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364일 계약' 등 기간제법 악용 부지기수"

강동화 일반노조 남부경남지부장 ... 경남도, 시·군청 비정규직 피해 사례 지적

등록 2013.01.31 08:11수정 2013.01.3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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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다면, 굳이 법이라는 울타리 없이도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듬을 수 있다. 공공기관은 권력이 아니다. 차라리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키고 싶지 않고 차별을 철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라. 이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는 법과 제도의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가 한 말이다. 강동화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 남부지부장이 30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경상남도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 조례 제정,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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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 남부지부장은 30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상남도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 조례 제정과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했다. ⓒ 윤성효


강 지부장은 오랫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왔다. 그는 경남도와 18개 시·군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졌던 비정규직법 악용 사례를 발표했다. 언론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그는 "법과 제도를 만들면 뭐하나. 또 법을 만들어 놓으면 빠져 나갈 방법을 연구한다"며 그것은 공공부문도 민간부문 못지않게 심하다는 것. 강 지부장은 공공기관에서 '기간제법'을 악용하고, 민간위탁(간접고용)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364일 계약'과 '임금저하'가 있었다. A시 방문간호사 사례다. 강 지부장은 "기간제이면서 근속연수를 인정받아 연 2200만 원 임금을 지급받던 방문간호사의 경우, 근로계약 갱신 과정에서 고용을 핑계로 월 150만 원을 받아, 연 300~400만원 정도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A시 방문간호사의 표준근로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은 2013년 1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한다'고 되어 있다. 강 지부장은 "현행 규정에는 2년 기간제이면 무기계약직이 되는데, 나중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때 1일을 갖고 쟁점으로 삼으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러차례 반복해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 B시 소속 주차단속원(10명) 사례다. B시는 올해 재계약을 앞두고 재고용 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것이다. 강 지부장은 "주차단속원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2~3년 동안 계약을 반복해 왔는데, 잘린 것"이라고 말했다.


"시·군청은 기간제 사용을 당연하게 여긴다"

시·군청은 기간제 사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 강 지부장은 C시의 사례를 들었는데, 160여명이 총무과와 주민생활지원과, 사회복지과, 환경보호과, 세무과, 녹지공원과 등에서 2007년, 2009년, 2010년부터 1년 단위로 재계약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 곳곳의 공공기관에는 2년 이상 일해 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이 많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그들을 언제 자를 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분위기다"며 "기간제법을 어긴 곳이 많은데, 제대로 조사해서 처벌한다면 상당수 시장·군수는 전과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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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 남부지부장. ⓒ 윤성효

A시의 2013년도 예산서를 분석했더니, 비정규직은 저임금이라는 것. '기록물 관리 운영' 예산에 보면, 인건비로 기간제 근로자 보수에 대해 밝혀 놓았다. '기본급 3만8880원, 4명, 270일'이라고 되어 있다. 강 지부장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지만, 세금 떼고 교통비와 밥값 등을 지불하고 나면 얼마 남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시·군청이 고용을 무기로 비정규직들에게 저임금을 주고 있다. 그 임금을 받지 않으려면 고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은커녕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들은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계약 전환을 하지 않기 위해 해고한 사례도 있다는 것. 강 지부장은 "기간제 노동자들의 무기계약 전환을 막기 위해 상시업무이면서 근로계약기간을 2년 넘지 않게 해고와 고용을 반복함으로써 기간제법을 교묘히 악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기도 하지만, 민간위탁업체에 맡기는 간접고용도 한다. 자치단체는 청소와 소각장 등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는데, 이 경우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이 더 심하다.

2011년 D시가 소각장을 민간업체에 재위탁 했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10년 넘게 일해 왔던 노동자들도 잘렸다. 강 지부장은 "형식적인 업체 변경인데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해고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민간위탁하며 임금 깎이기도... 재위탁으로 피해"

민간위탁 하면서 임금이 깎인 사례도 있었다. 2012년 B시는 청소민간위탁을 했는데, 용역금액을 삭감하여 계약했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었던 것. B시의 2012년도 예산서를 보면, '생활쓰레기 문전수거운반처리 대행비'가 전년도보다 8.26%가 삭감됐고, 이로 인해 환경미화원들은 임금이 삭감되었다.

강동화 지부장은 "위탁업체 사장은 관리비만 챙기면 되니까, 용역금액이 삭감되어도 별로 손해 볼 게 없다. 삭감된 용역금액으로 인해 피해는 노동자들이 보게 된 것"이라며 "민간위탁을 하면 업체 관리비가 나가는데, 자치단체가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관리비를 줄일 수 있고, 오히려 예산이 적게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탁업체가 재위탁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1년 E시로부터 소각장과 재활용선별장을 위탁받은 업체가 다시 다른 하청업체에 재위탁했던 것이다.

강 지부장은 "재위탁을 하다보니 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심지어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이런 재위탁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노동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는 순간 갖가지 방법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경찰 열 명이 한 명 도둑을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법을 피해가려면 법률가의 조언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법․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비정규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시각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강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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