전 일부 4대강에 찬성한 전문가들은 매년 홍수 복구 비용으로 2조4000억 원이란 엄청난 금액이 소요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모든 비용이 4대강사업으로 줄어들 것처럼 이야기했다.

지난해에는 4대강 사업으로 상습침수피해를 면했다며, 홍수 예방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하천 변에는 무너지고, 깨지는 등 사업 부지의 홍수 피해가 지속되었다. 거기에 실제 비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와서 하천에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함에도 정부는 과거에 비해 비가 많이 왔다는 단순 주장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홍수가 예방되었다고 호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8월 가을장마로 4대강 사업이 완공되어가는 시점에도 서울, 경기와 강원도지역에는 집중 호우로 인한 심각한 홍수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4대강이 완공된 이후에도 홍수 복구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 사건이다.

금강, 비 많이 안 왔지만 하천 변에 심각한 세굴 현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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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공주에 유실된 둔치 폭 5m정도의 넓은 협곡이 생겼다. ⓒ 이경호



실제로 지난 17일 금강에는 많은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하천 변에 심각한 세굴 현상이 발생했다. 약 6m 이상에 넓은 폭으로 하천 변이 유실되어 접근 자체가 위험해 보이는 곳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렇게 유실된 곳은 실제 쉽게 복원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금강의 3개 보인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인근은 빠르게 복구공사가 진행되지만, 다른 지역은 사태가 발생한 지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일부 지천이 유입되는 곳에서는 하상보호공(세굴방지블록)이 유실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별 천 하상보호공은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유실되었으며, 금남보 하류에 우수관로 박스 주변은 적은 봄비에 유실되기도 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유실되고 있는 상황에도 하천의 수위 유지는 지속하고 있었다.

우기에 수문을 개방하여 홍수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했으나, 관리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만수위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었다. 비가 올 때 잠시 열었다가 다시 가두는 일을 법정우기 (6월~9월)에도 반복하는 것은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다. 여름철에 물이 부족하여 물을 확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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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별천의 자전거도로 붕괴모습 자전거도로를 보완해줘야하는 하상보호공과 호안이 붕괴되어 있다. 매년 이런곳을 복원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 이경호



자전거도로도 호우피해에 자유롭지 못했다. 4대강에서 그나마 칭찬을 받고 있는 부분인 자전거도로는 비가 오자 자전거가 다니기 매우 어렵게 변해 버렸다. 침수되었던 곳곳에 오니(오염된 진흙)가 쌓여 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각지역에 쌓인 오니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더 큰 문제였다. 비가 와서 잠기게 되면 매번 청소가 필요한 자전거도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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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에 쌓인 오니 자전거도로에 쌓인 오니로 실제 자전거가 통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비가올때마다 이곳은 청소를 해줘야 한다. 그만큼의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 될 수 밖에 없다. ⓒ 이경호



거기에 비가 오면서 하천둔치에 자란 풀들은 관리조차 되지 않았다. 넓은 둔치에 조성된 공원에는 쥐새끼 한 마리 발견할 수 없었다. 이렇게 넓은 공원이 방치되면서 흉물로 남아있었다. 모르는 내가 보더라도 이렇게 넓은 공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리비용을 매년 금강에 쏟아 부으면서 국비를 낭비해야 해야 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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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가 침식된 현장 넓은 침식되어 차량이 지나던 도로는 지나가지 못했다. ⓒ 이경호



이제 4대강 본류에서는 '비가 오면 홍수 걱정, 비가 안 오면 수질 걱정'을 해야하는 이상한 형국이 되었다. 우산과 부채 장수 아들을 둔 부모가 된 격이다. 햇빛이 나면 부채장수 아들 때문에 기뻐하고,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 때문에 기뻐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4대강 사업은 정반대의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홍보할 것이 아니라, 홍수가 난 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주 또한번의 호우가 예보되어 있다. 더 큰 걱정을 만든 4대강! 정부는 실제 홍수 예방 효과가 입증될 수도 없는 4대강 정비사업 예찬을 중단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강을 복원해야 한다.
#홍수피해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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