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반장에게 몇 년째 상주하는 영양사 초등생 아들 식사까지 챙기게 해요."
"냉동식품은 영양사 남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구입해요."
"영양사의 폭언과 조리원 감원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최근 대전 전민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원 A씨가 대전시교육청에 보낸 호소문 내용이다.
A씨는 이 학교 영양사 B씨의 10여 가지 부당업무 사례를 열거하며 감사를 요청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조리원 5명도 별도의 호소문을 통해 "강도 높은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이 학교 급식실은 2~3번 사용한 폐식용유를 폐기하지 않고 많게는 6~7번씩 튀김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계자 증언 외에도 폐식용유 재사용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
'연간 급식품 구매량 통계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는 이 학교에서 120통(1통 18리터)의 콩기름을 구입했다. 하지만 사용 후 폐기를 위해 판매한 식용유는 23통이 전부다. 조리원들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10통을 기준으로 2통이 손실돼 8통의 폐식용유가 생긴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약 73통 가까이가 사라진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도 126통의 콩기름을 구입했지만 판매한 폐식용유는 24통에 불과하다. 학교 측 주장대로 사용하지 않은 24통이 남아있더라도 역시 수 십여 통의 폐식용유가 오리무중이다. 조리원들은 폐식용유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사용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학교 폐기물전담자도 "폐식용유를 5번 정도 요리에 사용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관련 구매 자료에는 옥수수식용유를 구입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값이 싼 콩기름식용유를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학교 영양사는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냉동식품을 자신의 남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매달 벌이는 공개입찰을 통해 남편의 업체가 선정된 것은 지난 해 5월뿐이다. 하지만 주변 관계자들은 다른 납품업체가 선정된 경우에도 남편의 업체에서 냉동식품을 가져오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식실의 운영 및 식단 작성, 식자재 구입 등은 모두 영양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B 영양사는 언론 해명을 통해 "식용유는 최고 3번 이상 사용한 적이 없다"며 "폐기량은 음식의 종류와 조리방법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남편이 운영하는 냉동식품만 사용 한 데 대해서는 "제품이 좋아 구입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이순용 교장은 "민원을 낸 조리원 A씨와 영양사 B씨 간 주장이 서로 다른 것이 여러 건"이라며 "하지만 영양사가 조리원들에 대한 언행 등에 대해 '잘못했다, 시정하겠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조리원 A씨가 영양사 해임을 요구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장 입장에서 영양사에 대한 '징계'는 가능하지만 해임을 할 만한 사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경찰 조사 및 시교육청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 학교급식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어묵을 요리해 배식했다는 지적과 관련 어묵요리를 담당한 조리원 3명에 대해 '경고'조치했다. 해당 영양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어묵요리는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보고없이 이뤄져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학생 1137명과 교직원 87명 등 모두 1224명이 급식대상이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8~9명의 조리원이 배치돼야 하지만 7명의 조리원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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