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이 과세 반대? 악마는 다른 곳에 있다

[주장] 목사인 나, 종교인 과세 이렇게 본다

등록 2013.01.21 14:50수정 2013.01.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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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기관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일반 샐러리맨과 다르지 않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현장교회에서 목회할 때에는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다. 작은 시골교회에서 일했던 터라 월100만 원이 조금 넘는 사례비를 받았고, 십일조와 감사헌금과 교단총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헌금과 각종 건강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5인 가족의 생활비로는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고 싶어도 아마 면세대상에 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종교인 과세, 찬성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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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교회의 십자가 모습. ⓒ 권우성


현재는 기관에서 일하면서 작년(2012년)에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세금을 낼 형편이 되면 세금을 내려고 구청에 등록도 했으며, 조만간 세무와 관련된 내용도 정리할 예정이다. 그런데 내가 개척한 교회는 일반교회가 아니라 특수교회이다 보니 개척한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비용을 충당하면서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모이는 작은 교회에서 나오는 헌금은 사무실 월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금을 낸다고 해도 이런 경우 얼마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면세대상이거나 아주 적은 세금을 내는 데 불과할 것이다.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는 비용치고는 너무 저렴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관에서 받는 사례비에서 세금을 내고 있으니 나는 세금을 내는 종교인인 셈이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다면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나와 같이 열악한 경우에는 세금을 내기보다 오히려 감면혜택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종교인의 소득 과세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종교인 소득세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협의와 과세 기술상 방법 및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여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대해 종교인들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양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명확한 세법 규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종교인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할 것이며, 과세표준을 어떻게 잡을 것이며, 부동산에 대한 것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이며,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종교단체에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가 아닌지 등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의 세법에는 종교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종교인 세금과 관련하여 무조건 종교단체나 종교인에게 손가락질할 일도 아니다. 종교단체는 현재, 비영리단체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세금체계가 적용된다. 그런 점들이 '종교인 과세'에 대해 일반인들뿐 아니라 상당수 종교인이 찬성함에도 현실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하여 표적이 되고 있는 이들은 아무래도 개신교 목회자다. '종교인 과세'를 다루고 있음에도 '목회자 과세'라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는 그간 대형보수교회와 목사들의 비리 등과 관련하여 반개신교적인 분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한 까닭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형보수교회나 목회자들의 문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는 다른 건강한 교회나 목회자들도 많은데 모두 도매급으로 몰리는 게 때론 불편하다. 게다가 단순히 종교인 사례비에 대한 세금 문제뿐 아니라 부동산의 문제도 포함된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개신교보다 불교계가 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종교단체 혹은 종교인의 범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종교인 과세'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인데, 세간에서는 마치 개신교가 반대해서 '종교인 과세'가 진행이 안 되는 것쯤으로 이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명확한 규정이 만들어진다면 굳이 종교인 과세에 반대할 명분도 없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목사라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 없듯이, 명확하게 종교인에 대한 세법이 정리되면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 종교인이나 종교단체도 없을 것이다. 어떤 세금체계라는 것이 새로이 만들어질 때면 찬반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찬반양론을 거친 후 사회적인 합의를 거치고 나서 시행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신교의 양극화가 더 문제

한국 개신교회와 목사들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교회 간의 양극화라는 점이다. 대형교회 목사 중에는 교회예산을 전횡하여 사회법정에 고발되기도 하고, 그들의 생활이 일반인들의 비해 지나치게 사치스럽다는 점 등도 성직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이고, 많은 경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생계를 위해 목회와는 상관 없는 일을 해야 하는 예도 있다. 대형교회를 세습하는 예도 있지만, 교회와의 마찰 때문에 임지도 없이 교회를 떠나 한순간에 실직하는 예도 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볼 때에, 목사는 최소한 사례비 중에서 십일조 헌금을 하고, 그 외에 각종 명목의 감사헌금을 한다. 목사가 헌금하지 않으면서 교인들에게만 강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최소한 사례비의 20~30%가 헌금으로 지출된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귀족 목사(?)는 사실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도 종교인 과세가 실행된다고 해도 면세점 이하의 목사들이 많고, 그런 점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개신교가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정확한 이야기라고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종교인 과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행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규정들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비리문제들도 간과할 수가 없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종교인 혹은 종교 단체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단지, 종교 단체가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을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영리 목적 혹은 부동산투기나 몸집 늘리기에만 사용한다든지 하는 행위들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먼저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도 어디까지가 종교적인 활동의 영역이며, 어디부터가 영리를 위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교인 과세 문제가 복잡한 것이다.

개신교회의 경우 대부분 교단이 있고, 교단 산하에 각종 노회나 시찰회 등의 단위들이 있다. 교회마다 그곳에 일정 정도의 상회비를 내고 있으며, 교계의 상회비에 대한 규칙 등은 거의 국가의 세금체계와 다를 바 없다. 자칫하다가는 종교단체나 종교인들에게 이중삼중의 세금부담을 줄 수도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종교인 세금에 관한 이야기들이 회자하다 흐지부지되는 듯한 상황들은 구체적으로 시행하려고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들에 부닥친 것이 아닌가 싶다.

종교인이나 종교 단체도 세금 문제로 일반인들에게 어떤 특권계층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편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정의와 부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 과세 문제에는 복잡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종교인 세금 #목회자 세금 #대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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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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