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이고 졸였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돼지갈비에 '이거' 하나 더했더니... 아이들은 환호성

등록 2013.01.21 10:30수정 2013.01.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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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먹는 사람에게는 좋지만, 돼지 키우는 분들은 정말 힘듭니다. 지난 20일, 대형마트에서 문자 한통을 받았는데 삼겹살 100g을 990원에 판다며 구입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삼겹살 100g를 소비자가 사 먹으면 농민들은 절반 가격도 못받습니다. 한우를 키우는 동생 생각이 나 마음 한 쪽이 답답했습니다.


며칠 전 동생네 아이들 셋이 집에 왔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할머니 집에 갔다가 집에 오면서 같이 왔습니다. 이틀밤을 잤는데, 이네들에 무슨 맛있는 것을 사먹일까, 고민을 하다가 돼지갈비를 먹이기로 했습니다. 농협에서 돼지갈비 5만 원 어치를 구입했습니다. 정말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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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 5만원치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 김동수


"큰아빠 맛있는 것 없어요?"
"큰엄마가 만들어 놓은 돼지갈비 해줄까?"
"예! 큰엄마가 만들면 정말 맛있어요."

"너희 엄마가 만든 음식은 더 맛있어."
"그래도 난 큰엄마가 만든 것이 더 맛있어요."
"아니지. 너희들은 엄마가 만든 것을 만날 만날 먹어니까. 맛있는 줄 모르겠지만 큰 아빠는 하경이 엄마가 만든 음식 정말 맛있어. 하지만 오늘은 큰엄마표 돼지갈비다. 그런데 큰엄마가 만들어 놓은 돼지갈비를 보니까, 조금 맛 없게 보여. 큰 아빠가 매실원액을 넣어 조리면 더 맛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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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매실원액을 넣었습니다. 아빠가 만들어주는 돼지갈비 정말 맛있습니다. ⓒ 김동수


아내가 절여놓은 돼지갈비에 국물이 적어, 매실액을 넣었습니다. 매실원액을 넣으면 돼지 특유의 냄새가 사라집니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매실원액을 넣었는데, 넣고 보니 너무 많이 넣어버렸습니다. 거의 돼지갈비국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였습니다. 아내는 돼지갈비를 압력솥에 넣으라고 했지만 저는 프라이팬에 넣어 무조건 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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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를 조리는 데 김이 모락모락납니다. 아이들 입에는 벌써 침이 고였습니다. ⓒ 김동수


아내가 해놓은 대로 그냥 졸이면 될 걸, 괜히 매실원액을 넣어서 맛이 없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습니다. 국물 맛을 보니, 맛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할 사람이 아닙니다. 방법은 단 하나. 졸이고 졸이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제수씨도, 아내도 왔습니다. 아내는 말했습니다.

"아니, 돼지갈비를 프라이팬에 졸이는 사람이 어딨어요?"
"프라이팬에 졸이면 안 되나?"
"압력솥에 하면 더 좋은데..."
"나는 당신이 해놓은 거에 매실원액만 넣었어요. 프라이팬에 졸일 수밖에 없었어요."
"맛이 날까요?"
"나도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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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갈비 ⓒ 김동수


하지만 돼지갈비는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맛있었습니다. 압력솥에 삶은 것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아내가 모든 것을 다 해놓고, 저는 매실원액만 더 붓고, 졸였을 뿐입니다. 결과는 모든 것이 큰아빠 곧, 아빠가 만든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돼지갈비를 본 아이들은 분주히 젓가락질을 합니다. 아내가 다 만들어 놓은 돼지갈비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모든 영광을 다 차지했습니다.

"진짜 맛있어요!"
"큰아빠, 아빠가 만들었으니까. 맛있지."
"다음에도 만들어주세요."
"그래 앞으로 돼지갈비는 내가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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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를 보자 마자 아이들은 젓가락 들기가 바빱니다. 맛을 꿀맛입니다. ⓒ 김동수


#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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