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15년 옥살이... 30년 만에 '무죄' 판결

대법원, "불법 체포·구금 상태서 가혹행위" 재심 판결 확정

등록 2012.10.03 18:58수정 2012.10.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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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에서 어느 날 갑자기 간첩으로 몰려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 이헌치(60)씨가 30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간첩누명'을 벗었다.

일본에서 교육받고 기업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건너와 19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헌치씨는 1981년 10월 퇴근하다 국군 보안사령부 수사관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돼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연행돼 '고문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수갑을 채우고 다리를 의자에 묶은 채 구타당하거나, 여러 개의 불빛을 얼굴을 비춘 상태에서 며칠간 잠을 못하게 하는 등의 고문을 받았다.

이씨는 대학선배인 일본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공작지도원에게 포섭돼 밀입북하거나 반국가 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목적수행을 위해 대한민국에 잠입하고 불온표현물을 소지·보관하는 등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이후에도 접견이 금지됐고, 재판과정에서 국선변호인과의 접견도 하지 못했다. 특히 만삭인 아내도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돼 서빙고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출산하자 석방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씨는 1982년 2월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그해 6월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그해 9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된 이씨는 15년간 복역하다 감형돼 1996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재일교포 이헌치씨, 1982년 사형 선고... 1996년 감형·특사 석방


이 사건을 재조사한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보안사가 고문과 협박을 동반한 강압수사로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씨는 2010년 7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이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한 진술은 국군 보안사령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이루어진 허위자백이고, 검찰 수사과정 및 재판과정에서도 계속된 보안사 수사관들의 감시와 위협에 의해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유지되면서 허위자백을 번복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2011년 1월 이헌치씨의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 체포돼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보안사에 보내져 신문을 받기도 했다"며 "피고인이 비록 검사 앞에서는 고문 등을 당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사의 조사단계에까지 계속된 상태에서 보안사에서의 자백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자백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반공법 위반의 혐의로 기소된 이헌치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서 이적표현물 소지와 재심 절차에서의 증거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보안사 #간첩 #국가보안법 #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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