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1년 예상 밖 약진... 시민사회 대응 안일했다"

[종편 평가 토론회 지상중계] 향후 대응 기조 달라질 듯

등록 2013.01.21 21:02수정 2013.01.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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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첸카슨홀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종편 1년, 시민사회의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예상 밖의 약진이었다. 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초기 종편 시청률이 저조했기 때문에 곧 망하지 않을까. 가만히 놔둬도 1년 안에 마무리 짓겠구나, 라는 평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총선, 대선 치르면서 정권재창출의 한 편을 담당하고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인지도를 각인시켰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종편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21일 오후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편 1년, 시민사회의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 토론회에서 윤 소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오판과 감시 소홀은 저도 반성하는 부분"이라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종편을 없는 방송인 것처럼 외면했다, 좀 더 눈을 뜨고 감시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갈 수 있도록 압박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국 후 1년 동안 1%도 안되는 시청률에 고전하던 종편들이 제18대 대선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많은 특혜를 받고 이정도 시청률이 나왔으면 실패"라고 잘라 말했다. 최 교수는 "대선의 정점이었던 12월 10일부터 12월 16일 사이 종편의 시청률은 평균 1%를 기록했지만, 대선이 끝나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이 정도면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서 그들 입장에서는 이긴 게임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 대표는 "정권을 재창출했고, 정치문화적 조건에서 '우익'이라고 하는 이전에는 다소 불편했던 섹터를 보수진영의 코어로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조중동연합 TV채널'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선거 거치며 인지도 상승 의견 일치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종편이 지난해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인지도를 얻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2012년) 11월 이전까지 서로 다른 변동폭을 보이던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의 시청률이 대선 기간 직전에 동반상승했다"면서 "어느덧 종편은 대선을 기점으로 지상파 계열 PP(방송채널사업자)와 주요 MPP(CJ E&M과 같은 복수방송채널사업자)에 상응하는 인지도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종편이 이처럼 '대선 특수'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시사보도 올인'의 영향이 크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분석에 따르면, 2012년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JTBC를 제외한 종편 채널들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50% 이상이었다. 채널A의 경우 하루 24시간 가운데 16시간을, MBN은 15시간, TV조선은 13시간을 시사보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긴급 좌담', '긴급 생중계'가 난무했다.


'공영방송의 역할포기' 역시 종편에게는 '호재'였다. 윤정주 소장은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 바로세우기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그 사이에 공영방송의 공백을 종편들이 채웠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안철수 전 무소속 사퇴 기자회견을 종편은 생중계했지만 지상파는 뉴스시간대임에도 단신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질'은 어땠을까. 최진봉 교수는 종편 대선방송을 "막장 방송"이라고 규정했다. 최 교수는 "모기업인 보수 신문의 논조를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 전달하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진보진영을 상처내기 위한 '선전방송'의 역할을 했으며,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언론의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편파방송을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 대변인으로 있는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는 채널A에 출연해 "단일화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 "안철수는 콘텐츠 없는 약장수"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성호 스님은 MBN에 출연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에게 욕설을 했다. 2011년 12월 1일 개국 이후, 2013년 1월 10일까지 TV조선은 26건, JTBC는 21건, 채널A는 18건, MBN은 20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감시하고 모니터해야 하는데 혐오감에 빠져 못했다"

하지만 종편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은 "'놔두면 스스로 망할 거다', '정권 바뀌면 없어지겠지' 정도로 안일했다(전규찬 대표)"는 지적이다. 최진봉 교수는 "지난 1년간 우리나라의 방송환경이 언론단체와 시민사회가 종편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었기 때문"이라면서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언론관련 대선공약 개발과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문제 등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언론 이슈들에 대한 사회여론 형성에 시민사회와 언론단체가 투쟁 역량을 집중하느라 종편 문제에 대한 대응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업'에 있는 언론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BS PD인 김한중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편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2008년, 2009년 현업자들은 굉장히 나이브했던 것 같다. '설마 허가가 되겠냐' 허가가 됐고, '몇 개가 허가 될 것이냐. 하나 아니면 두 개 아니겠냐' 그랬는데 4개가 허가가 되어버렸다. 그 다음에 '채널을 몇 번에 배정할 것인가. 좋은 채널 줄 수 있겠냐. 어떻게 함부로 황금채널 배정할 수 있겠는가. 안 될 것이다' 했는데 15~18번, 일렬로 줄 세웠다. 이런 과정들, 상상한 것에 플러스 알파를 얹어서주는 각종 특혜의 과정을 보면서 혐오감에 빠지게 됐다.

종편 출범 이후에는 종편으로 채널 옮기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분위기였다. 죄책감 때문에 보지 못했던 거다. 감시를 하고 모니터를 하려면 그걸 봐야 하는데 보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종편의 '약진'이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김동원 팀장은 "대선기간에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하지만 작년 한 해 보여준 광고 판매 부진과 적자를 2013년 한 해에 회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더욱이 올해는 작년과 달리 특정한 정치적 대형 이벤트도 전무한 형편"이라면서 "나아가 채널A나 TV조선이 대선 때와 같이 정규편성을 무시하는 단발성의 시사보도 편성을 이어간다면, 자체 제작 역량 또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참석자들은 '종편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지상파의 대응이 중요하지만 난망한 상황"이라면서 "시민사회 단체의 모니터 강화와 대안적 저널리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은 그 예로 <뉴스타파>를 들었다.

김 위원은 또한 "미디어 관련법 개정과 종편 도입 시 내세웠던 ▲신산업성장 동력으로서 방송 산업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 ▲여론 독과점 완화 등의 명분들이 현실적으로 반박됐다"면서 "엄격한 재승인 심사와 함께 ▲의무전송 ▲직접영업·중간광고 허용 등의 특혜를 환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종편 #종합편성채널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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