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아름다운 길 임해진, 볼썽사납네

태풍 '산바' 뒤 축대 무너져 침식 심각... '과도한 준설 탓' 논란

등록 2012.09.26 08:32수정 2012.09.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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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의 과도한 준설이 낙동강 물길을 바꾸고, 제방 붕괴 우려까지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와 토목전문가들은 낙동강 임해진(臨海津) 사례를 들며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원래 물이 굽이치는 곳으로 급류가 생기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올해 태풍 이후 임해진 모습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태풍 '볼라벤' '덴빈'이 닥친 뒤 모습과 지난 9월 17일 태풍 '산바'가 휩쓸고 간 뒤 모습이 달라져 있다. 둔치 쪽 축대까지 무너지면서 침식 현상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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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임해진 둔치가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침식현상이 심하게 발생했다. 위 사진은 9월 1일 모습이고, 아래는 25일 모습이다. ⓒ 윤성효


<오마이뉴스>는 9월 1일과 25일 두 차례 임해진 일대를 답사했다. 한 달여 사이인데 침식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수질측정소 축대로 쌓아 놓았던 콘크리트 시설물이 무너져 내렸다.

제방(도로)과 낙동강 사이에는 자전거도로가 나 있는데, 자전거도로와 강 사이 거리가 이전보다 훨씬 짧아보였다. 침식현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낙동강 조사 때(9월 23일) 현장을 본 전문가들은 과도한 준설 탓에 낙동강 물길(수로)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박창근 교수는 "이전에는 차량이 제방 안쪽 둔치 깊숙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많이 무너져 내려 들어갈 수가 없다"며 "지금은 임해진 절벽에서 보면 바로 아래에까지 물이 찰랑찰랑거린다. 그만큼 침식현상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도한 하도준설 탓이다. 대규모 준설로 인해 물길이 바뀐 것이다. 준설을 하면서 하천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정밀한 검토 없이 준설한 것"이라며 "기존 하천 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심하면 파이핑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핑(piping)이란 물이 스며드는 일종의 누수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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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임해진 둔치가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침식현상이 심하게 발생했다. 위 사진은 9월 1일 모습이고, 아래는 25일 모습이다. ⓒ 윤성효


박재현 교수는 "작년말 낙동강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차를 몰고 든치 안쪽으로 들어가서 배를 탔던 적이 있는데, 엊그제 갔을 때는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면서 "거의 다 무너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준설을 많이 해서 수로가 바뀐 것이다. 준설로 임해진 하류 쪽으로 바닥이 깊이 파여 있는데, 물이 흐르면서 모래를 끌고 들어가면서 침식현상이 심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아직 도로(제방)까지는 괜찮지만 지금은 콘크리트 옹벽이 무너졌다. 앞으로 심해지면 도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임해진 건너편 둔치는 퇴적이 되고 있고 임해진 쪽은 침식 현상이 심하다"며 "심해질 경우 제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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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임해진 둔치가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침식현상이 심하게 발생했다. 위 사진은 9월 1일 모습이고, 아래는 25일 모습이다. ⓒ 윤성효


이에 대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태풍 '덴빈' 때도 일부 토사가 무너지는 현상이 났다. 그곳은 물이 굽이치는 곳으로, 시설 노후와 급류가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축대 부분은 보수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임해진은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와 본포교(창원~창녕) 상류 사이에 있다. 이전에는 이곳에 마을이 있었는데 이주했고, 나루터가 있었다. 지금은 '소우정(消憂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임해진 고갯길은 창녕 '개비릿길'과 함께 낙동강의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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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임해진 하류 둔치에 심어 놓았던 나무가 최근 태풍으로 쓰레기에 뒤덮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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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임해진 건너편 둔치인데, 준설작업으로 돋우어 놓았던 곳이다. 최근 태풍 이후 둔치에 골이 생겨 나 있어 모래가 흘러내린 것이다. ⓒ 윤성효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임해진 #부산지방국토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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