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동작의 의미, 그는 안다

[리뷰] 제프리 디버 <도로변 십자가>

등록 2012.09.27 11:12수정 2012.09.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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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십자가> 겉표지 ⓒ 비채

제프리 디버의 2009년 작품 <도로변 십자가>는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이 시리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에 근무하는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동작학'이란 것을 단순하게 표현해보면 이렇다. 상대방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동작을 통해서 그 사람의 심리나 정신상태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거짓말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일종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는 불필요한 행동과 반응을 만들어낸다. 눈빛이 흔들리거나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듬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안경이나 코로 손이 올라갈 수도 있다.

캐트린 댄스는 상대방이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를 간파하기 위해서 이런 미묘한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한다. 말할 때 손을 어디에 두는지,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자주 헛기침을 하는지, 말을 항상 '음'으로 시작하지는 않는지 등.

댄스는 '걸어다니는 거짓말탐지기'라고 불릴 정도로 이 방면의 전문가이다. 그녀는 정신과 감정, 마음을 나누면서 상대에게 접근해 그들이 풀어놓으려 하지 않는 진실을 뽑아내는 수사관이다. 댄스의 재능은 특히 범죄사건의 용의자나 목격자를 심문할 때 아주 효과적이다.

동작을 읽는 범죄심리전문가

시리즈의 첫번째 편인 <잠자는 인형>에서 캐트린 댄스는 다니엘 펠이라는 이름의 살인범을 상대한다. 펠은 8년 전에 한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인생을 마감할 생각이 없던 펠은 탈옥에 성공했고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잠자는 인형>은 펠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된다.


<도로변 십자가>는 그로부터 한 달쯤 뒤에 시작한다. 댄스는 동료와 함께 조용히 펠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납치사건이 발생한다. 17세 소녀 태미 포스터는 손발이 묶인 채로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갇힌다. 범인은 그녀의 차를 몰고 해변으로 가서 만조시간에 맞춰 차를 해변에 버린 후 달아났다. 트렁크에 갇힌 태미가 서서히 차오르는 물속에서 죽어가도록.

태미가 납치되기 전날, 고속도로 순찰대 경관이 고속도로변에 기념비처럼 꽂혀있는 십자가를 발견했다. 왠지 으스스해보이는 그 십자가에는 다음날의 날짜가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범인은 십자가를 이용해서 자신의 범행을 미리 예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범행을 예고하는 살인범들은 연쇄살인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수사팀이 꾸려지고 댄스도 수사에 가담하지만 쉽지 않다. 범인은 태미의 차 내부, 고속도로변의 십자가 주위에 거의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다. 곧이어 또다른 십자가가 발견되고 댄스는 범인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다니엘 펠이 남겨놓은 흔적과도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다양한 추리기법들

전편에 이어서 이번 편에서도 캐트린 댄스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작학의 지식과 경험을 풍부하게 활용한다. 사실 댄스의 수사법은 요즘 유행하는 과학수사보다는 고전적인 탐문수사에 가깝다. 고전추리소설의 탐정들도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곤 했다.

다만 댄스는 그것을 좀 더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뿐이다. 그녀는 '억제된 감정은 거의 언제나 몸짓으로 드러난다'라는 원칙을 믿고 있다. 그 원칙은 피해자를 상대할 때도 적용된다. 단순히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의 여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의 평소 성격이 어떤지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럼 어떤 전술을 사용해야 그의 방어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알게되는 것이다.

작가 제프리 디버는 그동안 작품 속에서 여러 명의 독특한 캐릭터들을 창조해왔다. 전신이 마비된 채 두뇌만을 사용해서 증거를 추적하는 과학수사의 대명사 링컨 라임(관련기사), 누군가가 쓴 글의 필적과 내용을 분석해서 글쓴이의 정체를 추리하는 문서감정가 파커 킨케이드(관련기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캐트린 댄스는 그들 못지않게 독창적인 수사법을 구사한다. 어떻게보면 프로파일러에 가깝지만 그에 비해서 사람의 동작에 집중한다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상대의 몸짓을 통해 마음을 읽는 사람.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범죄수사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왠지 피곤해질 것도 같다.
덧붙이는 글 <도로변 십자가> 제프리 디버 지음 / 최필원 옮김. 비채 펴냄.

도로변 십자가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비채, 2012


#도로변 십자가 #제프리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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