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개도 있고, 장작도 패고, 썰매도 타고

충주 사는 언니 집에서의 시골체험

등록 2012.12.24 10:39수정 2012.12.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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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패는 우리 집 남자들 ⓒ 정현순


"남자들은 다 어디 갔니?"
"밖에서 장작 패는데"
"이 추운날씨에 장작을 팬다고 정말로 나갔네. 그럼 나가서 봐야지"
"엄마 내 핸드백에서 스마트폰 좀 꺼내줘"


딸과 나는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서울 경기 지방의 날씨가 영하 10도. 그곳은 산과 논, 밭으로 둘러싸이고 바람까지 불어서 체감 온도는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니 추위도 잊은 채 사위, 남동생, 남편이 돌아가면서 장작을 패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이 처음인지라 우린 신기한 듯이 카메라를 눌러댔다.

23일 한 달 전부터 약속해 놓은 충주에서 사는 언니 집으로 향했다. 오래 전부터 약속해 놓았지만 아들과 조카들은 함께하지 못했다. 형부 생일과 송년회를 겸한 모임이었다. 언니집에 도착하자마자 앞마당에 있는 폴리(개이름)는 멍멍짖으며 우리와 만났다. 손자 녀석들은 무섭지도 않은지 개를 만지고 이름을 부른다. 녀석들도 앞마당에 개가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해하면서도 좋아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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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린 언니의 밥상 ⓒ 정현순


집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상차림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출발했기에 솜씨 좋은 언니의 상차림을 보니깐 더욱 시장기가 돌았다. 잠시 후 우리 모두 상에 둘러앉았다.

"가만있자 언니 정말 많이 차렸다. 고생했네.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안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올케도, 딸도 사위도 모두 한마디씩 한다.

"언니는 귀찮지도 않은가 봐?"
"아니 이젠 귀찮아. 그래도 오랜만에 우리 집에 오는데... 한가지 한가지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난 오늘 고기 좀 많이 먹고 가야지!"
"웬일로?"
"그러게 이렇게 변해가는 나에게 나도 가끔은 놀래. 운동하니깐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니깐 고기가 당기더라고. 그리고 언니가 해준 것은 더 맛있잖아."

그날, 난 고기를 평소의 몇 배는 더 먹었다. 한참 먹다가 우린 "언니 이런 솜씨가 정말 아깝다. 블로그 만들어서 이런 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그럼 방문객이 꽤 많을 텐데" "얘. 그런 거 생각 만해도 골치 아프다"한다. 오래 만에 만난 가족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났다.

언니 집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는데 장작을 때고 있었다. 누군가가 장작을 보더니 "이 장작은 직접 베어오신 거예요?" 하니, 형부는 "그걸 어디에서 직접 베어 와, 작년에 한 차에 백만 원주고 산 거야"라고 말했다. 그 소리에 모두 그곳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형부는 "장작 패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다치려고"하며 걱정이다. "한번 해보라고 하세요. 저렇게 해보고 싶어하는데"했지만 정말 장작을 패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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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타는 손자들 ⓒ 정현순


그러고 있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온 손자 녀석들은 "이모부 할아버지 우리 썰매 타려고 하는데 비닐봉지 큰 거 있어요?" 한다. 형부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가더니 비료 포대를 찾아 주었다. 손자 녀석들도 아주 신이 났다. 여름에 연꽃을 심어 놓은 작은 연못이 꽝꽝 얼어 썰매 타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약간의 경사도 있어 재미를 더해주는 듯했다.

손자 녀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러더니 어디에선가 빨간 고무대야를 찾아와서 그 안에 들어가 썰매를 타면서 제 엄마한테 "엄마 이거 깨지면 엄마가 책임져 줘"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곳이 어려운 집이란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장작 패는 남자들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가장 미덥지 않았던 남동생이 장작을 패는가 싶더니 헛손질을 했는지 해머의 머리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남동생이 화들짝 놀래면서 "어 이거 어쩌지?" "뭘 어쩌 갖다 끼우면 되지" "어 됐네" 참 어이가 없어서.

방안에서 내다보던 형부가 "이젠 들어와 그러다 몸살이 날라"한다. 그렇지 않아도 추위를 느꼈는지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 누가 제일 잘했어?"하고 물으니 사위가 "뭐니 뭐니해도 아버님이 제일 잘하셨지요"한다. 그렇게 얘기 안하면 남편이 섭섭해 할까봐 그랬으리라. 내가 보기에는 사위가 요령것 잘 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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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차를 마시면서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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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집에서 키우는 '폴리'라는 진도개 ⓒ 정현순


장작 패면서 얼었던 몸도 녹일 겸 따끈한 차를 마시면서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당일치기로 갔다 와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언니는 돌아가는 우리에게 시골김치, 동치미, 무말랭이무침 등 이것저것들을 싸준다. 모두 집에서 나오니 개가 또 짓는다. 그것도 처음과는 달리 꼬리를 흔들면서 짖어댄다.

작은 손자 녀석이 "폴리 우리가 다음에 올 때에는 지금처럼 짖으면 안돼. 그때 또 짖으면 혼내 줄 거야"라고 해서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언니는 "그래 먼 길 와줘서 고맙다, 언제든 오고 싶으면 자주 와"하며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을 해주었다.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녀석들이 세상 모르게 골아 떨어 졌다. 안팎으로 뛰어다니느라  정말 피곤했나 보다. 오늘 녀석들의 일기장에는 이모 할머니네서의 재미있는 시골체험이 그려질 것 같다.
#시골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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