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보기 두 달 만에 그만 두고 기사 썼죠"

[찜! e시민기자] 사는이야기 10년 쓴 정현순 시민기자

등록 2012.11.16 18:58수정 2012.11.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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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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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시민기자 ⓒ 권우성

세상에나. 이 기사를 마감하고 있는 11월 15일이 바로 이번주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정현순 시민기자가 10년 전 <오마이뉴스>에 첫 족적(회원 가입)을 남긴 날이라니. 타이밍 한번 훌륭하다, 고 쓰고 있지만 사실은 타이밍 한 번 제대로 비켜갔으니 당최 할 말이 없다.


지난 12일 월요일. 올해 환갑을 맞은 정현순 기자가 친구들과 여행 중이라 인터뷰 질문지를 수요일 오후에나 확인할 것 같다고 한 말만 믿고 보낸다던 질문지를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

마감일인 15일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부치지 않고 있던 쪽지'가 생각났으니 "아, 나 어떡해". "괜찮아, 애를 둘이나 낳았잖아"라는 심심한 위로도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 그때, 전화기에 대고 머리를 조아리는 내게 정현순 기자는 수줍게 "그럴수도 있지요, 괜찮습니다" 한다. 그의 오래 묵은 '공감의 습관'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정현순 기자의 사는이야기에는 유독 '공감'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기사 내용이 대개가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했던 듯하다. 공감 100%, '며느리'라는 시를 아십니까, 며느리에게 명절 휴가 주는 시어머니 될래요, 며늘님아, 니 시어머니 불쌍해서 못 보겠다 등등의 기사들에서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했으리라 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런 비하인드로 하루 늦게 발표하는 '찜! e시민기자', 지금 시작합니다. ☞ 정현순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 최근 애니팡 기사를 쓰셨는데요. 금단현상은 없었나요? 애니팡 끊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데….
"애니팡 시작하고 열흘 정도 되어서 끊어서 일까, 다행히 특별한 금단현상은 없는 것 같아요. 무엇인가에 중독된다는 일에서 나는 예외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새벽 6시에 일어나 가족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바쁜 시간에도 짬짬히 애니팡을 했으니까요.또 어떻게 하면 하트를 충전할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밤 12시를 넘겨 잠이 든 적도 허다했습니다. 이런 걸 들킬세라 남편과 아들아이의 눈을 피해 즐기기도 했지요. 그런가 하면 항상 스마트폰을 옆에 놓고 하트가 충전되었지 수시로 확인하기가 일쑤였습니다. 하트를 새로 받을 수 있는 8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미처 몰랐지요.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손자가 학교에서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애니팡, 애니팡.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해요. 애니팡을 로그아웃 시키고 나서도 수시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그럴 때마다 운동을 하거나 시장에 가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지금은 괜찮습니다."


- 정현순 기자님은 꾸준히 기사를 올리는 편인데, 올해 상반기 약간의 휴식기가 있었더라구요.
"별 일은 없었고, 한 마디로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그동안은 겁없이 글을 썼다는 생각도 들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요?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왜 또 그리도 많은 건지. 그러던 어느날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이 있었지요. 아마 그 청탁이 없었더라면 그 소재도 그대로 날려 버렸을지 몰라요. 계속 글을 쓰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기간이었어요."

- 요즘은 어떠신가요?
"요즘도 망설임이 아주 없지 않아요. 그러다가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하죠. 최근에는 이희동씨, 최민호씨, 김혜원씨, 김현자씨 등의 기사를 보고 있어요. 물론 그외에도 다른 기자님들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쉬는 동안에도 매일 오마이뉴스를 2~3번 들어갔으니까요."

- 기사 내용을 보면 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시대의 변화를 빨리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애니팡도 관심 없는 어른들이 더 많지 않나요?
"의외로 많습니다. 내가 하고 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애니팡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내 생각에는 내가 할 줄 알면서 안 하는 것하고, 모르면서 안 하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애니팡에 빠져있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으니까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요."

- '사는이야기'는 정현순 기자님이 살아가는 힘인 것 같아요. 소재도 '콕' 잘 집어서 쓰시고. 사는이야기를 쓰는 데 어려움이 있은 시민기자들도 많은데요. 그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조언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제가 글을 쓰면서 한 가지 변한 것이  있어요. 시사 프로그램 , 뉴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좋아해서 예전부터 잘 보고 있지만 전에는 잘 보지 않던 연예, 개그, 드라마(아직 편식을 하고 있지만) 등 오락 프로그램도 즐겨 보게 됐어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연히 요즘의 이슈를 알게 되고요. 하여 가족, 친지,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와 맞는 소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 기사를 보면 자기 계발에도 열심이세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첫 마디가 "요즘은 뭘 배우고 있냐?"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점은 성격인 듯해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자꾸만 퇴보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요즘은 수영에 푹 빠져 있어요. 아마도 수영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를 때쯤에는 다음에는 또 무엇을 할까,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듯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나의 친정, 올케도 수시로 들러요"

- <오마이뉴스>에 기사 쓴 지 오래되었는데,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특별히 기억나는 기사가 있다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50살에 할머니가 되어 손자를 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손자를 보면서 세월을 보내기에는 내 안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 너무나 많았지요. 하여 딸과 사위에게 나는 더 이상 손자를 볼 수가 없으니 너희들이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방송국에서 하고 있는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어 심심치 않게 채택이 된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뭐니뭐니 해도 처음으로 톱에 오른 '손자 돌보기 두 달 만에 그만둔 사연'입니다. 지금도 가끔 그 기사를 꺼내어 읽어 보곤 해요. 그 기사가 생각보다 파장이 컸거든요.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효자 기사랍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맞벌이 가정의 육아 문제이니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사가 내 삶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줬다는 거죠."

- 어떤 분은 중형차 한 대 뽑을 만큼의 원고료를 받았다고도 하시던데, 기자님은 어떤가요. ^^
"처음 받은 원고료로 디지털카메라를 샀어요. 막연하게 사진도 찍을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렇게 처음에는 저에게 새로운 투자를 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오마이뉴스는 원고료뿐 아니라, 사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을 더 많이 주었어요."

- 사는이야기 기사 외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혹시 있다면?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지요. 서평을 쓰고 싶기도 하고요. 영화, 드라마, 책동네, 여행 등.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특히 영화와 여행기사를 맛깔스럽게 쓰는 사람을 보면 무척 부럽습니다."

- 사는이야기를 쓰다보면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의 사생활이 많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가족들이 싫어하지는 않나요?
"그래서 가끔은 이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망설일 때도 있어요. 포기한 것도 있고요.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당사자가 읽었을 때 상처받지 않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 올케가 "형님 친정(오마이뉴스)에 들어가봤더니 새로 올라온 기사가 없던데요" 하기도 합니다. 하여 누구든지 수시로 내 기사를 읽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 시를 읽는다고 들었어요. 아니, 외우신다고. 요즘은 어떤 시를 외고 있나요?
"최근에 나온 시는 그냥 편하게 읽는 수준이고요. 예전에 학창 시절 외웠던 시, 그러나 까맣게 잊혀진 시들을 암송하고 있어요. 요즘은 노천명 시인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를 즐기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은 내 자신이 안타까워서랄까요."

- 이후 계획이 있다면.
"희망일지,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생각은 항상 하고 있지요. <오마이뉴스> 오름에 오르고 싶다는. 그리고 좋은 소재로 연재도 꿈꾸고 있어요."
#찜! E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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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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