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석에게 진 '빚' 있다면 한양대로 와주세요

9월 15일 한양대 노천극장 윤민석 음악회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등록 2012.08.29 14:00수정 2012.08.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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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석


<오마이뉴스> 블로거 솔내음님 감사합니다. 님의 블로그 글을 통해 민석 형의 사연이 알려지고 많은 분이 민석 형의 말처럼 '마음을 포개'며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 솔내음 블로그 바로가기)

저는 공연연출을 하는 김정환이라고 합니다. 윤민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모아 두 번째 '윤민석 음악회'를 제안하고 모시고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음악회란 말에 의아해, 하실 겁니다. 사실 '윤민석 음악회'는 1995년 5월 27일과 28일에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한 번 열렸지요. 제가 제안하고 연출을 했던 그 인연으로 민석 형과 저는 의형제가 되었고요.


1995년, 윤민석과 첫 만남


1995년 당시 민석 형은 원주교도소에 수감 되어 네 번째 감옥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95년 봄날 문득 윤민석의 근황이 궁금하고 그리웠지요. 지금처럼 거리에서, 공연장에서 윤민석의 노래는 언제나 울려 퍼졌지요. 그 시절 제가 연출했던 모든 공연에 윤민석의 노래는 빠지지 않고 불렸습니다. '꽃다지'가 부르거나 '노래마을'이 부르거나 '조국과 청춘'이 부르거나 모두가 합창하거나.

정작 그 자리에 윤민석은 없었지요. 힘든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민석 형에게 감옥 밖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를 기억하고 지켜주고 싶었던 소박한 마음에서 공연을 제안했지요. 이름 하여 '윤민석 통일음악회', 윤민석의 노래를 함께 나누었던 많은 문화예술인에게 이렇게 출연을 부탁했습니다.

"윤민석 음악회 합시다. 형도 감옥에 가시면 음악회 해 드릴게요."
"윤민석 음악회 하자. 너희도 감옥에 가면 음악회 해줄게."

언제 감옥 갈지 모르던 시절, 많은 선·후배님들이 윤민석에 대한 사랑과 우정으로 흔쾌히 출연에 응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윤민석 형이 있는 원주교도소로 면회를 가서 음악회 소식을 알렸지요. 첫 만남이었지요. 형은 주저했습니다. 네 번째 감옥생활은 형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가혹한 시간이었지요. 그 당시 형은 세상과 인연을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나중에 얘기하더군요.


딴따라의 '의리'로 형을 설득하고 95년 봄날 윤민석 없는 '윤민석 음악회'가 열렸지요. 그리고 그때 지금 암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민석 형의 아내 양윤경씨도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지요. 노래패 '조국과 청춘'의 가수로요. 아마 두 사람이 예쁜 부부가 될 인연이 거기서 시작되었나 봅니다.

공연을 잘 마친 후에 공연 실황을 비디오에 녹화해서 원주교도소에 있는 민석 형에게 보냈지요. 형은 공연을 보는 내내 울면서 새로운 다짐을 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그 공연이 나를 살렸어!"라고 하더군요.

95년 찬바람이 불던 날, 원주교도소에서 출옥하는 형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깊게 포옹했습니다. 그해 겨울 민석 형은 제가 연출한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주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뜨겁게 인사했습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민석 형이 새로 만든 '우리는 지금 어디 있나요'를 전 출연진이 합창하면서 끝냈지요. 민석 형은 다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과 사람은 더욱 더 민석 형을 사랑했지요.

그리고 우리는 의형제(민석형의 본명은 저와 같은 정환입니다. 둘은 운명 같은 형제인가 봅니다)가 되어 작곡가로, 연출가로 단짝처럼 붙어다니며 민주의 자리, 평화의 자리, 통일의 자리를 늘 함께했지요.


2012년, 윤민석과 마지막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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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 ⓒ 유성호

2012년 1월 2일은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님 추모문화제 <2012, 참여하라, 점령하라!>가 열리는 날입니다. 저는 늘 그렇듯 연출을 맡았지요. 당일 낮에 민석 형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정환아, 준비 잘 되니?"
"예. 출연진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네요."
"나, 노래 한 곡만 하면 안 될까... 너무 많으면 괜찮고."

저는 무조건 나오라고 했습니다. 출연진이 아무리 많아도 형 자리는 만들테니 무조건 나오라고 했습니다. 반주할 기타는 다른 출연진 것 빌려줄 테니 무조건 나오라고 했습니다. 형은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김근태 의장님 추모곡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눈물범벅으로 불렀습니다.

형은 김근태 의장님 앞에서, 모인 이들 앞에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고백하고, 다시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인 이들은 형과 함께 눈물 흘리며 우레와 같은 박수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저도 마음 속으로 함께 울었지요. 그리고 마음으로 형에게 얘기했지요.

"그래, 윤민석. 울어라 울어, 실컷 울어라. 형이 무슨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 오늘 이 자리는 형이 울분을 토해 내고 사람들에게 위로 받는 자리야. 힘들면 힘들다고 해. 아프면 아프다고 해. 그래서 형 나오라고 한 거야. 맘껏 울어 형!"

형을 무조건 나오라고 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세상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마음을 닫아가던 형. 아내의 기약 없는 투병에 힘겨워 몸부림치던 형. 자기가 살아왔던 삶을 아련히 벗어 던지고 싶었던 형. 그러나 형이 살아 온 삶이 얼마나 당당하고 소중했는지를, 여기 모인 이들이 얼마나 형을 사랑하는지를 온몸이 다 젖도록 느끼라고. 그리고 제발 힘내자고.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지요. 돌아가신 김근태 의장님이 민석 형에게 사랑과 용기를 주신 겁니다. 형은 마음의 상처를 딛고 다시 다짐했지요. 2012년 다시 노래를 무기로 세상과 함께하겠노라고.

그러나 형은 아내가 갑작스럽게 위독해져서 병원 응급실에서 새우잠을 잡니다. 세상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만들어야 할 손은 잠시 미룬 채, 아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도로 두 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가고, 봄도 가고, 이제 여름도 가고 있습니다.

윤민석에게 진 '빚'을 갚자고요... 공연 후원금은 온전히 민석 형에게 가길 

만나는 사람마다 민석 형 얘기를 합니다. 윤민석에게 진 '빚'을 갚자고 합니다. 특히 민석 형과 함께 활동했던 선·후배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은 더 하지요. 뭔가 하자고 합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과 상의하고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공연은 다음과 같이 하려고 합니다.

윤민석 음악회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일 시 :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저녁 6시 30분 ~ 9시
장 소 : 한양대 노천극장
출연진 : 윤민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열려있습니다.
홍 보 : 윤민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트윗과 페이스북 등으로 알려나갑시다.
분위기 : 윤민석의 노래 부르며, 윤민석과 대화하듯, 사랑 넘치게.
결 과 : 윤민석을 사랑하며, 우리 모두를 사랑하며, 윤민석 후원금 많이 모읍시다.
모금 방식 : 당일 공연장에서 모금과 인터넷 생중계를 통한 모금.

우리는 윤민석의 노래가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윤민석의 노래는 언제나 청춘이고, 언제나 현재진행형입니다. 윤민석의 노래를 만났던 기억들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세대든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세대든, '너흰 아니야'를 불렀던 2004년 탄핵시절이든, '헌법 제1조'를 불렀던 촛불세대이든. 그만큼 윤민석은 쉬지 않고 우리들 곁에 있어서 우리들의 아름다운 공동의 기억과 정서를 심어 놓았지요.

그래서 이 공연에서는 윤민석의 노래처럼 세대를 뛰어 넘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공연하는 도중에 하늘에서도 큰 박수가 울려 퍼질 것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박수, 이소선 어머님의 박수, 문익환 목사님의 박수, 박용길 장로님의 박수, 노무현 대통령님의 박수, 김대중 대통령님의 박수 그리고 김근태 의장님의 박수.

마지막으로 하나만 제안하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이 공연은 윤민석 후원금 마련을 위한 공연입니다. 아무리 출연진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신다고 해도 공연을 하려면 기본 경비가 들어갑니다. 즉 음향, 무대, 조명, 악기, 발전차, LED영상, 영상중계, 웹디자인, 행사 물품, 행사진행 경비 등등. 화려하지 않아도 기본 행사를 하려면 돈이 들어 가지요. 보통 행사에서는 모금을 모아서 그 안에서 경비를 충당하지요.

이번 공연은 이렇게 했으면 합니다.

이번 공연에 소요되는 실 경비, 총 제작비는 천만 원으로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작비 천만 원은 제가 내겠습니다. 그러면 공연 준비에 대한 부담은 없어지고, 행사로 모은 돈은 얼마가 되든 전액 민석 형에게 전달되겠지요. 모금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행여 모금액이 행사 제작비보다 적으면 서로 쑥스럽잖아요. 여러분이 민석 형을 후원하려고 모은 소중한 사랑이 온전히 민석 형에게 갔으면 합니다. 그래야 일을 준비하는 사람도,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모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만일, 행사를 협찬해 주는 장비팀이 있다면 그 장비팀에 책정된 금액만큼 장비팀 이름으로 후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알뜰하게 운영해서 천만 원에서 남는 돈도 후원금으로 내겠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쓰인 금액과 모인 금액을 다 공개하겠습니다.

아마 저를 아시는 분들이 "가난한 연출가가 무리하는 거 아냐?" 하실 겁니다. 민석 형 덕분에 건강을 좀 챙겨보려 합니다. 저는 담배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합니다. 일 년에 한 200만 원어치 피는 것 같네요. 5년치 담배를 끊는다고 생각하니, 천만 원은 간단히 해결됐습니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저는 민석 형의 의동생입니다. 많은 분이 민석 형에게 사랑을 보내주실 때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지금 민석 형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신 동생과 가까운 문화예술인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연한다 생각하시고, 큰 사랑을 보여주십시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하고 따스한 기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윤민석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은 우리가 뜨겁게 살아왔던 날들에 대한 예의이고, 우리가 뜨겁게 살아갈 날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두 번째 윤민석 없는 '윤민석 음악회 -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에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공지합니다. 우리들의 간절한 사랑으로 윤경이가 완쾌되고, 민석 형이 웃으며 노래 만드는 날! 세 번째 '윤민석 음악회'를 꼭 합시다. 그때는 윤민석 있는 '윤민석 음악회'를 만듭시다. 제가 멋들어지게 감동있게 연출하겠습니다. 그리고 윤경이도 노래 한 자락 하게 하겠습니다. 부부가 듀엣으로 하면 더욱 좋고요!

여러분, 9월 15일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만나요!

※ 공연 참여와 관련 문의는 페이스북에서 '윤민석음악회'로 검색하면 됩니다.
#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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