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문화부 싸움에 코바코 자산 '공중 분해' 위기

[단독] 기재부, 프레스센터 등 국고 환수 '최후통첩'... "신문-방송언론 이해 조율"

등록 2012.08.30 11:39수정 2012.08.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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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서울신문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 김시연


'공영 미디어렙'으로 거듭난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이원창)가 출범 3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코바코 자산을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갈등을 조율해온 기획재정부가 최근 프레스센터, 남한강 연수원, 방송회관 등 '국고 환수'에  나선 것이다.

박재완 등 기재부 3인방, 방통위에 '최후 통첩'

방통위와 문화부에 따르면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후 코바코를 관할하는 이계철 방통위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코바코 주요 자산들을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국고 환수 뒤 프레스센터와 연수원은 문화부에, 방송회관은 방통위에 나눠주겠다는 복안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최광식 문화부 장관 대신 기재부 출신 김용환 제2차관이 참석했고 역시 기재부 출신인 김대기 청와대 정책실장도 배석했다. 

이계철 위원장이 코바코 자산 포괄 승계를 규정한 미디어렙법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해 끝내 합의가 이뤄지진 못했지만 방통위에선 이를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화부 역시 "방통위도 결국 조정에 응할 것"이라며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코바코 노조에선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자산 빼앗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KBS, MBC 등 지상파 방송 광고 판매를 대행해 온 코바코는 서울신문사와 50%씩 나눠가진 태평로 프레스센터를 비롯해 목동 방송회관, 잠실 광고문화회관, 경기도 양평 남한강 연수원 등을 소유하고 있다. 장부가치만 2000억 원에 이르고 실제 가치는 그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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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있는 코바코 연수원 전경 ⓒ 김시연


장부 가치만 2000억 원... 방통위 이관 뒤 문화부 환수 추진

이런 코바코 알짜 자산들이 정부 부처 간 갈등을 낳은 결정적 계기는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법)이다. 코바코 관할 부처가 '신문 언론'을 지원하는 문화부에서 '방송 언론'을 지원하는 방통위로 넘어가자, '신문 언론'쪽에서 (신문)언론인을 위해 설립된 프레스센터와 연수원을 방통위와 코바코가 갖고 있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부 역시 프레스센터와 연수원 설립 취지에 맞게 언론계에 돌려줘야 한다며 소유권 이관을 요구한 반면 방통위는 미디어렙법 입법 취지를 내세워 반대해왔다. 미디어렙법엔 코바코가 옛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소유한 고정 자산을 포괄 승계하되 관리·운영은 법 시행 이후 3개월 이내에 3개 부처가 협의하도록 했다. 현재 남한강 연수원만 코바코가 관리할 뿐 프레스센터와 방송회관은 문화부 관할인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프레스센터와 연수원은 언론 진흥 목적에 사용돼 왔고 코바코엔 불필요한 시설이었다"라면서 "코바코 소관 부처가 방통위로 넘어가 관계 정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프레스센터의 경우 코바코는 소유만 할 뿐 매년 수십억 원 세금만 대신 내고 관리와 운영 수익은 언론재단이 가져가는 비정상적인 구조"라면서 "소유 구조 정상화, 효율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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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소유하고 있지만 관리와 운영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맡고 있다. ⓒ 김시연


기재부 "신문-방송 언론 이해 관계 조율"... 코바코 "문화부 편들기" 

이에 코바코는 프레스센터나 연수원이 신문 언론뿐 아니라 방송, 광고계를 포함한 모든 언론인을 위한 시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자산이 없어지면 SBS 등 민영 미디어렙과 경쟁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초 기재부와 문화부 앞에서 항의 집회까지 열었던 권기진 코바코 노조(전국언론노조 코바코지부) 위원장은 "기재부가 (자산 환수를 위한)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소집하면 법적 수단과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권 지부장은 "기재부가 이미 코바코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분 형태로 소유하든 자산 형태로 소유하든 큰 차이가 없다"면서 "결국 문화부 차관을 기재부 출신이 맡는 관행 때문에 기재부가 문화부 편을 드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 역시 29일 "미디어렙법에 자산을 포괄 승계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기재부가 행정력을 앞세워 국고 환수란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언론재단 등의 관리운영권은 굳이 소유권을 바꾸지 않더라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부 관계자는 "당장 방통위가 관리권을 인정하더라도 코바코가 계속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 공사 경영 상태에 따라 장기적으로 직접 수익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29일 "자산 포괄 승계 규정은 미디어렙법 시행 당시를 말하는 것으로 그 이후까지 영구적으로 소유하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법률적 위반 소지가 없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며 국고 환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조직원이 아닌 국민 재산인 코바코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나온 것"이라면서도 "신문 언론과 방송 언론이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어 조율이 필요했다"고 인정했다.

결국 신문 언론과 방송 언론을 각각 앞세운 정권 말 정부 부처 갈등에 엉뚱하게 코바코만 30년 동안 지켜온 자산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코바코 #프레스센터 #연수원 #방통위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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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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