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붕이 날라가 버렸어요"

경남 함양의 작은 시골교회... 태풍때문에 지붕이 날아간 시골교회

등록 2012.08.31 10:01수정 2012.08.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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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으로 지붕을 천막으로 덮었습니다. ⓒ 김동수


"목사님 예배당 지붕이 날아가버렸어요?"
"예! 예배당 지붕이 날라갔다고요?"
"예. 어떻게 하죠?"

"알았습니다."

지난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할 때 경남 함양군에 있는 한 교회 사모님은 휴대전화에 떨리는 목소리로 예배당 지붕이 날아갔다고 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교회는 바닷가와 높은 곳이 아니라 지리산 백무동 근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때문에 지붕이 날아갈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목사님이 은퇴를 하셨기 때문에 교회 임시당회장을 맡고 있어 29일 볼라벤 때문에 축사 지붕이 날아가버린 동생 축사 수리를 끝내고, 약 100km 떨어진 교회까지 한걸음에 달려나갔습니다. 부지런한 목사님 부부는 덴빈이 온다는 소식에 이미 지붕 위에 천막을 덮어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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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이 날라가지 않도록 줄과 블록으로 고정시켰습니다. ⓒ 김동수


"아니 어떻게 이곳에서 지붕이 다 날라갈 수 있어요?"
"오전 9시부터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럼 언제 지붕이 날라갔어요?"

"10시쯤 되어 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갑자기 제트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나더니 지붕 날아가는 소리가 났어요."
"이곳은 산으로 둘려쌓여있어 지붕이 날아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목사님은 몇 년 전 손가락을 많이 다쳤습니다. 백무동 골짜기에서 거의 30년을 살았습니다. 예배당 안을 보니 물이 새, 물을 퍼내고 있었습니다. 예배당 바닥을 비닐로 덮었습니다.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을 짓는다고 비판받는 한국교회이지만, 이렇게 산골에서 평생을 목회하다가 태풍때문에 지붕이 날아가는 시골교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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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날라가 물이 새는 바람에 예배당 바닥은 비닐로 깔았고, 물을 퍼내고 있습니다. ⓒ 김동수


"물이 많이 샜네요?"
"이곳은 진주보다는 비가 많이 왔어요. 그래서 물도 많이 샜어요?"
"물 퍼내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 다치지 않았잖아요."
"그래도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주위를 둘러보니 볼라벤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붕이 나무 사이를 뚫고, 30미터 날아가 숲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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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미터를 날아온 지붕. 뒷편 흰건물이 예배당입니다. 나무 사이로 어떻게 지붕이 날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저기에 이곳으로 지붕이 날아왔어요?"
"이해가 되세요?"
"아뇨."

"우리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무 사이를 피해 이곳까지 날아왔다는 것이. 그리고 담벼락이 무너진 집도 있어요. 우리 동네에 담벼락이 무너지다니. 이상한 것은 우리 동네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예배당 등 아주 좁은 지역만 바람이 지나간 것 처럼, 예배당과 거의 일직선에 있는 건물이나 담벼락이 무너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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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에 무너진 담벼락 ⓒ 김동수


듣고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아주 좁은 지역을 바람이 일직선으로 지나갔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얼마나 놀랐으면 사모님은 아직도 몸을 떨고 계셨습니다. 더 이상 태풍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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