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의. 할인혜택과 공짜 사은품이 족쇄 되다

1년짜리 인강 결제, 6개월 후 해지하니까 22.9% 남았다

등록 2012.09.25 14:31수정 2012.09.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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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할인을 해준다거나, 덤으로 뭔가를 더 준다고 하면 혹해서 구매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족쇄로 작용할 줄은 나중에야 알았다.


중3 작은아이가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쵸코파이를 먹으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친구랑 사 먹었냐고 물어니까. 학교 앞에서 뭐 주소 같은 걸 적어주면 쵸코파이 준다고 해서 배고파서 적었다는 것이다. 어떤 거였냐고 물어니까 인터넷 강의 하는 곳인데, 괜찮은 것 같아서 적어주고 왔고, 자신도 그 인강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 입으로 스스로 인강을 통해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니까.  굳이 막을 필요도 못 느꼈고, 오히려 네가 원하면 결제해준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인터넷 강의 업체로부터 전화가 와서 직접 집에서 상담을 했다. 들어보니 신학기 맞이 할인 행사를 크게 하는데, 이번 기회에 하면 여러 혜택도 많다고 했다. 수강료도 많이 할인되었고, 헤드셋, 문화상품권, 교재 등을 공짜로 준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인강과는 달리 생방송을 듣고 질문도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아이들이 교과서의 예복습도 하고 확인학습도 할 수 있어서 컨텐츠가 괜찮아보였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전화 관리가 들어가니까 혹시라도 아이가 안 하게 되면 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도와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해주었다. 컨텐츠도 좋았고, 전 과목에다 큰아이 작은이 다 볼 수 있다니, 결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단 6개월 이전에는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여러가지 혜택들이 있기에 그곳에 특약으로 명시를 하고 서명까지 받았다.

뭐 설사 50%만 하더라도 학원 한 곳 비용에 전 과목을 두 명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1년에 190만800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매달 15만900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작은아이가 하기를 원해서 가입하는 것이니까, 작은아이만이라도 해서 공부의 습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바람 하나로 결제를 했다.


그런데 처음 일주일 동안은 서너 번 들어가서 하는 것 같았다. 그 다음주에는 적어도 내가 보는 앞에서는 두어 번 정도 봤다. 인강 업체에서 아이에게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안 하고 있으니까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전화였다. 그렇게 한두 달이 갈수록 아이는 띄엄띄엄 했고, 나는 서서히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또 하는 것처럼 했지만 결국 아이는 하는 시늉만 할 뿐 제대로 인강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큰아이는 콧방귀만 낄 뿐. 오히려 자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결제를 했다고 짜증만 냈다. 당장 해지를 하고 싶었지만, 6개월까지는 절대로 해지를 못한다고 서명까지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시간만 축낼 수밖에 없었다. 참다참다 못해 인강 본사에 전화를 하니까 계약서상에 명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나도 달리 더 이상 항변을 할 수 없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화를 해서 해지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무슨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해지금액을 물어보니, 190만8000원을 결제한 후 6개월 만에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3만7200원 이었다. 22.9%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제대로 인강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150만 원 정도가 날아가버린 셈이다.

인터넷 강의 컨텐츠도 좋았지만, 할인과 공짜에 혹한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하겠다고 했을 때 아이의 그동안의 생활패턴을 고려했다면 결제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6개월이전에는 해지를 못한다는 조항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했어야 했다. 다만 굳이 남는 게 있다면 아이를 믿었기 때문에 결제를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찌 시행착오가 없으랴만, 이번 일도 하나의 시행착오였던 것 같다. 뭔가를 구매할 때, 판매자의 말에 혹해서 구매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얼마나 필요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한 번 더 구매하고 나서의 상황을 그려본다면 결제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인터넷강의 해지 #아이넷스쿨 #1년짜리 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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