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가 행복한 세상 '우리는 쉬고 싶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결과 발표와 김순자 후보 토론회 열려

등록 2012.12.15 09:26수정 2012.12.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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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청년선본이 아르바이트 노동자 275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알바대통령 김순자와 토론회를 진행중이다. ⓒ 순캠


"청년 알바 이야기를 들으니, 노동조합 없을 때 내 모습이랑 어쩜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어요. 나도 최저임금도 못 받고 9시간씩 일했습니다. 연장근로수당? 그런거 몰랐어요. 당직 일 할 때는 10원도 못 받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교통비랑 식비로 만원만 달라고 했는데 부장이 와서는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해요. 명절 때나 휴일 때도 당직을 공짜로 서줬지. 근데 다 며느리들이니깐 명절 때 하루만 쉬자했는데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나도 노동조합 하기 전에는 이게 잘못된 건지도 몰랐어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대통령 김순자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김순자 청년선거운동본부는 지난 12월9일부터 13일까지, 약5일간 지금 일을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275명을 직접 만났다. 실태 조사결과는 심각했다. 10명 중 7명은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았다. 10명중 8명은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도 낮아, 대부분이 5000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4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3100원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10대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하루 10시간씩 6일을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잠이 오지 않는 약을 먹으며 공부를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김순자 선본은 실태조사결과를 토대로 14일 오후 2시 토즈 신촌비즈센터점에서 김순자 ITV(인터넷TV) 토론회 "우리도 쉬고 싶다"를 진행했다. TV토론에는 군소후보들뿐만 아니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과 김순자 후보가 직접 토론회를 준비한 것이다. 토론은 김순자 후보의 거침없는 발언과 청년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현실 때문에 후끈 달아올랐다.

청년-노인, 비정규직-정규직 가리지 않는 피로사회

"지금 최저임금 받으면 100만 원도 못 받아요. 생활임금은 150만 원이니깐, 나머지는 빌리란 말입니까? 훔치란 말입니까? 최저임금 1만 원 정도는 올려서 월 150만 원 되야합니다."

실제로 청년 알바 275명 중 137명은(50%) 생계 및 생활비를 위해, 35명은(13%)은 학비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었다. 현행 최저임금 4580원으로 하루 8시간 하루 꼬박 일하면 95만 원을 받는다. 물론 주휴수당 등을 다 챙겨 받는 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러나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상황, 사용자조차 주휴수당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수입원이 없는 아르바이트노동자들이나 학비마련을 위한 노동자들은 40시간 이상씩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피로한 삶은 청년과 노인,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리지 않았다.


"65세 경비노동자가 365일 일한다고 하더라고 일년을 근무했다는 겁니다. 백화점 근무하는 아도(청년도) 하루 종일 서서 일해서 다리가 통통 붓더라고. 급식조리종사원도 140명당 한명 이라카데요. 방학 때 돈도 안줘요. 이런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직해야 됩니다. 그랄라고 출마했습니다. 정규직도 안다릅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 한없이 일합니다. 하루 나가면 20-30만 원씩 받으니깐 일하는 겁니다. 근데 건강을 해쳐요. 야간 노동 한번해보니깐 다시는 못하겠더라구요. 야간 노동하는 분들도 대단해요. 그걸 좋아서 하겠습니까. 돈이 필요하니깐 하죠. 그래서 적게 일해도 소득하락이 없어야 합니다. 유급안식년제도 기본소득 있어야합니다."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나? 노조하면 짤리는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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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후보가 알바들의 대통령 ITV토론회에 참석하여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청소노동자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 순캠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에 대해서 함께 싸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들도 이어졌다. 대부분 1~2명이 고립되어 일하고, 파트타임 교대 때나 서로 만나니깐 같이 모이는 것부터가 문제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참거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동청이나 국가기관에 신고한다는 사람은 47명(17%)에 불과했다. 노동조합을 떠올린 사람은 단 1명이다. 청년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는 장면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김순자 후보의 반응은 '쿨'했다.

"대학을 나와도 노동법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우리가 대학에서 뭘 배웁니까? 노동조합하면 짤린다고 배웁니다. 선진국에서는 청소년 때부터 노사간 모의교섭도 한다던데, 지금 실태조사한 아르바이트노동자들도 다 참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보였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월 150~200정도의 수입을 가진 영세자영업자인 것.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진행한 청년 선본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손님이 잘 없는 야간과 오전시간에 점주가 직접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점주역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1만원 정책에 대해 아르바이트 노동자 216명이(80%)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힘들게 일하는 점주들에 대한 걱정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많았다.

"편의점 빵집 체인점 창업하신 분들 대기업에서 나와서 퇴직금 받아서 가게 여는데 도로 대기업이 다 가져갑니다. 이거 얼마 가져가는지 다 밝히고 규제해야해야 합니다. 알바도 힘들고 영세자영업자도 다 힘들어요. 이 사람들의 돈을 다 대기업이랑 임대료로 빼앗기는거에요. 이런 돈들을 회수해서 우리의 주머니에 채워넣어야 합니다."

내가 만든세상에서 순자버스 운영하고 싶어

토론회 마지막에는 최저임금 1만 원과 기본소득을 받는 세상에서는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유토피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의 욕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바이올린을 키고 싶은 어떤 학생은 집에서 먼 곳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한데요. 손님이 없는 한적한 곳에 일하면서 틈틈이 악기연습을 하고 싶어서랍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돈버는데 써야 하는 건 슬픈일이에요."

증언대회 참석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라는 삶들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 던지, 평생 한 가지 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들이었다. 정작 이러한 세상을 제안한 김순자 후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그것은 순자버스였다.

"내가 잘 하는거 하고 싶어요. 노래 부르고 댄스추는 거 잘하거든, 그래서 어디 놀러갈 때 순자버스 같은거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뭐 꼬, 이렇게 하는거...(칼질하는 시늉하며)"

"스테이크"

"아, 맞다. 스테이키. 이렇게 칼질하는 음식도 먹고 싶고 국수같은 것(스파게티)도 먹고 싶어요. 근데 바빠 죽겠어. 노조도 바뻐! 맨날 이거하러 돌아다녀야 하고.(팔뚝질을 하며)"

김순자가 과연 대통령이 되서 좀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그녀의 버스를 만들 수 있을까. 그녀의 이야기가 비록 TV의 전파를 타지는 몰랐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의 웃음과 기운을 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김순자선본은 오는 16일(일) 오후 4시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초대 '쉬고싶다'는 주제로 'Occupy홍대'를 진행한다. 다양한 문화행사와 부스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박정훈 기자는 김순자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순자 #알바실태조사 #알바들의대통령 #순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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