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베리아 원주민을 찾아서

<책>안나 레이드 지음, 샤먼의 코트

등록 2012.11.18 15:41수정 2012.11.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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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한 가운데 있는 바이칼 호수입니다. 시베리아는 타타르말로 시비르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 말은 잠자는 땅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바이칼은 그곳 말로 어머니 호수라는 뜻입니다. ⓒ 박현국


이번 안나 레이드가 지은 샤먼의 코트를 읽었습니다. 안나 레이드가 쓴 샤먼의 코트는 시베리아 전 지역을 답사하여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특히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이 원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원주민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상세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는 광활한 땅입니다. 서쪽 우랄산맥에서 시작하여 동쪽 태평양에 면한 오츠크해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중국과 몽골에서 북극해에 이르는 넓은 땅입니다. 시베리아 안에서는 서시베리아 평원은 남북 2500 킬로미터, 동서 1900 킬로미터에 이르는 300만 평방미터로 지구 전체의 10퍼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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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이르쿠츠 부근 우스치올다 부랴트 민속박물관에서 만난 샤먼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부산대학교 양민종 교수님께서 샤먼 북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박현국


이 넓은 땅에 예로부터 여러 민족들이 살아왔습니다. 16세기 말 러시아 시베리아 진출을 기준으로 30여 개 민족에 25만 명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내륙, 강가, 바닷가 등지에서 수렵이나 채취, 유목 생활을 해왔습니다. 이들의 생활 방식은 민족에 따라서 달랐지만 샤머니즘이라고 하는 종교 사상은 비슷했습니다. 

시베리아 샤머니즘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학설이나 주장이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지혜였습니다. 이들 샤머니즘의 중심 인물은 샤먼이었습니다. 샤먼은 민족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으로서 활기 넘치는 만물이 우글거리는 세상과 시베리아 원주민 사이를 이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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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트족(Yakuts) 무복, 샤먼 코트입니다. ⓒ 박현국


샤먼은 우리의 무당처럼 하늘에 감사제의를 올리고, 아픈 사람을 굿으로 치료하고, 앞날을 점치고, 춤이나 금식 등을 통해서 무아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손에 북을 들고, 무복이라고 하는 특별한 코트를 입고 의식을 치릅니다.

샤먼의 무복은 가죽으로 만든 것으로 무게가 20킬로그램이 나가기도 합니다. 이 옷에는 샤먼의 영혼을 날게 해준다는 새 모양 펜던트를 달고, 사슴의 날렵함을 상징하는 사슴뿔 장식을 하고, 좁은 공간을 파고들어 깊이 있게 지식을 전달해 준다는 긴 가죽 끈 장식이 있고, 사람의 팔뼈나 사슬, 방울 장식들이 달려있습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은 원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시베리아에서 많은 모피와 광물들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스탈린 시절에는 시베리아 샤먼이나 라마 승려들을 죽이거나 핍박하여 없애버렸습니다. 그 때 눈에 보이는 샤먼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 정신까지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시베리아 샤먼은 원주민과 더불어 지하에서 명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최근 개방의 물결로 시베리아에서도 많은 샤먼이 여행자나 조사자를 위해서 구경거리로 샤먼 흉내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의 노여움을 살 것이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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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키족(Evenks) 무복, 샤먼 코트입니다. ⓒ 박현국


저자는 시베리아 여러 곳을 현지 조사하여 책을 썼습니다. 특히 많은 원주민을 만났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러시아에게 끈질기게 대항했던 민족을 중심으로 타타르족, 한티족, 부랴트족, 투바족, 사하족, 아이누족, 추크치족 등 10 개 민족을 선택하여 그들의 생활과 러시아 군대나 러시아 관리와 접하면서 바뀌게 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소련이 대립한 사할린 섬에 대해서도 두 나라가 대립하고, 경쟁한 역사적인 사실을 소개한 다음 이곳은 일본도 러시아도 아닌 원래 이곳에 살던 아이누의 땅이라고 강조합니다. 러시아나 일본은 이곳의 원래 주인인 아이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그곳에서 잡을 수 있는 어획량과 뒤이어 개발된 천연자원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광활한 시베리아 전체가 대부분 지금은 러시아 땅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시베리아 땅은 원래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의 땅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베리아에서 원주민은 대부분 원래 살던 방식을 따르지 않고, 러시아 시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진출과 러시아의 정치 상황 하에서 러시아식으로 길들여져 버렸습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시베리아 샤먼은 자신의 코트를 한 번도 벗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위에 다른 옷을 걸치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시베리아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러시아나 중국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은 적이 없이 살아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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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트족(Buryats) 무복, 샤먼 코트입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안나 레이드 지음, 윤철희 옮김, 샤먼의 코트-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미다스 북스, 2003.
Administration of The Irkutsk Region Board of Culture, Shaman's Costumes, The Irkutsk's Museum of Regional Studies, 2004.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샤먼의 코트 -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안나 레이드 지음, 윤철희 옮김,
미다스북스, 2003


#샤먼의 코트 #시베리아 #무복 #러시아 #샤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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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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