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흥동 성당에서 만난 강렬한 오방색 벽화

[김수종의 대전 여행기 2] 대전 근대건축의 새로운 발견

등록 2012.09.10 11:25수정 2012.09.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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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전에서 발행되는 문화잡지 '월간 토마토'에서 진행하는 책 전시 및 판매 행사를 둘러 본 다음, 대전여중 옛터에 있는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46호인 '대전여중 강당'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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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중강당 1937년에 건립된 강당이다 ⓒ 김수종


100평이 조금 넘는 크기인 강당은 현재는 갤러리로 쓰이고 있었다. 1937년에 준공된 박공지붕 건물이다. 이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작지만, 멋스러움이 있는 강당이다.

한국 고유의 초가 지붕을 연상하는 아르누보풍의 부드러운 지붕선이 보기에 좋았다. 처마 아래는 고전주의적인 수법인 치형(齒形) 돌려쌓기로 벽돌을 장식하여 처마선을 받쳐주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


붉은 벽돌로 쌓은 앞쪽과 뒤쪽 벽면에는 정사각형의 넓은 창을 3개씩 마련하여 자연채광을 실내에 끌어들이고 있어, 벽돌 건물의 답답한 느낌을 크게 줄였다. 창문 주변의 인방은 벽면보다 들어가게 처리한 뒤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건물이 견고하고 짜임새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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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중강당 벽돌을 쌓아 올려 입체감을 주었다 ⓒ 김수종


사방 모서리에는 벽돌을 내어쌓기로 쌓아올려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주었다. 양쪽 측면의 넓은 상부 벽면에는 각각 아치형 창을 설치하여 부드러운 지붕곡선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환기창 역할을 한다. 지붕은 녹색 마름모꼴의 망형 슬레이트로 마감하여 박진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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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중강당 현재는 갤러리로 쓰인다 ⓒ 김수종


단층 건물로 아기자기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주며, 중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어 갤러리로 쓰기에 무척 좋은 곳으로 보였다. 탁 트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자유로워 다양한 변화가 가능해 보인다. 방문 당일에는 지역 화가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멋진 그림으로 눈요기를 하는 행운도 얻을 수 있었다.  

강당의 외부와 내부의 그림 전시회를 본 우리들은 이웃한 천주교 '대흥동 성당'으로 갔다. 1919년에 설립된 대흥동 성당은 1952년 새롭게 성당 신축 공사에 착수하여 1953년 봉헌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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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흥동 성당 건물이 웅장하고 멋지다 ⓒ 김수종


정면에서 보면 키가 무척 큰 키다리 아저씨 같은 형상의 본당 건물은 입구의 철문이 육중하여 하부가 튼실해 보인다. 정면으로 난 크고 작은 창이 좋고, 좌우측 상단 외벽에는 최종태 선생의 12사도 부조상이 있다.

여기에 본당 내부에는 상성규 선생이 만든 14개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예수의 생애를 조각해 놓은 이남규 작가의 14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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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흥동 성당 성 베드로 벽화 ⓒ 김수종


아울러 프랑스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통(Andre Bouton, 1914~1980) 신부가 1969년에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를 그린 두 개의 대형벽화가 있어 교회미술품이 많은 대전 원도심의 명소로 터를 잡고 있다.

부통 신부가 그린 벽화는 야수파적인 오방색의 강렬한 색채를 주로 사용하여 흰 벽면에 강렬한 색상을 넣어 성당 내부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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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흥동 성당 성 바오로 사도 벽화 ⓒ 김수종


원래 10개를 제작했던 벽화는 색이 원색적이고 화려하며 강렬하고 사실적이며 파격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이에 기법상의 문제로 내부 신도들의 논란을 걱정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통 신부 스스로가 8개는 지워버리고 2개만을 남겨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났다.


시간이 많았으면 차근차근 유리벽의 스테인드글라스와 14처, 12사도 부조상등을 하루 종일이라도 보고 왔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달래면서 큰 벽화 두 점만을 자세하게 살펴보고는 성당을 나와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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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 건물 현재는 삼성화재가 외부를 수리하여 쓰고 있다 ⓒ 김수종


이번에는 대전공회당과 대전시청 건물로 쓰이다가 현재는 외부를 전부 개조하여 그 맛을 잃은 삼성화재 충청본부 건물과 사거리 건너편의 문화원 건물로 쓰이던 갤러리아 백화점을 보고는 중앙시장 방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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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원 건물 현대는 백화점이 되었다 ⓒ 김수종


길을 가면서 예전에 은행 건물로 쓰인 듯한 한국투자증권 건물과 목척교를 지나 우리은행 건물 등을 살펴본다. 모두 50년 이상은 되어 보였다. 아울러 최근에 생긴 듯한 목척교의 상층 아치부분도 모양이 특이하여 자세하게 한 번 더 보고는 강을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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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척교 아치 모양이 특이하다 ⓒ 김수종


이어서 등장한 건물은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로 현재는 안경점으로 쓰이고 있는 등록문화재 제19호인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이다.

일제의 대표적 경제 수탈기구였던 산업은행 건물은 동구 중동에 자리고 있으며 1937년에 1층으로 준공하였으나 1989년 개축하면서 은행건물의 특징인 층고가 높은 영업장을 2개 층으로 분할하여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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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 1937년에 건립 ⓒ 김수종


화강석 기단 위에 상부는 타일, 테라코타로 수평 띠를 둘러 견고하면서 미적인 감각을 살려 마감했다. 그 밑으로 팔각형 기둥을 설치하여 강인함을 강조하였다. 외벽에는 나무줄기 문양의 만주와 독일에서 수입한 화강석과 테라코타 등을 사용하여 간결하면서도 장중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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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전지점 외부 테라코타가 대단하다 ⓒ 김수종


건물 전면은 일제강점기 관청 건물의 보편적인 형태인 르네상스풍의 견고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나타내지만 유리창을 더욱 크게 설치했으며 부분적인 장식이 세밀하고 유별나게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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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전지점 80년이 다 된 건물이 너무 운치있다 ⓒ 김수종


나는 언듯 보기에 외부벽면이 전부 화강석으로만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테라코타를 일일이 석회를 발라 부착한 것이 건물의 정갈한 맛을 더하고 있어 무척 좋았다. 측면 일부를 부분 보수를 하면서 색깔이 맞지 않는 곳이 있기는 했지만, 외관상으로는 80년이 다 된 건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여 보기에 좋았다.
#대전시 #대흥동 성당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성당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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