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측, 대선방송 공정성 보고서 '마사지' 시도"?

새노조 "불리한 내용 수정 요구" - 사측 "최소한의 용역관리 업무"

등록 2013.01.22 20:05수정 2013.01.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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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측이 노사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한 '대선방송 공정성 보고서'를 사전에 입수해 이른바 '마사지'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사측은 "최소한의 용역관리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22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KBS의 이번 대선 보도가 공정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KBS의 대선 보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사측이 비밀리에 입수해 불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새노조 "사측 부당한 행위로 보고서 신뢰도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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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가 파업 93일 만에 사측과의 협상에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힌 가운데, 2012년 6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공원 희망캠프촌 단식농성장에서 김현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7일)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추인을 받으면 파업은 전국 조합원 총회를 거쳐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본부장은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새노조 위원장과 사장을 대표로 하는 대선 공정방송위원회 설치와 탐사보도팀 부활 등 공정방송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유성호


KBS 노사(KBS 1노조·새노조)는 지난해 9월 '대선공정방송위원회 설치'에 합의했고, 사측은 "향후 대선 보도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자"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노사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현재 KBS 옴부즈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 4명이 연구를 진행했다. 용역계약·예산집행은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맡았다.

새노조는 "노측은 이 과정에서 연구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보고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사양측이 개별적으로 연구진과 접촉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고 그동안 노측은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연구진과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KBS 방송문화연구소 측에서 이 보고서에 대한 수정을 지시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연구자들에 따르면 방송문화연구소에서 '노사양측을 대리하는 만큼 최종보고서 접수 전 사전검수를 하겠다며 보고서를 요구했다'고 한다"면서 "수정 요구에는 연구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며, 때문에 일부 연구자의 경우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노조는 방송문화연구소에 예산 집행 외에 노측을 대리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사측의 이같은 행위를 대선공정방송위원회 합의 위반으로 규정한다"고 반발했다. 또한 "조합과 상의없이 연구진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한 것을 마사지 또는 조작시도로 판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해 최문호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측에서 공개를 안 하니까 알 수가 없다"면서 "수정 의견을 냈다면, (연구진에서) 뉴스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대선 보도에 대해 "지난 1987년 대선 보도 이후 최악의 보도였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노조는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방송 분석 보고서는 KBS 뉴스를 되돌아보고 개선책을 찾아나갈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측의 부당한 행위로 보고서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사측 "합리적인 연구의견 교환한 것이 전부"

이에 대해 방송문화연구소 측은 "지난 14일 저녁 연구 간사로부터 보고서 가안을 메일로 받았고, 연구소 자체 내에서 검토한 내용을 (연구자들과) 공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용역 관리 업무"였을 뿐이라며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방송문화연구소 관계자가 사내인트라넷 '코비스(KOBIS)'에 올린 해명글에 따르면, 대선 공정성 연구 계약서에 명기한 종료기일은 1월 15일. 그런데 연구소가 지난 14일 연구진으로부터 받은 보고서 가안은 충분한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에 "공동연구인 것만큼 네 분의 연구자가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통해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이번 연구용역의 취지에 맞다고 협의하였기에 계약 연장을 결정하였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연구소는 "노측이 주장하는 초안이 연구진이 최종 합의한 공식 보고서였다면 당연히 보고되었겠지만 연구는 진행중이고 합리적인 연구의견을 교환한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소는 "이 부분에 대해 노사 공방위에 사전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KBS 사측 김홍식 홍보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KBS 대선방송이 공정했다는 것은 내부의 평가일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그렇게 평가하는 언론학자들이 상당수"라면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에게 공정성 보고서를 용역발주하고, 왜 수정을 요구하겠나"라고 반문했다.
#KBS #방송문화연구소 #새노조 #대선보도 #대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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