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가가 직접 한우 판매에 나선 까닭

정육점 운영으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홍천 사랑말한우식당

등록 2012.09.17 13:56수정 2012.09.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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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말한우 식당 겸 정육점 전경. ⓒ 이종득


소를 파는 게 목적이지, 식당을 운영해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한우 고기를 이 보다 더 싸게 팔 수 없다고 장담하는 식당이 있다. 홍천 '사랑말한우' 식당이다. 실제 홍천 사람들은 그렇다고 인정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맛도 최고라고 말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홍천 '사랑말한우' 식당은 인구 7만여 명이 사는 홍천군민들 입맛을 바꿔놓았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싸게 팔기로 유명하다. 일 년에 한두 번 먹던 한우를 가격부담 없이 자주 먹게 해주었다는  말이다. 실제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매일 저녁 시간이면 2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손님으로 가득 찬다.

홍천 '사랑말한우' 식당에서 소비자에게 홍천 한우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마을 영농조합에서 출자를 해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당과 정육점을 운영해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운영방침과 홍천 한우만을 팔겠다는 약속을 식당 안에 크게 써서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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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현수막이 눈에 띤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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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저녁 시간의 모습이다. 가족들이 이용하는 게 눈에 띠는 식당이다 ⓒ 이종득


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사랑말한우' 식당은 40여 한우농가의 소를 안정적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1990년대부터 농민운동에 참여한 나종구씨가 2008년 사랑말권역 한우농가를 모아 영농조합을 설립했고, 2010년 사료공장을 준공했다. 사랑말 TMR 사료공장은 사랑말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영농조합법인이 2009년 10월 착공해 홍천군 북방면 북방리 427 번지 6041㎡ 부지에 총 공사비 18억1700만원을 투자해 2010년 4월 준공한 것이다.

사랑말 권역은 북방면 화동리 성동리 북방리의 5개마을 2008년도에는 1300여 두의 소를 사육했고, 2010년에는 100여 농가에서 2000여 두를 사육했지만 현재는 기반시설이 확대돼 200여 농가에서 5000여 두를 사육하며, 그 모든 소는 사랑말 TMR 사료를 먹이고 있다. 이렇게 소를 사육하는 농가가 늘어난 것은 사료공장이 준공되자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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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에서 작업해 온 고기를 정육점에서 포장하기 위하여 다시 작업 한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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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별로 작업을 마쳐 바로 포장한 고기를 진열하여 판매한다. 듭급과 생산자, 그리고 가격.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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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치살이다. 역시 작업을 해서 바로 포장된 것이고, 등급과 생산자,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 이종득


싸게 팔아야 소를 팔 수 있고, 맛있어야 소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좋은 사료를 먹고 소는 쑥쑥 잘 크는데 한미FTA가 시행되자 생산자가 받는 소 값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농가의 소는 팔리지 않았다. 고기로 파는 거세유는 일정 기간을 키우면 판매를 해야 함에도 소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농조합원인 40여 농가가 직접 판매를 하자는 의견을 모아 출자를 해서 식당과 정육점을 차린 것이다.

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손님이 와 우리 가족과 함께 한우 식당으로 갔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 구워먹고 있는데 나종구 영농조합 대표가 들어왔다. 궁금한 것이 있던 참이어서 굳이 옆자리에 앉혔다.

홍천 '사랑말한우' 영농조합 대표 나종구씨의 말에 따르면 "소를 판매하는데 목적이 있어 식당 문을 열었지만, 식당을 운영하여 이익을 창출하게 되면 그 순수성을 잃게 되고, 결국 농가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고기 값을 싸게 팔 수 있는 이유와 식당과 정육점을 운영하며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우리 식당과 정육점은 유통과정을 생략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구조를 실현한 것이다. 농가에서 소를 출하하면 도축장에서 고기의 등급을 판정하게 되고, 그 당시 시세 외에 30만 원의 장려금과 20여 만이 소요되는 판매 경비를 농가에 지원해준다. 그것이 농가가 식당을 운영하며 받는 혜택의 전부이다. 농가는 식당과 정육점 운영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식당과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면 출자를 한 조합원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물어보았다.

"소를 많이 팔려면 맛있는 고기를 싸게 공급해야 가능하다. 농가는 안정적으로 소를 팔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 역시 싸게 한우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소를 많이 팔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식당과 정육점에서는 직원들의 급여 및 운영 경비를 제외한 이익은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지역 분들에게 약속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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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법인 사랑말한우 조합원 농장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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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조합 사랑말한우가 자체 개발한 사료.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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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말 한우 농가에서 사육하는 소 ⓒ 이종득


홍천한우가 맛있는 것은 큰 일교차 때문

한참을 맛있게 먹던 손님 두 사람이 더는 못 먹겠다며 일어섰다. 그렇게 먹은 경비는 고기(갈비살, 등심, 살치살)값은 7만여 원, 육회 2인분과 상차림 비 3만여 원, 합계 11만 원 정도였다. 그러니까 어른 4명에 아이(초등학교2학년인 큰 딸은 어른만큼 먹음) 2명이 먹은 금액이니 1인당 2만 원도 안 든 것이다.

그날 홍천 '사랑말한우' 맛을 처음 본 이승철 시인과 김용근(출판사대표)씨는 "한우 하면 횡성한우만 생각했다"며 "정말 맛이 다르다, 이렇게 맛있는 한우 처음 먹어봤다. 홍천 한우가 정말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인정했다.

30년 넘게 소를 키운 나종구씨는 "홍천 한우 맛이 좋은 것은 일교차 때문이다, 밤과 낮의 일교차가 커서 소가 지방을 두텁게 만들므로 육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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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조합 사랑말한우 대표 나종구 씨와 저의 가족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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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손님으로 온 이승철시인과 김영근 출판사 대표 ⓒ 이종득


홍천 '사랑말한우' 영농조합 대표 나종구씨는 30대부터 홍천을 대표하는 농민운동가이다. 그런 그가 영농조합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하니 '변절자'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래도 농가 소득이 안정적이어서 행복하다는 나종구씨는 아직도 진행형인 농민운동가이다.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식당 운영을 농민운동가인 나종구씨가 아니면 감히 누가 추진하고, 실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종구씨가 덧붙이기를 홍천 '사랑말한우' 영농조합에서는 택배를 통한 판매를 활성화해서 200여 농가가 기르는 소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천군 두촌면 44번 국도 변에 '사랑말한우' 2호점을 10월경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하여 선물세트를 판매 중이다. 현재 몇몇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줄 선물세트를 예약했지만 더욱 많은 주문이 들어와 농가의 소득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이었다.
#사랑말한우 #홍천한우 #추석선물 #늘푸름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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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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