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배낭 속엔 뭐가 들었을까?

'안철수에 바란다'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

등록 2012.10.12 12:06수정 2012.10.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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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 후보의 캠프에서 열린 '안철수에 바란다'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해외거주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제공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공평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의 안철수 후보가 한 쪽 어깨에 검은색 배낭을 들쳐 메고 모습을 드러냈다. '안철수에 바란다'는 주제로 열린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국, 일본 등 해외 5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들과 화상으로 연결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행사에 앞서 안철수 후보를 소개하는 시간. "철수 동생 용수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 자원봉사자 김용수씨의 진행으로 안 후보와 '100초 인터뷰'가 시작됐다.

첫 질문은 "행복한가"였다. 잠시 뜸을 들이던 안 후보는 "아, 저를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하다"고 답했다. "도대체 그 배낭 안에는 뭐가 들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10년째 메고 다니고 있다, 별 게 있는 것은 아니고"라며 직접 자신의 가방을 열어보였다. 안 후보가 배낭에서 꺼낸 것은 신문·서류 뭉치 등이었다. 안 후보는 "오늘자 신문들. 그리고 외국잡지, 그리고 여러 가지 메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이것저것 꺼내려는 안 후보의 모습 때문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진행자가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안 후보는 가방 깊숙한 곳에서 칫솔을 꺼내 든 채 "칫솔도 있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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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 후보의 캠프에서 열린 '안철수에 바란다'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가방 내용물을 보여주고 있다. ⓒ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제공


이어진 질문에도 안 후보는 재치있는 답변으로 좌중의 눈길을 끌었다.

- 최근 사모님의 잔소리는 어떤 것이었나?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 실제로 밥 잘 먹고 있나?
"너무 잘 먹고 있다."

- 자신의 신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없는데요."

-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 게 있나?
"시간 정지하는 능력. 다른 분들의 시간이 정지했을 때, 책도 읽다가 쉬고 싶기도 하다."

- 언제부터 헤어스타일이 2:8 가르마였나?
"다섯 살?"

"좋은 대통령의 자격은 안정감·희망·공감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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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 후보의 캠프에서 열린 '안철수에 바란다'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가방 내용물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앞서 이날 타운홀 미팅의 사회를 맡은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안 후보에게 "좋은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어떤 사람들이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고 하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어떠한 대통령을 원하는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직원이 리더에게 바라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 안정감, 희망, 공감능력"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안정감은, 그 사람이 완벽하고 오늘 물어본 질문을 다음 날 똑같이 답변하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없이 일관되게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 안심한다. 두 번째 희망, 내가 그 사람만큼 따라가면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세 번째 공감능력. 어떤 사람이 정말 안정감 있고, 따라가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음에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서 가게 되면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게 눈을 맞추고 상대방의 어려움과 아픔,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정말 모든 조직의 리더들에게,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안 후보는 재외국민 참정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재외국민들로부터 투표권이 현실적으로 보장되기 위한 방안 등을 경청했다. 안 후보는 또 "여러분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든다"며 재외국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은 오마이TV,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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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 후보의 캠프에서 열린 '안철수에 바란다'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제공


"전국민적 캠페인으로 불필요한 토익점수 요구 고쳐야"
안철수 후보가 업무와 무관한 영어점수를 요구하는 문화에 대해 전 국민적인 캠페인을 통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재외국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업무와 무관한 토익점수를 요구받고 있다"는 트위터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안 후보는 "다른 것으로 변별하기 어렵다 보니, (영어) 성적표를 요구하게 되면서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민간 기업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법을 제정하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라며 "일단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해서 업무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자리에 영어점수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또한 "왜 트위터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래 전부터 했었다, 개인적인 용도로써 이야기하기보다는 주로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듣는 통로로 사용했다"며 "선거과정에 접어들면서 저와 국민이 소통할 필요를 느낀다, 다음 주 월요일(15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여러 차례 농담을 하는 등 행사를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하다가 '멘탈붕괴'인 상황은 있었느냐"는 뉴질랜드 교민의 질문에 "미국 유학 첫날 햄버거를 사러 갔는데, 미국 사람이 햄버거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결국 햄버거를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타운홀 미팅은 음향 장비 이상으로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다. 마이크가 울리는 현상 때문에 행사 시간이 10분 늦춰졌다.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마이크 울림 현상이 해결되지 못해, 타운홀 미팅에 참여한 참석자와 기자들은 안 후보와 사회자인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웠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처음이라 방송시설이 그렇게 좋지 못하고 울림이 너무 많아서 노래방 모드가 된 것 같다"면서 "다음부터는 좀 더 잘 준비해서 한 분 한 분의 궁금증을 다 풀어드리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오는 12월 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에게 "굉장히 넓은 나라일수록, 참여가 불가능하다"면서 "그러함에도 투표는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하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사명감 가지고 꼭 투표에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와있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게 투표라고 생각한다. 그런 맘으로 모두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배낭 #재외국민투표 #타운홀 미팅 #대통령의 조건 #안철수 헤어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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