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전 부유세 주장한 김대중의 꿈, 실현될까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경제민주화 넘어 복지국가 증세논쟁 본격화 되나

등록 2012.10.15 09:25수정 2012.10.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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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의원이 1969년 효창공원에서 박정희의 3선개헌을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설 제목은 '3선개헌은 국체의 변형이다'였다. ⓒ 김대중평화센터


"독일 같은 데서 100~200만 원짜리 비싼 개를 사다가 사람도 못 먹는 쇠고기를 먹이는 이런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단단히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노인은 땅 한평 없는데 30만평, 40만평짜리 골프장이 대한민국에 10개 이상 있습니다. 단단히 입장세를 내야 합니다. 300만 원, 500만 원짜리 보석 반지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은 사치세를 내야 합니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냅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나라나 사회의 형편도 생각지 않고 사치와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유세와 특별세를 받는 일대 조세혁명을 단행할 것을 공약합니다."

이것은 누구의 말일까요?

1971년 신민당 소속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장충단 공원 연설 중 한 대목입니다. 41년 전 당시 공화당의 박정희 대선 후보에 맞섰던 신민당의 김대중 후보는 부유세와 특별세로 1% 슈퍼부자들을 압박해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에서 비싼 개를 사다가 사람도 못 먹는 쇠고기를 먹이는 사람들, 30만 평, 40만 평 되는 골프장에서 골프 치면서 입장료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들, 고가의 보석반지를 끼고 다니는 부자와 특권층에게 단단히 세금을 물려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돈을 버는 사람은 적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굳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야 공평사회를 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요?

세월이 흘러 1971년도의 김대중 후보는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그 역시도 IMF 구제금융 앞에서 신자유주의 노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경쟁질서는 심화됐고 경제민주화는커녕 재벌의 독점적 경제구조는 심화됐습니다.

양극화 된 삶의 구조는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생활의 격차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뒤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도 신자유주의 노선에 충실하긴 마찬가지였고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는 하느님도 해결 못하는 수준 아니야? 싶을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생계문제로 자살하거나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거나 교육문제로 죽음을 선택하는 청소년들도 많아졌습니다. 경제민주화의 문제가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인체에 퍼진 신경세포줄기처럼 경제민주화가 모든 문제의 핵이 돼버렸지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된 경제민주화는 2012년 대선 최대의 화두가 됐습니다. 우리 국민 다수가 원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문제의식이 모아졌고,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꿈꾸기 시작한 겁니다.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입니다. 증세지요. 따라서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입장이 나옵니다.

김무성은 왜 '부자가 더 많은 세금 내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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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워크숍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심지어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도 부유세를 주장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1일 선대위 중앙위 워크숍에 참석해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부유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증세를 통해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이명박정부가 감세정책을 썼는데 과연 옳았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됐나 부정적이며 낮은 세율을 더 넓혀 세원을 넓게 하고 면세 비율을 30%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며 "특히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부유세를 신설해야 하며, 통일세, 보육세도 신설하고 몸에 나쁜 담배 피우는 사람과 술 먹는 사람에게도 목적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지요.

박근혜 캠프는 이같은 김무성 본부장의 주장에 당혹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즉각적인 반응은 "선대본부장이 정책문제에 간여하지 않는다, 정책은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등입니다. 새누리당 선대위가 이렇게 당혹스러워하는 이유는 간명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자신이 내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정책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보의 생각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총괄선대본부장인 김무성 의원이 '부유세 신설' 등을 주장하니, 엇박자가 난 것이지요. 

그런데 김무성 의원은 왜 이런 주장을 한 것일까요? 그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을까요? 김무성 본부장은 12일, 전날 불거진 부유세 논란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개별적인 질문에 응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곤란한 상황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인 것일까요?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본부장의 부유세 주장에 대해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일시적으로 너무 지나치게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 본부장이 부유세 주장을 하기에 앞서 내놓은 말들은 전부 복지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었기 때문에 그의 발언 자체에 별 신빙성이 없다는 언론의 분석도 나돕니다. 헛소리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일까요? 새누리당와 박근혜 후보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노선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인 것이지요.

마침, 김무성 본부장은 12일 오후 성명을 냈습니다. 그는 "본인이 어제 선대위 중앙위 워크숍에서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부유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은 총괄선대본부장 직함 자격으로 한 말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본부장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해 6월부터 복지를 늘리려면 증세가 일부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며 "이 자리에서 평소 소신을 밝혔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박근혜 후보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전혀 상의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 공약은 국민행복추진위원회와 공약위원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본의 아니게 혼선이 빚어지게 해드린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정우 "복지국가 하려면 증세는 불가피... 부유세는 좋은 세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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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시민캠프 카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이정우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본부장도 김 본부장의 발언에 별 진정성이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 오히려 비판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부유세는 얼핏 보면 로빈후드나 일지매처럼 서민들을 후련하게 하는 느낌은 주지만 썩 좋은 세금은 못 된다"며 "상속세는 공짜로 물려받은 것이니까 무겁게 세금을 매기는 게 맞지만 부유세는 자기가 번 부를 전체 합산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상속세에 비해 열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본부장은 "부유세 안에는 각종 부를 다 합산하는데 그 중에는 무겁게 매겨야 될 예를 들어 토지 같은 재산이라든가 또 가볍게 매겨야 될 재산이 있는데 그것을 차별하지 않고 다 묶어버린다"며 "이론적으로 보면 썩 좋은 세금이 못 되고 유럽에서 한 10개 나라 정도에서 이것을 하는데 이것을 점점 안 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갑자기 김무성 본부장이 부유세를 들고 나오는 것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복지재원의 충당에 대해서는 "증세 논의를 해야 한다"며 "모든 후보들이 솔직하게 증세를 하겠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들 복지를 이야기하니까, 그렇다면 증세를 이야기하고 어떤 증세냐, 어떤 증세가 가장 바람직하냐, 우선순위가 뭐냐, 이런 것을 논의하는 것이 제일 지금 맞고 지금 그런 단계에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검토중인 증세안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소득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낮고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밖에 안 되는데 다른 OECD 국가들은 9%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소득세의 비중도 높여야 하고, 이명박정부에서 사라진 부자감세도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최고 소득 경계선이 종전 8800만 원에서 3억으로 올라갔다"며 "민주당에서 주장하듯 1억5000만 원으로 낮추면 거기는 상당한 사람들이 들어있어 세수증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지요.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 정도의 세제개혁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41년 전 김대중 후보가 주장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던 바가 이 정도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을까요?

반면 민주당과의 단일화 요구를 받고 있는 안철수 후보 측은 부유세 한 건에 대해서만 따로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안철수 캠프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복지를 위해 세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지론이나 전체 경제민주화와 종합해서 할 얘기지 부유세 하나만 갖고 세제문제를 접근할 것은 아니"라며 "복지와 세금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꿈. 41년 전 김대중의 꿈은 2012년 대선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김대중 #부유세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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