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는 일하는 시간... '까칠하면' 오지마라

[귀농에 관한 환상과 진실⑧] 귀농귀촌종합센터가 조언하는 '5가지'

등록 2012.12.03 09:48수정 2012.12.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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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최고치를 기록중입니다. 2012년 상반기 귀농귀촌인구는 8706가구 1만7745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왜 도시를 떠나 시골로 향하는 것일까요? 귀농귀촌인 절반 이상은 4050세대이지만 2030 세대의 귀농귀촌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생태적 삶'을 살고자 귀농을 결심하는 이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자영업에 실패하거나 명퇴를 당했거나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귀농귀촌의 리얼스토리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개인의 선택 차원을 떠나 뚜렷한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귀농귀촌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적 뒷받침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원시 서둔동 농촌진흥청 내에 개설된 귀농귀촌종합센터 건물 입구. ⓒ 김한영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만503가구(2만3415명)가 귀농 귀촌했다. 2010년(4067가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8706가구(1만7745명)가 귀농귀촌을 선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귀농귀촌 가구는 지난해 수준을 가볍게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가 크게 느는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전원생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있다. 더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정책도 한몫한다.  

하지만 귀농귀촌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따른다. 귀농귀촌을 하고 싶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심을 못하고 고민하는 사례도 많다. 이럴 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농어촌에서 새 인생을 설계하려는 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경기 수원시 서둔동 농촌진흥청 고객지원센터 내에 개설된 '귀농귀촌종합센터'(홈페이지 www.returnfarm.com, 전화 1544-8572)가 그곳이다.

정부 운영 원스톱 종합상담

지난 3월 초 문을 연 이곳은 정부가 통합 운영하는 '원스톱' 종합상담 지원센터다. 이곳에서는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농업정책, 품목별 전문기술, 금융정보, 농지 및 빈집정보, 희망지역 동향 등 귀농귀촌에 관한 모든 것을 상담하고 교육도 실시한다. 또한 지방기관과 연계해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보세요? 귀농귀촌종합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난주 찾아간 귀농귀촌종합센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문 상담사 6명이 연신 걸려오는 전화 상담에 여념이 없었다. 상담실에서는 한 방문자가 상담을 받고 있었다.

현재 농진청 고객지원센터 근무자는 모두 34명. 이 가운데 12명이 귀농귀촌종합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사업관리, 정책 등 종합상담, 정보·콜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농진청, 농어촌공사, 농협 소속 직원들로 구성돼 합동근무를 한다.

수원시 서둔동 농촌진흥청 내 귀농귀촌종합센터 출입구. ⓒ 김한영


귀농귀촌 종합상담은 농진청 소속 민간위원들이 맡고, 농지 및 주택정보 상담은 농어촌공사 파견 직원이, 농정 및 금융상담은 농협 파견 직원이 맡는 구조다.  

"지난 3월 센터 개설 이후 10월 말까지 모두 1만6402건을 상담했습니다. 하루 평균 100여 건을 소화한 셈이지요. 전화 상담이 대부분인데, 센터로 직접 찾아오는 방문 상담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귀농귀촌종합센터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김부성 농촌지도관의 얘기다. 김 지도관은 전화 상담이 여전히 많지만, 센터 개설 초기 하루 평균 2~3명에 불과했던 방문 상담자가 최근 들어 적게는 6~7명, 많을 때는 10여 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센터 입구에서 만난 이아무개(70, 군포시 당동) 할아버지는 "건설업을 했었는데, 공기 좋은 곳에 들어가 특용작물이나 재배하며 살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아 상담을 받으려고 찾아왔다"면서 "자세히 알아본 뒤 귀촌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월부터 1만6400여건 상담...귀농귀촌 성과는 '저조'

센터 측이 지난 3월부터 10월 말까지 8개월간 1만6402건의 상담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90.2%인 1만4798건이 전화 상담이었고, 방문상담 916건(5.6%), 인터넷상담 688건(4.2%)이 뒤를 이었다. 상담자들 중 절반 이상은 정부 지원에 관심을 보였고, 다음으로 귀농귀촌 교육, 주택·농지 매입, 농업기술 관련 순이었다.

하지만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정부 지원 관심에 비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물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 농지은행 등에서 알선할 수 있는 농지와 주택정보도 일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

그렇다면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통해 지금까지 귀농귀촌이 이뤄진 사례는 얼마나 될까. 센터가 개설된 올해의 성과는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센터 측이 전체 상담자 가운데 전화연락이 가능한 2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월 말까지 155명이 귀농했고, 112명은 올해 안에 귀농할 예정이다. 

귀농귀촌종합센터 전문 상담사들이 모두 전화 상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 김한영


그러나 조사 대상자 중 3분의 2가 넘는 1658명이 현재 귀농을 준비중에 있다고 밝혀 내년에는 센터의 도움을 받아 귀농하는 가구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귀농귀촌 결심을 못하고 보류한 인원은 405명이다. 

김 지도관은 "올해는 센터 개설 첫해로, 심층적인 상담과 전체 상담자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귀농귀촌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 상담자들을 사례별로 특별 관리하고, 관련기관 업무와 연계한 네트워크 구축과 홍보 강화 등이 이뤄지면 귀농귀촌 인원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지도관에 따르면, 상담자들을 분석한 결과 농사를 짓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 희망자는 베이비붐 세대인 40~50대가, 농사가 아닌 전원생활을 원하는 귀촌 희망자는 60대 이상이 많았다.  

센터를 찾은 상담자의 70%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다. 주로 자영업·사무직·생산직 등에서 종사하다 은퇴한 이들이다. 귀농자들은 전남·북과 경남·북을, 귀촌자들은 강원과 충북을 많이 선호했다. 

귀농자들은 상대적으로 농지가격이 낮고, 농업 여건이 양호한 전라도와 경상도를 좋아한다. 강원·충북은 수도권과 가까워 귀촌자들이 좋아한다.

"귀농귀촌 열풍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전원생활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맞물려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균형발전과 도시 인구 분산효과도 기대됩니다. 그러나 귀농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귀농은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합니다."

귀농귀촌 5계명... "철저히 준비하고, 자만심 버려라"

특히 김 지도관은 "귀농귀촌은 정착지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면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염두에 둬야할 '귀농귀촌 5계명'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귀농귀촌종합센터 상담실에서 한 방문자(사진 오른쪽)가 전문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 김한영


상담실에서 방문자 상담이 이뤄지는 동안 또다른 방문자(사진 왼쪽)가 사무실 안쪽에서 전문 상담사에게 귀농귀촌 상담을 받고 있다. ⓒ 김한영


①철저히 준비하라 : 귀농에 성공하려면 목적과 계획을 분명히 세우고, 5년 정도 영농체험을 통한 농업기술 습득 등 준비를 거쳐 확신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그림같은 전원주택 짓고 여유롭게 노년을 보내겠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원주민들의 텃세를 극복하라 :
원주민들의 텃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3년 동안 인내하며 그들과 상생을 위해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특히 원주민과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까칠한 성격은 위험하다.

지난친 자만심을 버려라 :
농업에 대해 뭐든지 잘 알고 있다는 자만심은 금물이다. 농업은 태풍·가뭄·폭우 등 기상재해로 한 번에 실패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블루오션을 노려라 :
기존 농업인과 차별화된 시각과 전략이 필요하다. 성공사례를 참고하되,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토피 치유농장이나 시대 흐름에 맞게 특화된 관광농원 운영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또 농사와 사업(농산물 유통·가공업 등)을 병행할 수 있는 '반농·반사' 계획을 세워 도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⑤고정관념을 깨라 :
농촌에서 새벽 5시는 잠자는 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다. 도시생활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빨리 농촌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웃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 복도 벽에 나붙은 귀온귀촌 안내 및 홍보물. ⓒ 김한영


김 지도관은 "귀농귀촌은 앞으로 10년 이상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져 농업 인구 유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고향을 떠났던 젊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 측, 20~30대 젊은층 귀농 반긴다

그는 이어 "국가에서 귀농인에 대한 물질적 지원과 함께 정확한 귀농정보를 안내하고, 초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젊은 귀농인들이 다시 농촌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센터 측은 20~30대 젊은 층의 귀농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센터 측은 이들이 30~40년 이상 농업에 종사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 관리와 행·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귀농인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9일 '귀농귀촌 활성화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귀농귀촌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세제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귀농인만 받던 농지와 주택 융자를 퇴직 예정자와 귀촌인까지 포함해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하고, 도농복합지역에서 귀농해도 농지취득세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과 달리 올해 농식품부와 농진청의 귀농귀촌과 관련된 예산 규모는 1163억 원에 불과하다. 증가하는 귀농귀촌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때문에 추가예산 확보와 함께 교육·교통·의료시설 등 기본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귀농귀촌종합센터 #농촌진흥청 #농림수산식품부 #원스톱 종합상담 #베이비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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