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이 싸다더니... 20만 원 갖고도 '한숨'

서울 경동시장 일대서 설 장보기 나선 주부들

등록 2013.02.01 15:59수정 2013.02.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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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열흘 앞두고 경동광성시장은 설날 차례상에 올려놓을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 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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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맞이 재래시장 진풍경. 설 열흘 앞두고 경동시에서 설맞이 제수용품 이벤트 행사를 실시한다는 현수막. ⓒ 박상봉


설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재래시장을 찾아 설 제수용품을 미리 봐두려는 시민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살림살이가 어려운데,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올 겨울 잦은 한파와 폭설로 농작물이 냉해를 입어 수확이 어려운 것은 물론, 시설 작물의 경우 난방비 등 유지비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했을 때 야채와 과일 등 제수용품 청과물 가격이 10%에서 233%까지 크게 폭등하면서 체감물가가 더욱 높게 느껴지고 있다(자료 출처 : 경동시장 광성상가).

지난 1월 31일 오후 2시경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1035번지 일대에 위치한 경동시장 광성상가, 청량리청과물시장을 찾았다. 시장은 설날 차례상에 올려놓을 제수용품을 미리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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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물가 농수산물 가격 변동률 현황(경동시장 광성상가 자료) ⓒ 박상봉


6·25 전쟁 이후 서울 사람들의 생활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북부 일원과 강원도 일대의 농민들이 생산·채취한 농산물과 임산물들이 청량리역을 통해 몰려들었다.

서울 경기 수도권 시민들이 찾는 경동시장 광성상가, 청량리청과물시장은 대지면적 8058제곱미터, 건물연면적 2만 35제곱미터, 점포수 1000여 개로 국내 재래시장 최대규모이다. 경동시장 광성상가 등에서는 밤, 대추, 곶감, 사과, 배 등 제수용품과 인삼, 벌꿀, 잡곡, 채소들이 거래된다.

재래시장에 온 주부들은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조금이라도 더 싸고 싱싱한 식재료를 사기 위해 꼼꼼히 살펴본다.

이날 오후 2시 경동시장 내 신선채소 점포 앞을 지나는 주부들이 저마다 가격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설을 앞두고 폭등하는 물가에 더욱 민감해진 주부들은 채소, 과일을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며, 알뜰 장보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물가가 너무 올라 걱정... 애들 설빔은 마련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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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맞이 재래시장 진풍경. 설을 열흘 앞두고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부모님께 선물용으로 드릴 인삼을 흥정하고 있었다. ⓒ 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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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열흘 앞두고 청량리청과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를 흥정하고 있었다. ⓒ 박상봉


수산물 골목에서 고등어, 갈치, 조기 등이 담긴 장바구니를 든 주부 김아무개(62)씨를 만났다. "사위와 딸이 찾아 올 예정이라 맛있는 설날 음식을 해주고 싶어" 재래시장을 찾았다는 김씨는 "제사상에 올리는 25cm 크기 숫조기가 (지난해말) 1마리에 1만1000원이던 게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김도 지난해말에 비해 10~20%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청량리청과물시장 골목에서 만난 주부 김아무개(46, 경기도 의정부시)씨도 "요즘 각종 물가가 춤을 춰 설날 제수용품값도 더 오를 것 같아 일찌감치 장을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7만 원하던 사과(부사 상품 15㎏)가 8만 원대에 거래되고 배는 5만 원에 팔리던 게 (상품 15kg) 7만 원 거래돼 무려 40%가 올랐다"고 했다. 이어 "설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려면 25만 원은 들어야 할 것 같다"며 "설 제수용품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강아무개(55, 서울 노원구 상계동)씨 역시 "재래시장도 물가가 너무 올라 설 쇨 돈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다른 것을 줄여서라도 아이들 설빔은 마련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추·곶감·사과·배 등 제수용품이 가득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재래시장 골목을 나오는 모습이 눈길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왔다는 주부 이아무개(50)씨는 "이번 설날 쓸 물건을 사기 위해 20만 원을 들고 나왔으나 채소, 과일 등 제수용품이 지난해말보다 평균 30%쯤 올라 필요한 물건을 다 사지 못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물가정책 실패로 서민들의 가계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라도 국민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물가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1월 3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설 대목을 노린 불공정 상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지도 점검을 실시할 것"이며, "소비자단체 등을 통한 과소비 자제 분위기 조성 캠페인 전개 등 관내 설 물가 안정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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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열흘 앞두고 경동시장을 찾아온 시민들이 수산물 코너에서 굴비를 흥정하고 있었다. ⓒ 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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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열흘 앞두고 경동시장을 찾아온 시민들이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제수용품을 손에 들고,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 박상봉


덧붙이는 글 박상봉 기자는 서울시민입니다.
#경동시장 #광장시장 #설물가폭등 #동대문구 #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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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기자는 원진비상대책위원회 정책실장과 사무처장역임,원진백서펴냄,원진녹색병원설립주역,현재 서울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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