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사고처리 맡기고 현장이탈...뺑소니 아냐"

대법, 도주차량 혐의 유죄 인정해 벌금 300만원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등록 2012.11.06 15:26수정 2012.11.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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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하게 교통사고를 낸 뒤 급한 용무로 가족에게 사고처리를 맡기고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에 공소사실에 따르면 A(61)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차량을 몰고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도로를 주행하다가 정차해 있던 택시의 뒷 범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택시기사에게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만 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말자고 했으나, 택시기사가 회사 차량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자 택시기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벗어한 혐의로 기소됐다.

택시기사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고, 택시 범퍼수리비는 68만 원이 나왔다. A씨는 "당시 급하게 화장실에 가기 위해 부득이 사고현장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고, 아내에게 사고현장에 가 있도록 했기 때문에 도주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고현장은 A씨의 집 근처였고, 실제로 A씨의 아내는 7~8분 정도 후에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1심과 항소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피고인은 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택시를 들이받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도주차량)로 기소된 A(6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피고인이 즉시 정차해 피해자와 대화를 나눈 점, 사고처리 방안을 논의할 때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거나 구호가 필요한 언동을 하지 않을 정도로 상해가 비교적 경미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경찰을 부르자 현장을 이탈하면서 자신의 처에게 사고처리를 맡겨 처가 곧바로 사고현장에 도착한 점, 피고인은 사고 후 20분쯤 경찰서에 출두해 운전사실을 인정한 점, 음주측정 결과 음주단속 수치에 이르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고 당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뺑소니 #도주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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